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은 학년 으뜸
박솔지(창원 월포초교 6)
나는 가곡전수관 푸르미르 박솔지다. 푸르미르는 가곡전수관에서 단원을 일컫는 말이다. 푸르미르는 “푸른 용”이라는 순우리말이다.
내가 사람들에게 가곡을 배운다고 이야기하면 ‘오페라할 줄 알아’ 또는 ‘가곡? 그게 뭔데’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가곡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다. 가곡은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노래다. 가곡은 2010년에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이런데도 사람들이 가곡을 잘 모르는 것을 보면 속이 상한다. 이 글을 통하여 많은 사람이 가곡을 알게 되면 좋겠다.
내가 가곡전수관에 처음 입단한 날은 2021년 창원시 마산합포구 문화동 연애다리에 벚꽃이 휘날리는 봄이었다. 2학년인 나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였다. 가곡을 배우고 싶은 맘이 무엇보다 앞섰다.
가곡전수관의 관장은 영송당 조순자 선생님이시다. 선생님께서는 원래 서울 사람이셨는데 시집을 마산으로 오셔서 마산에 살고 계신다. 선생님께서는 국가무형유산 가곡 보유자이시다. 왠지 이런 높은 분들은 내 주변에 없을 것 같은데 내 지인 중 한 명이 국가무형유산 가곡 보유자니까 어깨에 뽕이 좀 들어간다. 우리는 영송당 선생님을 ‘할머니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할머니 선생님!’하고 부르면 조금 더 선생님과 친근한 느낌이 든다.
선생님은 왠지 가만히 계셔도 몸에서 호랑이의 영혼이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할머니 선생님 이건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고 물으면 누구보다 친절하게 우리에게 가곡을 알려주신다. 할머니 선생님의 마음은 10대 소녀이시지만 올해로 연세가 81세이다. 이렇게 나이를 많이 드셨는데도 아직도 노래를 부르시고 가곡을 알려주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고 대단한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부쩍 할머니 선생님께서 아프신 것 같다. 하루는 손이 퉁퉁 부어오시고 하루는 깁스를 하고 오셨다. 선생님께서 이런 모습으로 수업에 오실 때면 마음이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더욱더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프시지만 우리에게 가곡을 알려주려고 오셨으니 열심히 배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가곡전수관에 와서 배운 노래는 ‘버들은’이라는 노래다. ‘버들은’은 봄날에 홀로된 화자의 외로운 심정을 가사로 표현한 것이다. ‘버들은’은 노래가 되게 길다. 가곡 자체가 다른 곡에 비해 길지만 ‘버들은’은 43자밖에 되지 않지만 무려 8분 6초나 된다!
그중 ‘누구서’라는 대목이 있는데 가장 힘든 대목이다. “엥? 3글자밖에 없는데 왜 힘들지?”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박이 되게 길고 음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솔직히 아직도 ‘누구서’ 대목을 부르는 것은 힘들다. 숨이 차기 때문이다. 끝까지 ‘누구서’를 부르는 언니들을 보면 존경심이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온다.
‘버들은’도 좋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바로~! ‘유자는’이라는 노래다.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가사가 예쁘고 음이 좋기 때문이다. 매우 중독적이다! 가끔 노래를 부르다가 잘 안되는 부분이 나오면 짜증이 난다. 이때 친구들과 서로 도와주면서 함께 부르면 막히던 부분도 술술 불러진다.
이게 가곡전수관의 좋은 점 중 하나인 것 같다.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함께 배우는 것 말이다. 내가 가곡전수관을 다닌 지도 벌써 5년이 됐다. 철부지 2학년에서 성숙한 6학년이 되는 과정에 가곡전수관이 스며들어 있다. 매주 토요일에만 가지만 난 이날이 무척 기대되고 즐겁다.
내가 좋아하는 가곡을 많은 사람이 알아주었으면 한다. 가곡은 느린 곡이지만, 느려서 품위가 있고 한국의 멋이 느껴지는 노래 같다. 앞으로 “나 가곡 배워”라고 말하면 “어! 나도 알아!”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나는 내가 할머니 선생님의 제자이고, 또 푸르미르인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 할머니 선생님께서 아프시지 마시고 오래오래 사셔서 가곡을 대대손손 전달해 주시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노래인 가곡이 대중화되는 것! 그것이 나의 소망이자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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