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있잖아요 =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특히 1학년 담임으로 평생을 헌신해 온 엮은이가 아이들의 글을 모아 펴냈던 40년 전의 책을 재단장하여 다시 출간한 책. "가족, 선생님, 친구들과 나눈 짧은 이야기 또는 집과 학교에서 겪은 일이 전부인, 사진이나 기록이라도 없으면 기억나지 않을 날이 대부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이 잊어버린 흔한 나날 속에서 새록새록 무언가를 발견하곤 한다." 가시마 가즈오 엮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김윤수 옮김. 112쪽. 주니어김영사. 1만 4800원. ◇마음이란 무엇일까? = 누구
바야흐로 봄이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원은희(64) 시조시인의 시조집 에도 봄은 앉았다. 지난겨울에 나왔으나 오히려 지금 더 읽을 맛이 나는 작품들이다."눈 덮인 겨울 언덕을 눈으로 밀어내자/ 수런대던 거실 한켠 햇살 바른 언덕 차지다/ 겨우내 눈 받아낸 바닥이/깨어나고 있었다" ('더디게 오는 봄' 전문)시인이 이후 20년 만에 발간한 두 번째 시조집이다. 20년 동안 더디게 찾아온 까닭일까, 시인은 마음껏 계절에 몸을 맡긴다."흙냄새 햇빛 냄새에/또 취하고 말았나 봄/연두 자국 번져 나와/천
"선생님, 포켓몬 책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데 여기는 왜 한 권도 없어요?" 어느 날 포켓몬을 좋아하는 초등학교 1학년 영찬이가 쉬는 시간에 학교 도서관을 찾았다."그럼 영찬이는 동물에 대해서 잘 알겠네? 동물 책을 포켓몬 책처럼 읽으면 포켓몬이라는 동물에 대해서 더 전문가가 될 수 있겠다. 어때?"이 말에 영찬이는 이후 동물 책이 가득한 '순수과학' 서가를 자주 찾게 됐다. 진주 한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일하는 김규미(46) 사서가 최근 낸 에는 이런 학교 도서관 이야기로 가득하다. 김 사서는
김은정 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쓴 은 문학 작품을 통한 묵상이자 일종의 신앙고백이다. 꼭 신자가 아니라도 독자는 김 교수가 풀어놓는 이야기를 통해 삶을 돌아보고 용기와 위로를 얻는다. 실제 '아' 하고 고개를 크게 끄덕일만한 내용이 가득하다.예를 들어 작가 박완서가 아들의 죽음을 겪으면서 기록한 일기를 모은 에서 고통과 슬픔에 몸부림 치던 박완서를 구원한 '주님의 한 말씀' 이야기를 소개한 부분을 보자."'주님은 왜 하필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시나?'라고 원망할 게 아니라 '왜 나라고 이런
◇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 = 147년 역사를 지닌 일본 도쿄 진보초 책방 거리. 일본 근대화 이후 오랜 시간 진보초에 자리 잡은 유서 깊은 서점,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된 젊은 서점 등 18곳을 찾아가 그들이 만든 역사와 지속 가능한 비결을 듣고 기록한 책. "진보초의 역사와 매력을 연구하는 미국인 지인은 처음 진보초에 갔을 때 동네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서점 같다고 생각했단다. 서점 한 곳 한 곳은 거대한 서가, 골목길은 서가에서 서가로 이동하는 통로. 책 구경하다 지치면 커피 한잔 마실 가게, 음식과 술이 맛있는 가게. 책을
