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버금
김민서(창원 남양초교 4)

김민서(창원 남양초교 4)
김민서(창원 남양초교 4)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갔다 오고 나니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사물함과 분실물함을 뒤적거렸다. 오! 샤프가 있었다! 그것도 내가 갖고 싶어 하던 남양 문구점에 파는 보라색 샤프가!

근데 좀 더러웠다. 바닥에서 많이 굴러다녔는지 몸체가 가장 더러웠다. 그래서 내가 깨끗하게 닦아서 다시 분실물함에 넣어두기로 했다. 우선 샤프를 분리하고 몸체만 남겨 뒀다. 물티슈로 사정없이 벅벅벅 닦았다. 처음에는 안 닦여서 여러 번, 한 5분 정도 닦았다. 그랬더니 30% 정도 깨끗해졌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빨리 닦을 수 있는 방법도 알았다. 먼저 손톱 부분을 물티슈로 감싼다. 한 겹은 찢어질 가능성이 높아서 두세 겹이 적당하다. 그다음 손톱에 힘을 줘서 닦는다. 테이프 떼고 나면 남아있는 끈적한 것을 긁을 때처럼 말이다. 그럼 더 빨리 닦을 수 있다. 그 방법으로 닦으니 3분 만에 70%를 닦았다.

내가 샤프 닦는 것을 줄곧 지켜보던 유진이가 자기 샤프도 닦아 줄 수 있냐고 물었다. 나는 고민 없이 허락했다. 유진이가 자기 샤프가 깨끗해진 것을 보자 고맙다고 하고 무심코. “민서야. 너 친구들의 더러운 샤프 닦아주는 장사 해도 될 것 같아!”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그대로 행동에 옮겼다. 유진이랑 같이!

먼저 가게 간판을 만들었다. 가게 이름은 ‘샤프 닦아 드립니다’ 였다. 추가 문장은 ‘더러운 샤프가 새 샤프로!’라고 볼펜으로 진하게 썼다. 눈에 잘 띄어야 하니까! 종이가 너무 작았지만 추가 문장 외에도 많은 내용을 썼다. 그 간판을 내 책상 모서리에 붙였다.

마침, 내 자리는 친구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자리였다. 유진이와 나는 친구들이 많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오지 않았다. 한 명쯤은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유진이와 의논을 했다. 그 결과 전단을 붙이기로 했다. 많이 만들면 다 쓰레기통에 갈 것 같아서 우리 반에서 친구들이 많이 오가는 장소 TOP3를 뽑아서 붙이기로 했다.

1. 급식표 옆. 우리 반 아이들은 하루에 10번 이상은 식단표를 보기 때문이다.

2. 책장 옆. 친구들이 아침 시간에 책을 많이 읽어서 붙이기로 했다.

3. 거울 옆. 특히 여자애들이 거울을 많이 봐서이다.

전단을 붙인 효과가 있었는지 지우가 내일 자기 샤프를 맡긴다고 했다. 오예! 첫 번째 손님이다. 난 곧바로 수첩에 예약 손님 이름을 적었다. 지우의 샤프는 마이멜로디였다. 손을 잡는 부분이 고무였다. 그 부분이 가장 더러웠다. 난 파바박 닦았다. 지우는 깨끗해진 샤프를 보고 마음에 들어 했다.

다음 손님은 채윤이였다. 심플하지만 예쁜 꽃무늬 샤프였다. 근데 전체가 플라스틱이어서 닦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유진이한테 맡겨 휴지로 먼지만 털어서 돌려주라고 했다. 그래도 손님이 2명이나 왔다.

더 오길 바랐지만, 더 이상 오지 않았다. 난 유진이에게 “손님이 더 이상 오지 않아. 우리 어떻게 할까?” 고민 끝에 결국 우린 폐업하기로 했다. 손님이 생각보다 많이 안 왔다. 다음에는 어떤 가게를 차려볼까? 친구들의 필통 안 정리를 해주는 가게를 차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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