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담는다. 울긋불긋 물든 길을 걷는다. 솔솔바람이 스칠 때마다 감색 고운 선율을 탄다. 아이들이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 주황빛으로 익어가고 있다. 재잘대는 아이는 창공을 비상하고 고개를 숙이고 걷는 아이는 길 위의 철학자처럼 고뇌의 표정을 짓는다. 가을 바람이 아이들을 황금빛 주단에 올려놓았다. 어느새 강렬한 빛이 유순해진다. 빛의 속도는 멈추고 빛깔은 홍당무로 변신한다. 이를 필자는 아이들이 움직임에 따라 출렁이는 ‘아이 색깔’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김해 대청천의 가을 숲이 깊어가고 있다. 아이들이 손을 잡고 하천변을 걷는다.
바람이 차지다. 아니 살랑해서 더 차지다. 나뭇잎이 켜켜이 쌓이고 지나간 마음들이 모인다. 흩날리던 낙엽도 어느새 자리를 잡고 길 위에다 둥지를 짓고 손짓한다. ‘바스락’ 이어 붙인 음절이 다시 ‘바스락’ 소리를 만든다. 그러니 가을은 소리의 계절이다. 귀 기울이면 찰랑한 유년의 소리가 따라오고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숲으로 퍼진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바람도 모이고, 잎도 흔들리고 나무도 환하게 반긴다.김해 ‘대청천’ 숲을 걷던 한 아이는 큰 잎을 들며 “하트모양이에요.”라고 말하고, 또 어떤 아이는 마음에 드는 잎사귀 하나를 고르려
길 위에 선다. 아니 마음이 먼저 길을 걷는다. 길에는 사연이 포개진 오랜 친구도 있다. 기억이 길을 만들면 스쳐 간 인연이 손짓한다. 길을 걸을 때는 가슴에 와 닿는 바람만 있어도 그냥 좋더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길은 마음 벽부터 허물어진다. 가을에 걷는 길은 혼자 걷는 길도 좋고 당신이 동행해주면 기쁨이 몇 배는 될 것이다. 길에는 책에 없는 것, 옳고 그름의 잣대로 재단하지 않아도 되는 내면이라는 샘물이 솟고 영감이 꿈틀거린다. 이는 ‘초심’의 영역을 넓히는 ‘양심’이다. 그러니 우리가 걷는 길은 맑고 투명한 길이다.그
요즘은 만물의 근원적인 생장 통로인 절기가 무색하다. 입추와 처서는 가을이 왔다는 느낌이지만 햇살은 여전히 뜨겁다. 계절의 경계는 여전히 철옹성이고 여름나기는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예고 없이 쏟아지는 소낙비와 숨 막히는 폭염은 동시대가 감당하는 일상의 풍경이 되었다. 그러나 기후 위기 시대에도 자연만큼은 언제나 아이들의 놀이터이면서 배움터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매미는 몸을 떨며 울어대고 풀벌레의 향연은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말들과 화음을 이룬다. 아이들에게는 여름이 신나는 놀이의 계절이다. 불볕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절의 리듬을
무대 한쪽이 스르르 열린다. 침묵을 걷어낸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고 코끼리들이 뚜벅뚜벅 걸어 나온다. '논다는 것은' 신명이 올라와 둥둥둥 북소리를 낸다는 것. 크고 작은 코끼리 엉덩이가 겹치고 느리거나 빠른 리듬을 탄다. 어떤 녀석은 마음 급한지 발자국 리듬을 높이면서 걸어온다. 복슬복슬한 코끼리, 홀쭉한 코끼리와 뒤뚱뒤뚱한 코끼리들이 각자 다른 생김새와 움직임으로 한바탕 춤추고 받아들이고 내지르면서 어우러진다. 하나의 생태계처럼 놀이마당을 휘젓고 다닌다.그때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린다. "저! 마음만 코끼리여도 되나요?" 망설임 가
