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버금
이가람(창원 온천초교 5)
내가 2학년이던 어느 새벽에 아빠가 나와 동생을 급하게 깨우셨다. 우리는 비몽사몽간에 아빠에게 이끌려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갔는데 도착해보니 장례식장이었다.
아빠는 울지도 못하고 허겁지겁 할아버지 장례 준비를 하고 계셨다. 한참 후에 사촌 언니, 삼촌, 고모, 고모할머니, 작은할아버지 등등 친척들이 모여들었다. 모두 울어서 그런지 얼굴이 붉게 보였다. 삼촌들이 금세 검은 양복을 갈아입고 노트북으로 할아버지 영정사진을 고르느라 집중하고 있었다.
손님들이 많이 오셨는데 모두 식당에 앉아 육개장을 드시고 계셨다. 아빠가 우리에게도 육개장을 먹으라고 했다. 마음은 슬픈데 밥은 왠지 맛있었다.
참배하는 곳이 차려졌을 때 할아버지 사진을 보니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할아버지는 나를 특별히 귀여워하셨다. 할아버지는 꽈배기랑 도나스를 사 오라고 자주 심부름을 시키셨다. 또 시장에 다녀오실 때면 꿀떡이나 송편을 사 오셨다.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잠옷도 할아버지께서 사준 것이다.
할아버지를 이제 못 본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펐다. 나는 울먹울먹했다. 나는 부끄러워서 못 울었는데 작은 고모할머니는 몹시 슬프셔서 주전자를 던지며 크게 우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병원에 자주 다니셨다. 아빠는 할아버지를 극진히 돌보셨다.
요즘은 한 번씩 꽃을 사서 할아버지가 계신 봉안당에 간다. 나는 1층에 편지 적는 곳에서 할아버지께 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할아버지 앞에 놓아두고 오곤 한다. 할아버지가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사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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