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주기 기획
오늘도 기억·책임·약속

2.책임
(2)정치와 언론의 무책임

세월호 참사는 한국 언론과 정치의 무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이 참사는 승객 304명을 구조하지 못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언론의 ‘전원 구조’ 오보부터 단독 경쟁과 받아쓰기 보도 등 참사는 계속됐다. 정치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희생자 아픔을 공감하고 갈등을 봉합해야 할 정치인들은 오히려 2차 가해를 부추기고 유가족을 몰아세웠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한국 언론과 정치는 얼마나 변했을까. 매년 4월 16일이면 반성문 같은 보도와 논평을 내놓지만 무너진 탑을 다시 세우기에는 역부족이다. 10년간 언론과 정치는 종종 실패했고 자주 퇴보했다.

해양수산부 직원들이 2014년 4월 16일 오전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당시 뉴스에서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가 흘러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해양수산부 직원들이 2014년 4월 16일 오전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당시 뉴스에서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가 흘러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되풀이되는 참사 =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막을 수 있는 ‘인재’는 반복됐다. 2022년 10월 서울 이태원에서 159명이 목숨을 잃었고 2023년 7월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에서 14명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닮은꼴 참사가 이어지는 동안 언론과 정치 역시 길을 잃기 일쑤였다. 세월호 10주기를 앞두고 KBS는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불방을 결정했다. 4월 18일 방영 예정인 다큐멘터리가 4월 10일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정치인 ‘막말’도 이어졌다. 김미나(국민의힘·비례) 창원시의원은 2022년 1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태원 참사 관련 막말을 쏟아냈다. 김 의원은 “제2의 세월호냐”, “나라 구하다 죽었냐”, “민주당 저것들은 노란 리본 한 8~9년 우려먹고 이제 깜장리본 달고 얼마나 우려먹을까”, “시체팔이 족속들”이라고 적었다.

논란이 커지자 창원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김 의원에게 시의회 출석정지 30일을 내렸다. 국민의힘 경남도당 윤리위원회는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다. 의원직 유지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사실상 ‘솜방망이’ 징계였다.

김 의원은 지난해 9월 모욕 혐의로 받은 재판에서도 의원직을 지켜냈다. 그가 받은 징역 3개월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2년) 형의 선고를 미루는 형태로 의원직은 유지된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2차 가해 유도하는 발언과 보도

유가족 피해 회복 늦추고 방해

"피해자다움 강요해서는 안 돼"

◇‘슬픈 유가족’으로만 규정 당한 지난 10년 =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째 되는 해 유가족들은 걷고 또 걸었다. 지난 2월 25일 제주를 시작으로 3월 16일 서울 도착 때까지 모두 27개 지역을 방문했다. 봄이 미처 오기도 전에 이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명료했다. 세월호 참사 진실을 찾고 책임을 물으며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달리 말하면 여전히 현실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던 그날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가족들은 꿈쩍 않는 현실에 절망하고 분노했다. 그러는 사이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는 언론과 정치에 대한 불신은 깊어만 갔다.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고 진윤희 양 어머니)은 “참사 이전에는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을 아무 의심 없이 믿었다”면서 “참사 직후 벌어진 오보부터 정부 말만 받아쓰는 언론을 보면서 내가 알고 있던 언론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 무방비 상태였던 유가족들을 무차별적으로 취재하던 언론을 여전히 기억한다.

김 사무처장은 “생존 아이들 얼굴을 아무렇게나 찍거나 누구 한 명이 쓰러지면 그리로 우르르 몰려가 찍기도 했다”며 “아픔에 대한 공감 없이 일방적으로 심정만 되묻는 식의 취재도 많았는데, 그런 태도는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세월호참사10주기위원회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인근에서 연 '세월호 10주기 전국시민행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세월호참사10주기위원회가 지난 3월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인근에서 연 '세월호 10주기 전국시민행진'에 참가한 유족들과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예년보다 유독 더 많은 인터뷰 등을 비롯한 취재 요청이 쏟아졌다.

김 사무처장은 “언론에서는 10주기라 그런지 그동안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유가족이나 생존자 중심으로 취재 요청이 많이 들어왔었다”며 “지금까지 모습을 감춘 분들은 다 이유가 있을 텐데 그분들을 고집하는 것을 볼 때면 씁쓸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그저 ‘슬프고 안타까운 일’ 정도로만 한정 지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처장은 “유가족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참사 근본 원인은 무엇인지 묻는 말인데 언론에서는 여전히 아프고 감정에 호소하는 이야기만 취급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며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이나 추모공원 조성 등 실질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타인 아픔에 공감하지 않는 사회 = 세월호 참사에 함께 슬퍼하고 연대한 시민이 대다수였지만, 꾸준히 혐오·비방 표현을 일삼은 이들도 존재했다. 사실 관계가 바로잡히고 시간이 흘러도 이들 인식은 쉽사리 변하지 않았다.

유해정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 함께’ 센터장은 그 원인을 재난에 대한 사회적 원칙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 센터장은 “재난 발생 초기에는 동료 시민으로서 안타까움이나 성찰, 자책 등을 느끼지만 재난으로 인한 피해자 권리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되레 그 피해를 근거로 무언가 요구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내비친다”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은 재난 참사 피해 회복을 위해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이루어져 가던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난 피해자들의 궁극적 목적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 제도를 바꿔 달라는 것”이라며 “이들 요구를 정쟁화하고 이익 문제로 접근할 때 우리는 비슷한 재난을 막을 기회를 날리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센터장은 비일상적 재난 상황에서는 언론과 정치, 국가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난은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 쉽게 정쟁화돼 왔는데, 언론 역시 이를 부추겼다”며 “그 과정에서 언론은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와 혐오를 생산하고 증폭하고 유통했다”고 말했다.

이어 “떠나간 이의 죽음을 개인을 넘어 사회적 죽음으로 인정해야 나아갈 수 있다”며 “재난 피해자에 대한 묘사도 피해자로 국한하는 게 아니라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그들 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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