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매서운 꽃샘추위가 초봄을 덮쳤다. 때문에 전국 곳곳에서 봄꽃 축제를 한 주씩 연기하는 작은 소동이 일었다. 꽃놀이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흔쾌히 꽃이 피어날 시간을 기다려 주었고 그에 응답하듯, 꽃들은 어느 때보다 굵고 탐스럽게 폈다. 벚꽃은 꽃눈을 휘날리며 봄을 노래했고, 노란 유채와 개나리도 생동하는 봄의 기운에 힘을 보탰다. 호흡기 때문에 꽃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꽃을 보며 카메라를 꺼내 드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봄과 사랑을 읽는다.조그만 바닷가 마을에 사는 세 자매 ‘사치’, ‘요시노’, ‘치카’는 15년 전 가족을 떠
세월호 참사를 다큐멘터리가 아닌 장편 극영화로 다룬다는 건 아직 어려운 일이다. 올해 참사 10주기를 맞았지만, 여전히 진실 규명이 완전하지 않고, 책임 문제도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제작해 지난해 10월 개봉했던 조현철 감독의 가 특별한 이유다. 202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 영화는 지난해 제11회 무주산골영화제에서 무주관객상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김준희(34) 씨, 회화 작업을 하는 이성륙(37) 씨, 팀 빛공방에서 영화
양산 출신 정지혜(28) 감독과 창원 출신 정진혁(29) 감독이 중년 여성과 디지털 성범죄를 주제로 만든 영화 이 이달 17일에 전국 개봉한다. 경남에서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씨네아트 리좀에서 관람할 수 있다.이 영화는 정 감독의 데뷔작으로 2021년 촬영해 2022년부터 제24회 부산독립영화제 최우수연기상, 제17회 로마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여우주연상, 2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 등 전세계 19개 영화제에 초청돼 8관왕을 차지했다.식품 공장에서 일하는 중년 여성 '정순'(김금순 분)이 주인공으로, 정
마산에서 촬영한 단편영화 (감독 정보경)가 창원과 서울 시사회를 통해 처음으로 관객을 만난다. 창원에서는 다음 달 17일 오후 7시 30분 CGV마산에서, 서울에서는 24일 오후 7시 30분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볼 수 있다.영화는 가정위탁을 소재로 했다. 이는 아동 보호를 목적으로 친모가 아동복지법이 정하는 기준에 맞는 집에 아이를 일정 기간 맡기는 제도다. 구체적으로 영화는 위탁 가정에 맡긴 아이를 찾아오려는 미혼모 가영과 지극한 사랑으로 아이를 보살핀 위탁 엄마 은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보경 감독
진주에 있는 미디어센터내일과 영상기업 비디오팩토리는 11일 오후 7시 30분 롯데시네마 엠비씨네 진주 3관에서 무료 상영회 '시네마 리듬' 상영회를 연다. 이 상영회는 지역의 자생적인 영화 문화를 만들려는 취지로 분기별 1회씩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이 4회째다.이번 상영작은 영화 로 연기자로도 깊은 인상을 남긴 조현철 배우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수학여행 전날 교실에서 이상한 꿈을 꾸고, 갑자기 다치면서 여행을 못 가게 된 고교생 세미(박혜수 분)가 단짝 하은(김시은 분)을 찾아가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2022년 제27
한국계 셀린 송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한 영화 가 11일 오전(한국시각)에 열린 ‘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 오르며 완성도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비록 수상은 못 했지만, 한국 혹은 동양적인 정서가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이 영화는 지난 6일 개봉해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간단 줄거리12살의 어느 날, '해성(유태오 분)'의 인생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린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 분)'. 12년 후, '나영'은 뉴욕에서 작가의 꿈을 안고 살아가
