민주화 전시관 방점 찍지 않은
이도저도 아닌 시민 쉼터 전락
창원시의회서 견제·감시 미흡
"아무런 것도 한 게 없다" 비판
'문화복합공간' 조례표기 찬성
시설명칭 바뀌어도 나 몰라라
민주당 시의원들 "책임 인정"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앞에 안내판에 세워져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앞에 안내판에 세워져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전시 기능에 중점을 두지 않은 시설로 전락한 데는 창원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 견제·감시 부족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국민의힘 주도로 민주주의전당 관리·운영 조례에 ‘문화복합공간’이라는 문구가 못 박히는 과정에서 반대 뜻을 비친 민주당 시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조례 시행에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주의전당을 ‘문화복합공간’으로 규정한 수정 조례는 지난해 12월 11일 창원시의회 제139회 제7차 기획행정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이날 상임위 조례 수정 가결은 기획행정위원장인 박선애(국민의힘, 월영·문화·반월중앙·완월동) 창원시의원이 창원시가 올린 민주주의전당 관리·운영 조례를 두고 “문화복합공간이라는 말이 왜 없냐”며 시 자치행정과장에게 따지면서 비롯됐다. 문제 제기 끝에 같은 날 오후 회의에서 조례 속 시설 기능 조항에 ‘시민들을 위한 문화복합공간 운영’이라는 문구가 못 박혔다.

수정 가결 전 박 시의원은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 의사일정 조례안 일부를 수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상임위 부위원장인 김영록(국민의힘, 가음정·성주동) 시의원은 “‘한국민주주의전당’을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으로 하고, 시민들을 위한 문화복합공간 운영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신설 조항과 더불어 ‘한국민주주의전당’으로 정해졌던 시설 명칭을 박 시의원을 포함한 국민의힘이 사회적 합의를 깨고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으로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반대 목소리를 낸 민주당 시의원은 없었다. 박 시의원이 “수정안에 이의가 있느냐”고 회의 참석자 모두에게 물었는데, 자리에서 “이의 없다”는 말만 나왔다. 당일 회의 출석 위원은 박 시의원과 김 시의원을 포함해 김상현(더불어민주당, 충무·여좌·태백동), 김이근(국민의힘, 구산·진동·진북·진전면·현동·가포동), 김헌일(국민의힘, 경화·병암·석동), 남재욱(국민의힘, 내서읍), 문순규(더불어민주당, 양덕,합성2,구암,봉암동), 이천수(국민의힘, 구산·진동·진북·진전면·현동·가포동), 이해련(국민의힘, 충무·여좌·태백동), 이렇게 9명이다.

민주주의전당 관리·운영 조례는 결국 9일 뒤인 그해 12월 20일 제139회 제4차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여야 재석 의원 32인 전원이 동의했다. 이날 조례 통과에 찬성한 사람은 손태화, 권성현, 강창석, 구점득, 김경수, 김경희, 김남수, 김미나, 김상현, 김수혜, 김영록, 김우진, 김헌일, 김혜란, 남재욱, 박강우, 박해정, 백승규, 성보빈, 심영석, 안상우, 이우완, 이원주, 이정희, 이종화, 이천수, 이해련, 진형익, 최은하, 최정훈, 한상석, 한은정 시의원이다.

민주당 시의원단이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이도 저도 아닌 시설로 둔갑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병하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제대로 만들기 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민주당 시의원들이 견제 감시를 충실하게 하지 못했다”며 “국민의힘에 끌려다니더라도 저항하고, 반대도 하고, 그래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이런 목소리에 책임을 인정했다. 김상현 시의원은 “판단이 서지 않아 상임위에서 신경을 쓰지 못했었다”며 “수정되는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동의해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순규 시의원은 “그때는 이렇게 편향된 시설이 만들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고, 수정을 제안한 사람들 뜻을 간파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며 “문화복합공간으로 한다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았었다. 전시관으로 기능하면서 민주주의 교육, 문화, 이런 것들을 녹여내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로 이해하고 상임위 때 조례 수정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후반기 창원시의회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해정 시의원은 “심의 과정에서 세심하게 짚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피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를 다루는 상임위 소속이 아니어서 깊이 있게 못 봤었고, 문제 의식이 부족했다”며 “본래 민주주의전당 건립 취지에 맞지 않게 문화복합공간으로 운영한다는 점을 조례에 명기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시의회 표결 수 싸움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 문제는 의총에서 논의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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