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화 창원 용남초교 교사
학생들과 환경동아리 활동
기후위기 알리는 책도 써내

환경문제 공부·탄소 줄이기 실천
학부모·상인에게 알려 참여 확산

"생태감수성 가득한 아이들이
정치·기업·기술 바꿀 어른 될 것
그것이 궁극적인 목표예요"

창원 용남초등학교 4학년 한 교실. 이곳에는 휴지와 물티슈가 없다. 대신 학생들이 집에서 가져온 마른걸레가 교실 뒤편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그 옆에는 <바나나가 정말 없어진다고?>, <안녕, 나의 고래> 등 환경교육 책이 꽂혀 있고, 컵라면에 들어가는 야자나무 팜유 추출로 오랑우탄과 같은 동물의 집이 파괴된다는 사실을 알고 학생들이 그린 그림이 붙어 있다.

이 교실 담임교사는 <이토록 멋진 지구의 아이들 - 개정교육과정을 담은 지속 가능한 생태전환교육 이야기>(시대인·296쪽)를 펴낸 임성화(44) 교사다. 지난 14일 오후 이 교실에서 임 교사를 만났다.

임성화(맨 왼쪽) 창원 용남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책 '이토록 멋진 지구의 아이들'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임성화 교사
임성화(맨 왼쪽) 창원 용남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책 '이토록 멋진 지구의 아이들'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임성화 교사

◇"엄마는 학교 선생님이니까" = 임 교사는 그의 소식을 기사 등으로 접한 출판사 제안으로 책을 쓰게 됐다. 앞서 5년간 일한 무동초교, 올해로 2년째인 용남초교에서 잇따라 그는 학생들과 함께 '그린그램' 환경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초록을 1g 더 늘려주세요'라는 뜻으로 학생들이 만든 이름이다. 임 교사는 학생들의 변화를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에는 임 교사의 환경 수필, 교실에서 실천하는 수업, 학생들의 일기가 담겨 있다.

동아리 운영 성과로 2021년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다. 2022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녹색기후상' 시상식에서 교사로는 유일하게 우수상을 받았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최근 누리소통망(SNS)에서 임 교사가 쓴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그가 환경에 관심을 둔 계기는 코로나19였다.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 중 꾸따 비치에서 환경보호단체가 마련한 거북이 방생에 참여했는데,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해 거북이 또한 멸종 위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 약간 생태감수성이 생겼던 것 같아요. 집에 있는 아이가 엄마는 학교 선생님이니까 지구 온난화를 학생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얘기하더라고요. 그 순간이 충격이었고 부끄러웠다고 해야 할까요. 이제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코로나19의 시작을 맞이했던 거예요."

이후 경남교육청에서 진행하던 생태전환교육 실천교사단에도 참여하게 됐다. 생태전환교육은 기후위기 대응,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 생각과 행동의 총체적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을 말한다.

창원 용남초등학교 학생들이 인근 반송시장에서 '용기 내 프로젝트'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를 홍보하고 있다. /임성화 교사
창원 용남초등학교 학생들이 인근 반송시장에서 '용기 내 프로젝트'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를 홍보하고 있다. /임성화 교사
임성화 교사와 함께 다양한 기후행동 실천을 했던 창원 무동초등학교 학생들. /임성화 교사
임성화 교사와 함께 다양한 기후행동 실천을 했던 창원 무동초등학교 학생들. /임성화 교사

◇모든 과목 시간 기후행동 실천 = 처음에는 환경동아리가 반 학생 중심으로 15명으로 시작했는데, 지난해만 해도 학생 40명이 함께했다. 그동안 무동초교와 용남초교 학생들은 길거리 버려진 담배꽁초를 주워 담배 제조회사로 보내는 '꽁초어택(attack·공격)', 시가랩(cigarap·담배꽁초를 싸는 특수 재질 포장지) 디자인에 학생들이 그린 포스터 반영 같은 환경운동을 펼쳤다. 아울러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 부착 △남긴 음식 없는 식판 △쓰레기를 활용한 미술 수업 등 다양한 실천을 했다.

임 교사는 매년 3월 첫째 주 학부모에게도 생태전환교육을 알리고, 학생들에게는 달력을 보여준다. 1월을 빼고 2월부터 12월까지 모든 달에 환경과 관련한 날이 있어서다. 학생들은 3월 세계 물의 날(22일), 4월 종이 안 쓰는 날(4일)·식목일(5일)·지구의 날(22일), 5월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22일), 6월 환경의 날(5일) 등을 알아가고, 가정이나 사회에서 실천할 내용을 함께 편성한다.