'오컬트'란 주술이나 유령처럼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이고 신비로운 것들을 탐구하며 거기에 어떤 원리나 규칙이 있다고 여기는 문화를 말한다. 가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장재현 감독이 'K오컬트의 장인'으로 수식되면서 오컬트는 대중매체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 그럼에도 단어가 풍기는 뉘앙스 때문에 여전히 생소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공포영화 중에 귀신이나 퇴마사가 등장하면 흔히 오컬트로 분류되기 때문에 오컬트 영화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장르다.장재현 감독의 오컬트는 를 통해 독자적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김덕영)이 흥행하면서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 (감독 구자환)이 역조명 받고 있다. 이 영화는 해방 후부터 한국전쟁까지 계속된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민간인 학살을 생생하게 증언한다.현재 해원은 유튜브 구자환 감독 계정(@documob)에 무료로 공개돼 있다. 최근 개봉한 장편 영화로서 이례적인데, 구 감독이 젊은이들이 많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난해 7월 공개했다. ※영화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
날씨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갑자기 따뜻해졌다. 아직 시린 바람이 남아있지만 봄 공기만의 어딘지 모를 텁텁함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매일 아침, 출근 복장을 정하는 것도 고역인데 변덕스러운 날씨까지 고려해야 하니 묘하게 급해지는 아침 시간에 결국 기상 알람 설정을 10분 앞당겨 설정했다. 매달 영화 한 잔의 원고를 쓸 때, 그 달의 영화를 먼저 선정하기 보다 요즘의 날씨가 어떤지 먼저 떠올리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음을 또 한 번 느낀다. 영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는 말 그대로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워서
영화수다남해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소풍〉(감독 김용균)이 설 명절을 앞둔 지난 7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했습니다. 지역 배경 영화라 반갑기도 하고, 어떻게 지역을 담아냈나 궁금하기도 해 개봉 이튿날 주성희·백솔빈 기자가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간단 줄거리여든인 고은심(나문희 분)은 아들 송해웅(류승수 분)의 사업자금으로 대주느라 남아있는 건 도심 속 아파트 한 채뿐이다. 치킨 가맹점 사업을 하는 송해웅은 엄마 고은심의 돈으로 시작한 사업마저도 사기행각이 들통나 바닥을 보인다. 송해웅은 엄마의 사망 보험금에 손을 대려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에 피로감을 느끼시진 않나요? 다소 밍밍하지만 은은하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영화 한 편을 권해드립니다. 제목: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개봉일: 2011년 12월 22일 장르: 영화/드라마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러닝타임: 128분 보는 곳: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차, 네이버 시리즈온 영화 은 엄마, 아빠를 비롯한 가족이 화합하길 바라는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다.형 코이치는 규슈 남단 가고시마에서 엄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산다. 코이치는 창문을 열면 보이는
킬러들의 쇼핑몰 디즈니플러스 시리즈(8부작)어려서부터 '지안'을 키워온 유일한 가족 삼촌 '진만'이 갑자기 죽었다. 삼촌이 죽고 난 후 z킬러들이 지안의 집으로 몰려오는데. 알고 보니 지안의 집은 킬러들에게 무기를 팔던 '쇼핑몰'이었던 것. 삼촌의 비밀을 알게 될수록 점점 가까워지는 위협을 극복해야 하는 지안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우리나라처럼 총기규제가 있는 나라에서 킬러들에게 총기를 파는 쇼핑몰이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시리즈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현실은 잊고 푹 빠지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평
노을을 볼 때면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고 '지영'은 말했다. 지영의 하루는 평범해 보였다. 두 돌 된 딸과 산책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빨래를 개어 넣었다. 지영의 일상이,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그녀의 일생이 하나둘 스크린에 그려졌다. 보는 내내 가슴이 쿵, 쿵, 계속 내려앉는 것 같았다. 엄마가 떠올랐고, 딸을 키우는 누나가 떠올랐다. 외할머니가 떠올랐고 나의 유년 시절을 돌아봤다.머리가 크면서부터는 명절이 싫었다. 명절이란 그저 서로의 멀어진 간극을 가슴 뻐근하게 느끼는 서글픈 이벤트일 뿐이었다. 엄마와 숙모는 팔목이 닳도록 상을