"소녀 취향은 나를 문학적으로 성장시켰다. 이제는 이것을 받아들이기로 한다."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있는 이주라 문화평론가는 그의 책 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책에는 주말 아침 TV에서 방영하던 만화영화, 학교에서 선생님 몰래 읽던 연애 소설, 밤 열 시 가족과 함께 보던 드라마 등 이른바 '소녀 취향' 여성 서사를 통해 여성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형성해 온 과정이 담겼다.예를 들어 저자는 고전 을 원작 소설과 영상으로 재생산된 영상물을 토대로 분석한다. 원작은 캐나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
◇나는 똥이 좋아 = 소똥구리 더기는 '똥'을 좋아하는 자신의 특별한 식성을 친구들에게 숨기고 있다. 그의 똥 도시락도 놀이터에 감추고 몰래 먹는다. 과연 더기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친구들 앞에서 드러낼 수 있을까. "멋있어 보이는 벌레 친구들처럼 되고 싶은 소똥구리 더기는 인기와 관심을 쫓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친구들의 동조 압력 앞에 진실을 밝힐지 말지 갈등하는 더기의 상황은 우리 아이들이 학교 안과 밖에서 마주하게 되는 일들일지 모른다." 마크 펫 지음. 김소정 옮김. 44쪽. 두레아이들. 1만 4000원.◇라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가 쓴 에는 남성이 대다수인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10명이 등장한다. 김지나 화물 노동자, 김신혜 플랜트 용접 노동자, 김혜숙 먹매김 노동자, 신연옥 형틀 목수, 권원영 건설 현장 자재 정리 및 세대 청소 노동자, 정정숙 레미콘 운전 노동자, 하현아 철도차량정비원, 황점순 자동차 시트 제조 공장 노동자, 안형선 주택 수리 기사, 이아진 빌더 목수가 그들이다.책 부제는 '힘 좀 쓰는 언니들의 남초 직군 생존기'다. 박 기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 책을 내게 된 이유를 이렇
'2024 창원의 책'으로 일반 및 청소년 부문에 (김선미 지음), 어린이 부문에 (김혜정 지음), 그림책 부문에 (김유 지음), 창원문학 부문에 (김달님 지음)가 선정됐다. 에세이 는 자신을 키운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로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창원의 김달님 작가가 지난해 낸 책이다. 살면서 맞닥뜨린 상실과 아픔에 무너지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 기대어 앞으로 씩씩하게 나아가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청소년 소설 은 제1회 위즈덤하우
◇얘들아 걱정 마라, 내 인생 내가 산다 = 충북 괴산에 있는 비영리교육단체 괴산두레학교에서 뒤늦게 글을 배운 어르신들이 2014년부터 10년 동안 쓰고 그린 시화를 골라 엮은 책. 60대 후반에서 90세가 넘은 일흔아홉 분의 할머니, 네 분의 할아버지가 쓰고 그린 121편의 시화가 담겨 있다. "공부/ 재미지지만(재미있지만)/ 알딜 모태(알지를 못해) 소기 티진다(속이 터진다)" "28년 전에 가신 영감 보고 싶으다 (중략) 나 예순하나, 영감 예순넷/ 그냥 혼자 떠나갔지/ 하늘나라 살 만혀?/ 나는 아직 멀었어 (중략) 좋은 자
자은 이수오(77) 전 창원대 총장은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를 졸업한 생물공학자다. 그는 또 계간 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고, 칼럼니스트이자, 수필가다. 동양고전에도 조예가 깊어 , 등 책도 계속 내고 있다. 최근에 나온 도 그 연장선에 있다. 먼저 책 내용 중에 제목에 있는 '숲'에 관한 이야기부터 들어보자."숲속 걷기를 거듭하면 할수록 많은 것을 느끼고 또 얻게 된다. 그중에서 가장 절실하게 온몸에 와닿는 것으로 세 가지가 있다.