국어·수학·사회 등 모든 과목에서 기후위기를 이야기하고 이를 해결할 기후행동을 고민한다. 임 교사는 지난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함께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어떤 환경 요소가 들어가면 좋을지 연구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4학년 수학에서는 막대그래프, 꺾은선그래프 등을 배우는데요. 일주일 또는 한 달 동안 가정에서 배출하는 플라스틱량을 조사해요. 플라스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쓰레기 문제를 먼저 공부하고, 조사 내용으로 교실에서 그래프 만들기를 해봐요."

서울 망원시장 사례를 보고 학교 인근 음식점과 반송시장에서 진행해온 '용기 내 챌린지'는 올해 더 확대될 예정이다. 지난해 동아리 예산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올해는 창원시 환경정책과도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함께하기로 했다. 지역사회 많은 시민이 참여할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환경의 날이 있는 6월, 일회용품 없이 살아보기를 4년째 계속하고 있어요. 시장 상인들과도 협업을 해요. '용남초등학교'라는 쿠폰을 가지고 학생이나 학부모, 교직원이 시장을 찾았을 때 반찬 그릇을 챙겨가면 반찬을 더 담아주거나 이런 기후행동에 용기를 심어주려고 할인도 해주는 업체들을 저희가 구하러 다니거든요. 일대일로 만나 설득하고 함께해달라고 요청해요. 텀블러를 가지고 오면 커피숍에서는 500원 할인, 떡볶이집은 1인분 주문 때 300원 할인 등 약속을 5월에 정하고 6월 한 달간 실천하는 거예요."

임성화 창원 용남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임성화 창원 용남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생태시민으로 커가는 아이들 = 환경동아리를 운영하고 수업 내용도 바꾸면서 임 교사 스스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 역시 유명 가맹점 커피를 일회용 컵에 마시면서 SNS에 올리기를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쓰레기는 분리 배출만 잘하면 재활용이 되는 줄 알았는데 학생들과 공부하다 보니 현실은 달랐어요. 우리나라는 재활용률이 너무 낮았고 내가 버린 쓰레기가 어디 가서 계속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헌옷도 거의 모두 재활용되지 않고 빈곤한 나라로 수출되는데요. 지속 가능한 소비를 공부하다 보니 학생들도 저에게 그 옷 새로 산 거 아니냐고 물어봐요."

채식에 관심이 생겨 식물 줄기세포를 활용한 고기를 연구하고 싶다는 학생, 중학교에 진학해 환경 동아리를 만들었다는 학생 등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학생들 또한 기후위기를 정면으로 겪은 세대가 됐다. 코로나 이후 사회적으로 기후 문제에 둔감해진 측면이 있지만 일상에서 위기를 만나고 있다.

"학생들에게 지금은 자주 보는 사과·배·감 등이 나중에는 역사에서만 보는 과일이 될 수도 있고, 쉽게 보지 못한 열대 과일이 우리나라 과일 지도로 올라올 수 있다는 얘기도 하거든요."

임 교사는 학생과 시민의 소소한 실천도 있어야 하지만, 정부 정책이나 제도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환경부도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다시 완화해버렸잖아요. 전주시 버드나무 벌목이나 도로를 내겠다고 깎아버린 제주도 비자림 등 사례를 보면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산림 훼손 금지나 쓰레기와 일회용품 사용 규제 등은 위에서 정책으로 마련해줘야 하는데, 안 되고 있어요. 사실 시민들 가운데 혼자 발버둥치다가 중간에 포기한 사람도 있고, 약간의 우울증을 앓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상황은 생태전환교육 목적을 되새기게 한다.

"아이들이 기후변화를 알고 체감해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도 중요한데, 결국 자라서 유권자가 되잖아요? 지구 환경에 조금이라도 덜 해를 끼치는 정당을 선택할 수 있고, 그런 기업을 지지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더 지속 가능한 지구 사용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으로 키워내는 게 궁극적인 목표에요. 그렇게 되려면 생태감수성을 키우고 소소한 실천도 해보고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해봐야 해서 우리는 지금 그 단계를 밟고 있어요. 교육이 나중에는 그런 결실을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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