인간은 본능적으로 죄로부터 멀어지기를 바란다. 대부분 사람은 죄를 짓지 않고 사회 규율을 따르며 삶을 지속해 나간다. 100% 범죄 중 97%를 특정 집단이 저지른다는 보고가 있다. 3%는 의도치 않게 일어나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비닐하우스에 사는 문정(김서형 분)은 아프다. 자기 뺨을 때리고 온몸을 내려치며 자해한다. 소년원에 있는 아들, 치매에 걸린 엄마, 불편하게 연락해 오는 남자, 노지에 덩그러니 서 있는 작은 비닐하우스. 이것이 문정이 가진 전부다. 이것들은 문정의 어깨를 짓누르며 스스로 뺨을 내려치게 하고, 순간순간
영화수다 경남도민일보 문화체육부 백솔빈 기자와 주성희 기자가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 수다'. 이번에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 편입니다. '엄청 감동적이다' 혹은 '실망했다'로 평이 선명하게 갈리는 영화인데, 두 기자는 어떻게 봤을까요. 솔빈 기자에게솔빈 기자가 '영화 수다'를 함께 하기로 하고 영화 을 같이 보자고 했을 때, 사실 망설였습니다. 가족의 해체로 가족의 의미를 다시 보여주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이번에는 얼마나 슬픈 이야기를 그려냈을까? 겁이 났습니다.영화는
새해가 왔다. 이 칼럼을 마주하는 모든 이들이 조건 없이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특별한 꿈을 가지고 살진 않더라도 막연히 품는 꿈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1월은 그 꿈에 얼마나 가까이 도달해있는지 가늠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어준다. 어릴 때부터 장래희망 같은 건 없었지만 막연히 동경했던 삶의 모습은 있었다. 17살 즈음에는 이런 문장으로 정리했다. '60살에는 명함(직업)을 5개쯤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직업들로 채울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문장을 만든 나이의 두 배가 될 때까지도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빛공방'은 2021년 경남영화아카데미를 함께 수료한 김진(41)·이기혜(44)·장가영(35) 감독이 만든 영화 동호회다. 이들은 이듬해인 2022년 〈어느 다행인 죽음〉(감독 장가영), 〈작은 하루〉(감독 김진) 두 편을 제작했다. 영화를 찍은 후 주부이자 감독으로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영화·여성·지역을 주제로 〈영화 찍는 마음〉이란 독립출판물을 만들었다. 또, 책을 만들며 들었던 고민과 출판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지역 독립출판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아 다큐멘터리 〈머물러 주는 곳, 머무르는 사람들〉도
영화 수다2009년부터 지역에서 꾸준히 영화를 만드는 최정민 감독의 영화 〈신세계로부터〉가 20일 전국에서 개봉했다. 텀블벅 후원으로 제작비를 마련한 점, 지역을 배경으로 삼아야 한다는 감독 나름의 원칙 등 궁금증한 점이 많았다. 개봉 첫날 지역에서 유일하게 이 영화를 상영하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씨네아트 리좀에서 문화체육부 백솔빈 기자와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우리는 무엇을 믿고 있나? 영화는 정하담 배우가 맡은 '명선'이 한 찜질방에서 통화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명선이 북한말을 쓰기에 관객들은 그가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매달 한 편의 영화로 지면의 반을 채우고 나면 다음 달에 소개할 영화를 생각하며 한 달을 보낸다. 이달에 소개할 영화 은 지난여름부터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던 작품이다. 이 완벽한 영화를 소개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이 영화를 겨울이 아닌 다른 계절에 쓴다는 것에 대한 이질감이 결국 글을 마무리 짓지 못하게 했다. 언젠간 꼭 쓰리라 다짐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서랍 깊은 곳에 넣어 두게 되는 영화였다. 기온이 날카로운 하강 곡선을 그리며 겨울의 중심으로 접어든 12월, 겨울다운 겨울이 찾아왔고, 드디어 이 영화를 다시 꺼내 놓게 되
올해 9월 지역 영화산업계에 큰 충격이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년 예산안에서 지역영화 관련 사업을 폐지하거나 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이다.지역별 영화협회와 영화인들은 9월 18일 '지역영화 네트워크'라는 이름 아래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지원사업'과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 지원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을 두고 '지역 영화 생태계를 파괴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경남에서는 미디어센터내일, 시네마켓픽쳐스, 영화로운, 공공미디어단잠, 박재현 감독과 이상진 감독이 공동 성명에 참여했다.경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