자연과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감동을 주는 박미정 동화 작가가 최근 낸 은 별을 만나러 가는 세 친구 이야기다. 매일 지붕으로 올라가 별 이야기를 하는 고양이와 수탉이 있다. 평소에 둘은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사이다."지붕으로 올라간 닭과 고양이는 무엇을 하는 걸까요? 고양이가 손 망원경을 만들어 하늘을 보며 말했어요. '오늘도 별들이 다정하게 이야기하고 있어.' '그러게. 행복해 보여.' 고양이는 갑자기 얼굴을 찡그리더니 말했어요. '우리 집 강아지와 또 싸웠어.' 닭은 목을 파르르 떨며 말했어요. '난
◇'한 사람' 협동조합 = 김기섭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 연구활동가가 10여 년에 걸쳐 이어온 협동조합 3부작 마지막 책. 인간의 협동과 그 확장이 결국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해 가는 길임을 강조한다. "'협동조합의 정체성'은 '협동조합에 관한 우리의 정체성'이고, '우리의 정체성'은 결국 '나의 정체성'에서 나온다.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말을 찾고 다른 조합원과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서 내가 나임을 자각하는 것, 내 존재의 가치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인정받는 것, 이로 인해 내가 살아가는 의미와 힘을 갖게 되는
◇위기탈출도감 = 신칸센 기관사를 거쳐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그림책 작가가 된, 독특한 이력의 스즈키 노리타케의 신작. 아동서로는 이례적으로 지난해 일본에서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우유를 쏟았는데, 쏟은 우유를 처리하려다 컵을 쓰러뜨렸다거나, 껌을 씹다 삼켜버렸다거나, 바지 주머니에 물건을 넣은 채로 빨래를 돌리거나, 수거 통을 빼고 연필깎이를 돌렸거나,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졌거나. 어른이든 아이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위기의 순간들이다. 이 책은 그런 위기들, 위기에 위기를 더한 순간들, 위기에서 벗어나는
경남대 공과대 명예교수로 있는 한판암 수필가의 은 어떤 혜안을 담고 있지는 않다. 작가의 표현대로 '밋밋한 삶'을 영위하다 산수(傘壽·80세)에 쓴 일상적인 글이다. 오히려 그래서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나이 여든에 낸 열아홉 번째 수필집이다. 지난해 에 이어 꼭 한 해 만에 나온 두툼한 책. 20년 전 수필가로 등단한 후 거의 매년 한 권씩이니 대단한 집필 열정이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특별한 변고가 없는 한 글을 쓸 게다. 하지만, 세상의 흐름이나 타인의 마음을 읽거나
동네책방 운영은 롤러코스터 타기와 같다. 책방 대표들은 불쑥불쑥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질문들, 예컨대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혹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과 마주한다. 진주 동네책방 보틀북스 채도운(32) 대표가 쓴 책 에도 이런 고민이 가득하다. 이 책은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에세이집이다."오늘 꿋꿋하게 영업시간을 버텼다. 결국 끝날 때까지 단 한 명의 손님도 오지 않았다. 집에 있을 아이와 짝꿍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
고 김오랑 중령 아내 고 백영옥(1948~1991) 여사는 생전 자신을 두고 '12월의 여인'이라 말했다. 12월에 태어나 12월에 결혼했고, 12월에 남편을 잃었기 때문이다. 김 중령은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이 이끈 신군부 군사반란 때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체포하려 사령부에 들이닥친 반란군과 교전 중 전사했다.백 여사는 1988년 자전 에세이 를 광명출판사에서 '백수린'이란 이름으로 출간했다. 하지만, 군사반란 핵심인 노태우가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던 시기였기에 책은 배포될 수 없었다. 지난달 29일
올해는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1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달 30일부터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전남-경남 청년작가 교류전시 에서 '밀양 할매'를 만났다. 창원 출신 한혜림 작가의 영상 작품 '소리로 쌓은 탑'에서다.이즈음 김영희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쓴 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김 교수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밀양 탈송전탑 탈핵 운동에 참여했던 주민, 활동가, 연대자와 한 구술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다. 저자는 학술과 구술 경계선에서 독자가 설령 밀양 탈송전탑 탈핵 운동을 잘 모르
◇나답게 나이 드는 즐거움 = 59세에 병원에서 퇴직한 후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삶을 즐기며 현재 대만에서 가장 닮고 싶은 노년 롤모델이 된 류슈즈 작가의 인생조언. "노년도 계속해서 성장해가는 과정이다. 인생은 봄에 밭을 갈고 여름에 작물을 심고 가을에 수확하고 겨울에 저장하는 사계절과 같다. 젊은 시절에 노력해서 일구어온 것들을 나이가 들면서 축적하는 것이다. 무병장수만을 꿈꾸기보다 병에 걸리면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병에 걸리지 않았으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활기차게 살아가면 된다." 박주선 옮김. 212쪽
은퇴 이후에도 삶은 흐른다. 최근 나온 는 은퇴 이후 아니 그 전이라도 자신을 더 사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나'라는 메이커(Maker)는 전 세계에서 나뿐이다. 자신감과 프라이드를 가져야 한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나를 위해줄 사람은 없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뛰어남을 잘 모른다. 그러나 나 자신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나고 멋지다."저자 조용호(69) 작가는 에서 편집국장, 부사장을 지내고 55세에 경남대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받았다. 퇴직 후 세인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