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교육부 통합학교 지원 체험학습
미국 동부 또는 서유럽 30명씩 8박 10일간
스스로 과제 탐구 "다른 세상 보며 시야 넓혀"
후배들과 경험 나누고 후기 담은 책도 써내
직접 표지 그리고 목차 만드는 등 협업 제작

창원 구암중 출신 박서영·손민아·정민정·김지환 학생과 임지영 교사(맨 왼쪽부터)가 '국외진로체험학습' 모든 과정을 기록한 책 '더 넓은 세상을 향해, 그리고 더 큰 꿈을 향해'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이동욱 기자
창원 구암중 출신 박서영·손민아·정민정·김지환 학생과 임지영 교사(맨 왼쪽부터)가 '국외진로체험학습' 모든 과정을 기록한 책 '더 넓은 세상을 향해, 그리고 더 큰 꿈을 향해'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이동욱 기자

창원 구암중학교 졸업생들이 '국외진로체험학습'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책으로 펴냈다. <더 넓은 세상을 향해, 그리고 더 큰 꿈을 향해>(255쪽)는 이달부터 온라인 책 판매 사이트에서도 살 수 있다. 제작 비용이 들지 않고 전자책으로 낼 수 있는 자가출판플랫폼 '부크크(Bookk)'에서 발간한 책이다.

특히 수익은 학교에 기부해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기로 했다. 지난 23일 구암중 도서실에서 김지환·손민아·정민정(구암고 1학년) 학생, 박서영(무학여고 1학년) 학생, 임지영 지도교사를 만났다.

지난해 8월 교육부 통합학교(구암중-구암여중) 지원금으로 국외체험학습을 했던 중3 학생들은 이제 고교 1학년이 됐다. 학생들은 중학교와 달리 너무 바쁘다고 느끼지만 여전히 설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구암중 학생 117명은 미국 동부와 서유럽, 1·2기로 나눠 30여 명씩 8박 10일간 체험학습을 했다. 참가 학생들은 체험학습에 앞서 스스로 과제를 준비하고 탐구했다. 예를 들어 지환 학생은 스위스 융프라우로 가는 방법과 산악열차·케이블카 등을 조사했다. 민정 학생은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바티칸 박물관과 천지창조를 그린 미켈란젤로 작품·생애 등을 정리했다. 서영·민아 학생은 프랑스 파리의 위생·치안, 한국과 수교, 루브르·에펠탑과 같은 상징물 등을 학습했다.

학습 기간 날씨도 좋은 편이었고 여행의 낭만이 있어 장시간 걸어도 덜 지쳤다고 한다. 특히 다양한 세상을 보면서 시야가 넓어졌다고 느낀다. 하버드대학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하이델베르크대학교, 소르본대학교 등에서 한국인 재학생을 만나 대화했던 시간도 잊을 수 없다.

위기도 없지 않았다. 장시간 비행이 힘들거나 긴 여정에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진 학생들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학생 4명당 1명씩 배정된 교직원 인솔자가 학생들을 돌봤다.

창원 구암중 임지영 교사와 구암중 출신 박서영·손민아·정민정·김지환 학생(맨 왼쪽부터)이 '국외진로체험학습' 모든 과정을 기록한 책 '더 넓은 세상을 향해, 그리고 더 큰 꿈을 향해'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이동욱 기자
창원 구암중 임지영 교사와 구암중 출신 박서영·손민아·정민정·김지환 학생(맨 왼쪽부터)이 '국외진로체험학습' 모든 과정을 기록한 책 '더 넓은 세상을 향해, 그리고 더 큰 꿈을 향해'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이동욱 기자

돌아온 학생들은 학부모를 초청해 발표회도 열고, 학교 강당에서 각각 홍보판을 세워놓고 국외체험학습 경험을 1~2학년 후배들과 나눴다. 이어 지난해 12월 학생 집필위원 15명과 임지영·서은정 지도교사는 책을 쓰기 시작했다.

책을 내는 것도 생소하고 어려운 작업이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한글 프로그램을 익혀가며 글을 써야 했다. 그러나 협업이 있었다. 미술에 재능이 있는 민아 학생은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표지와 책 안에 들어가는 설명 캐릭터를 그렸다. 민정 학생은 책 제목, 목차(여행을 담으며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꿈을 위한 첫걸음(일정표)',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팀 발표·팀 보고서)' 등 소제목을 만들었다. 지환 학생은 사진 자료를 모으고 후기(에필로그)를 썼다.

"어떻게 하면 한 줄로 눈에 띄는 소제목을 만들까 고민이 많았어요. 국외진로체험학습 첫걸음을 책에 담아 오래 보존할 수 있어서 뜻깊게 생각해요." (정민정)

"발표 준비나 보고서를 쓰는 것도 처음이어서 우왕좌왕했지만,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면서 했던 기억이 나요. 이 책으로 후배들이 쉽게 방향을 찾아갔으면 해요." (박서영)

앞서 경남도의회에서 학생 대비 인솔자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구암중 국외체험학습에 부정적 기사가 잇따르면서 학생들도 적잖이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오히려 한 걸음 더 성장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교육이 목적이었고, 많이 배우고 돌아왔어요. 좋지 않은 기사를 보다 보니 저희가 잘해야겠다는 부담도 생겼어요. 정말 많은 친구가 앞으로 더 발전할 테니 알아주셨으면 해요." (김지환)

"외국에 가서 눈을 넓히고 책을 내고 이렇게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준 교장 선생님과 여러 선생님에게 감사하는 말을 다시 하고 싶어요." (손민아)

/이동욱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