끼익. 삐걱삐걱. 용쓰는 아이들이 펌프 손잡이를 두 손으로 꽉 잡고 힘껏 누른다. 마치 밤하늘 예열로 데워지는 착한 별처럼 물을 받기 위해 '꾸르륵', '꾸르륵' 소리를 만든다. 고개를 요리조리 돌리면서 갸우뚱거리는 아이에게 물 한 바가지 부어 주었다. 시동을 건 펌프가 일순간 생기가 돌면서 꿀렁거린다. 아이들의 눈망울은 반짝이고 손놀림이 빨라진다. 물방울이 솟아오르자 "우~와 우~와" 물벼락 맞겠다면서 환호성을 지른다. "쑤우욱, 쏴아악" 땅속 깊은 곳에서 물줄기가 솟구친다. 서로 번갈아 가면서 펌프질을 하려고 달려들고 손 내밀고
봄빛 머금은 5월의 잎사귀에 빗방울이 맺힌다. 나뭇가지에 앉은 새들은 미동을 접고 잠시 숨 고르기를 한다. 촉촉한 숨결을 들이마시는 꽃들은 제철 군락을 이루는 풀처럼 조바심이 없다. 어느새 봄비 멈추고 연두 잎 사이로 햇살이 스며든다. 아카시아 꽃향기는 살랑거리는 바람결을 탄다. 조용히, 넓게 향기를 배달한다. "딩동! 딩동!" 축제가 열렸다. 수런수런 분위기 띄우고 뾰족뾰족 올라온 봄 새싹 동심들이 손을 맞추며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이 정성껏 준비한 재롱은 세대를 허문다. "예쁘다, 귀엽다"라는 말씀에 아이들의 눈동자는 해맑은 눈
4월은 살랑한 바람이 연초록을 응원하는 계절이다. 햇살이 나무 사이를 부드럽게 파고들고 새들은 목청껏 지저귄다. 꾸물꾸물, 꿈틀꿈틀, 꼬물꼬물 몸을 비틀고 간지럼 태우는 애벌레 한 마리를 무릎 위에 살짝 올렸다. 이 광경을 지켜본 아이들의 반짝거리는 눈망울이 모여든다. 에릭 칼의 그림책의 첫 장을 넘기니 노랑, 파랑, 초록, 빨강 여러 색깔이 퍼즐처럼 널리어 있다. 각각의 색깔 속 동그라미는 줄지어놓은 듯 나란히 걸어간다. 호기심이 호기심을 낳는 아이들도 동심원을 그리며 귀를 쫑긋 세운다. 해님은 웃고 달님
토닥토닥, 토닥토닥! 흙내음이 상큼하다. 발바닥과 손끝에서, 떠도는 공기에서, 재잘대는 목청에서 자연의 감촉을 느끼는 벅찬 순간이다. 맑은 얼굴을 가까이 갖다 대면서 흙 살을 두들긴다. 겨우내 찬 공기를 온몸으로 맞았던 텅 빈 화분은 사랑이 고팠는지 흙삽으로 마구 흔들어대도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한다. 인연을 반기는 게 섭리인지라 순순히 제 몸을 내어준다.봄은 마음에서 먼저 온다고 한다. 봄 마중 나온 아이를 햇살과 구름이 두 손 벌려 반긴다. 덩달아 흙살을 열어주고, 그 사이를 아이들이 비집고 파헤친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김해 화포천은 겨울인데도 그곳에 가면 풍경 아닌 것이 없다. 물과 흙과 생명이 숨을 쉬지, 이른 아침 습지에는 생명이 꿈틀거리고 물안개도 피어오르지, 숲을 걷어낸 나무 사이로 휘젓는 새들이 이리 고운 음색을 캐내지, 천변은 두 손 벌리고 걸어도 조금도 지루할 틈도 주지 않는 길이다. 화포천 어디를 둘러보아도 인위적 경계를 구획하지 않으며 요란한 겉멋이 없다.길손이 온다는 것을 감지했을까. 큰 기러기 떼가 호기만발하게 겨울 들판을 꽉 메웠다. 종알거리던 아이들과 눈 맵시로 그윽해진 선생님들은 창가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손을 흔들었다.
창가에 기대서서 호수공원을 보고 있다. 붉은 불빛이 같은 간격으로 서로 비추고 있다. 구슬이 구슬을 꿰고 비춘다는 '인드라망'처럼 이 불빛이 생명공동체의 화신으로 다가온다, 서로 손을 맞잡고 마음을 나누고 공감이 스며드는 공동체는 그 사회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시나브로 불빛을 받은 호수는 잔잔하다. 나도 조금씩 평온해진다. 내가 서 있는 교육적 토양이 아슬아슬하지만 거기서 유아교육의 희망을 걸어야 하고 미래를 담보해야 한다.◇영유아학교 기관장 직무연수 현장 = 전국에서 모인 (가칭)영유아학교 기관장 150여 명은 2박 3일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