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주기 기획
오늘도 기억·책임·약속
3. 약속
(2) 아픔 보듬는 미래
사고 예방보다 사후 대응에 치중하는 안전 관리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사회적 체질 개선은 더디다. 구조 개선을 이끌어야 할 국회는 참사 피해자 요구를 반영한 입법에 속도를 붙이지 못하고 있다. 22대 국회는 체질 개선에 나설 수 있을까. 4.10 총선 경남지역 당선자들이 내놓은 안전 관련 공약을 다시 봤다.
◇경남 총선 당선자 안전 공약 = 강민국(국민의힘·진주 을) 당선자는 △안심 골목길·여성 안심 거리 조성 △어린이 보호구역 개선 사업 활성화 △중고등학교 안전 통학로 구축 등을 공약했다.
박대출(국민의힘·진주 갑) 의원은 △국토안전실증센터 설립 추진 △혁신도시 아파트 단지 주변 교통안전시설 확충 △경찰·소방 노후 시설 개선 등을 언급했다.
박상웅(국민의힘·밀양의령함안창녕) 당선자는 △스토킹·가정폭력·성폭력 예방 안심 주소 도입 △주거침입 동작 감지 센서 설치 △귀갓길 동행벨 설치 등을 약속했다.
윤영석(국민의힘·양산 갑) 당선자 공약은 △원도심 도시 침수 예방시설 국비 확보 △도로 조명시설 조도 향상 △양산경찰서 인력 확대 △물금지구대·하북파출소 신축 등이다.
사회적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꾸준히 요구했던 안전 체계
개선과 거리 먼 공약 '다수'
정점식(국민의힘·통영고성) 당선자는 △군 종합안전센터 설립 △군대 안전사고 대응 △군 장병 상해보험 시행 등을 내세웠다.
김태호(국민의힘·양산 을) 당선자는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법’ 개정을 약속했는데, 안전보다 원전 주변 지역 확대와 혜택에 쏠린 공약이다.
나머지 당선자들 공약에서는 안전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찾을 수 없다. 당선자 공약을 보면 사회적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꾸준히 요구했던 안전 체계 개선과 거리가 있다. 대체로 지역구 환경 개선과 민원에 공약이 쏠린 편이다. 공약만으로는 당장 체질 개선 동력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참사 때 작동하지 않는 안전 체계 = 안전한 사회로 가는 체질 개선에 앞서 현행법이 규정한 사고 대응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꽤 심각하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을 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장은 대규모 재난이 일어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실무반을 편성하고 상황실을 설치해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때도 대응 체계는 즉시 가동되지 않았다. 컨트롤타워 부재와 현장에서 혼선은 사태를 최악으로 몰아갔다. 경찰·소방·해경 간 원활한 소통을 목적으로 만든 재난안전통신망은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
정지범 울산과학기술원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는 “세월호·이태원 참사 때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현장 대응”이라며 “공무원들이 1~2년 주기로 자리를 옮기다 보니 경험도 부족하고 대처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경험 많은 공무원들이 비상 상황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별도로 재난청을 두고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업무 전문성과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트라우마 피해 지원 병행돼야 = 사회적 참사 이후 사고 예방과 수습을 넘어 사후 관리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이 지난 16일 끝나면서 이들을 또 다른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 현재 국회는 피해자 의료비 지원 기한을 5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형평성, 재정건전성 등을 내세워 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트라우마 회복 속도는 유형마다 다르다”면서 “재난 후 개인마다 겪는 상황도 모두 다르기에 회복 경과를 딱 잘라서 어떻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음과 몸 병들게 하는 트라우마
국가 의료지원 폭 넓게 이뤄져야
회복할 때까지 무기한 지원 필요
그는 “피해 지원은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고 피해 당사자들이 당연히 지원받아야 할 권리”라며 “지원을 중단하면 피해자들은 또 한 번 국가에 거부당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는 재해 복구 과정에서 사고 대응과 지원 체계가 유기적으로 잘 맞물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며 “우리로서는 당사자들이 누락되거나 중복되는 일 없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내부 역량을 키워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한 숙제”라고 말했다. <끝>
/최석환 기자
세월호 참사 기억식 제목 '기억·책임·약속', 세 단어가 주는 무게감을 되새기며 여섯 차례에 걸쳐 지역사회를 돌아봅니다.
1. 기억
(1) 열 번째 기억하는 봄: 세월호 공부하는 아이들 "작은 추모라도 세상 바꾸는 힘이 된다면 계속해야죠"
(2) 기록되지 않는 참사: 돗대산 항공기 추락·세종병원 화재...기억을 하십니까
2. 책임
(1) 피해자는 있고 책임자는 없다: 참사 때마다 피해자만 '부각'...가해자 빠진 진상규명 역사 반복
(2) 정치와 언론의 무책임: 참사로 덧난 상처 후벼 판 언론·정치..."사회적 죽음으로 받아들여야"
3. 약속
(1) 잊지 않는 사람들: "아직도 세월호냐"는 사람들은 모른다, 기억은 힘이 세다는 걸
(2) 아픔 보듬는 미래: 세월호 그 후 10년...안전한 사회, 아직 멀었다(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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