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 등 민주화운동 설명 빈약
지역특화전시실 발전역사 강조
시민단체, 콘텐츠 부실 맹비난
시 "각계 의견 받아 보완할 것"

 

창원 마산합포구 김주열열사시신인양지 주변에 세워진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10일 임시 개관했다. /김구연 기자

개관 연기를 거듭한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마침내 문을 열었다. 그런데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고 알려야 할 전시 공간에 3.15의거, 부마민주항쟁과 같은 지역사는 물론, 광주 5.18 민주화운동, 대구 2.28 민주화운동 등이 온전히 기록되지 않았다.

심지어 3.15의거 소개에는 1960년 3.15 부정선거로 물러난 ‘이승만’ 이름 석 자가 삭제됐다. 역사를 올바르게 알리기는커녕 의도적으로 축소·은폐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승만 빠진 3.15의거 = 마산 해양신도시 앞쪽에 지어진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창원시 마산합포구 월포동)은 10일 오전 10시 임시 개관했다. 정식 개관일은 7월 1일이다.

임시 개관 첫날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상임고문, 김창호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장을 비롯한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전시장을 살펴봤다.

지상 2층 지역특화 전시실에는 이름과 맞지 않는 전시 내용이 다수였다. 시설 안내를 한 공무원은 “과거 마산지역에서 유독 민주화운동이 거세게 일게 된 배경을 조명하는 공간이 지역특화전시실”이라고 설명했는데, 마산항 개항기나 한일합섬·마산수출자유지역·창원국가산업단지와 같은 창원지역 발전사를 강조하는 내용이 많았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에 들어선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10일 임시 개관했다. 임시 개관식에 참가한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고문과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전시물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정식개관은 7월 1일이다. /김구연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에 들어선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10일 임시 개관했다. 임시 개관식에 참가한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고문과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전시물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정식개관은 7월 1일이다. /김구연 기자

더구나 이 전시 공간은 1960년 마산이 자발적인 시민 참여로 민주화운동 중심지로 떠올랐다는 점을 말하면서, 그 시절 3.15의거가 어떤 맥락으로 촉발했는지 한 줄도 설명하지 않았다. 민주화 과정 전반을 조명해야 함에도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노동·환경 정치적 상황에 시민 관심이 커져 사회변혁에 중요한 동력이 됐다고만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짧게나마 기록된 3.15의거 속에 1960년 3.15 부정선거를 일으킨 ‘이승만’ 이름 석 자가 단 한 차례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3.15에서 핵심으로 다뤄져야 할 김주열 열사 또한 마찬가지다. 전시 자료에는 ‘3.15의거가 자유, 민주, 정의를 기본적으로 한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으로 현대사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 ‘부정선거에 맞선 국민적 저항이 4.19혁명으로 이어져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딱 두 문장뿐이었다.

1979년 10월 부산·마산시민이 박정희 유신독재에 맞선 부마민주항쟁 설명도 부족했다. 세 문장으로 압축된 설명문에는 ‘부마민주항쟁은 3.15의거의 정신을 계승하며, 정치사회 경제적 모순에 맞선 항쟁이었다’, ‘학생들이 항쟁의 불씨를 지피고 시민들이 시위의 열기를 이끌며 함께 싸웠다’, ‘이 과정에서 민중이 사회변혁 주체로 나설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줬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상설전시실에도 빠진 이승만 = 상설전시실에는 연도별로 역사적 사건이 기록돼 있다. 이곳에도 3.15의거와 관련해 이승만은 빠져있었다. 1960년 3~4월 발자취를 보면, 3.15의거는 ‘자유당 정권 부정선거에 항거한 마산지역 유혈 민주화운동‘으로 규정돼 있다. 이승만 자유당 정권이라고 말하지 않고 정당만 부각한 셈이다.

다른 3.15의거 소개 자료 속에도 ‘이승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3.15의거가 왜 일어났는지를 설명하면서 정작 핵심 인물인 이승만을 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에 들어선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10일 임시 개관했다. 임시 개관식에 참가한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고문과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전시물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정식개관은 7월 1일이다. /김구연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에 들어선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10일 임시 개관했다. 임시 개관식에 참가한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고문과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전시물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정식개관은 7월 1일이다. /김구연 기자

전시실은 광주5.18민주화운동, 대구 2.28민주화운동과 같은 경남 밖 민주화운동도 충분히 아우르지 못했다.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상임고문은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라 실망이 크다”며 “광주나 대구 쪽에서 이곳을 찾는다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 지역에 이승만을 영웅화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의식해 이승만이라는 이름을 의도적으로 넣지 않은 거로 볼 수밖에 없다”며 “말썽이 될까 싶은 거는 다 빼버렸다. 굳이 그 많은 돈을 들여서 독재를 누가 왜 했는지 명확하게 기록하지 않을 거면 이게 무슨 민주주의전당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관을 앞두고 한국민주주의전당에서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라 이름을 바꾼 창원시의회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리(피에스아이 스튜디오 대표) 전시 기획자는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에 걸맞은 콘텐츠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미약하다”면서 “3.15의거, 부마민주항쟁, 5.18 역사를 더 집중적으로 다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정식 개관한다면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전당을 담당하는 창원시 문화시설사업소는 부족한 점을 보완해 정식 개관하겠다고 밝혔다. 이쾌영 사업소장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며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부족한 부분은 각계 의견을 받아서 조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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