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의회 12년 치 회의록 봤더니]
창원시·시의회, 시설 건립 목적과 다른 행보
국비 수령 전후 정반대…이중적인 태도 확인
국고 딸 땐 복합문화공간 이야기 안 하더니
민주주의 전승 빼고 시민 편의 시설만 강조
부실 전시·운영방향 지적, 건물 준공 뒤 등장
의회, 견제 커녕 "복합문화공간" 부각하기도
민주주의 없는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은 창원시와 창원시의회가 만든 ‘합작품’이다. 부실 전시시설을 만든 최초 원인 제공자가 창원시라면, 여기에 쐐기를 박은 쪽은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창원시의회다. 이런 사실은 창원시의회 회의록에서 드러난다. 역사 왜곡·부실 전시 논란은 물론 전시 공간이 전체 시설 대비 20%도 되지 않는 설계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시와 시의회는 끝내 개선점을 찾지 않고 ‘복합역사문화공간’을 강조했다.
◇본래 건립 방향 ‘역주행’ = <경남도민일보>는 2013년 4월~2025년 7월 사이 민주주의전당이 언급됐던 12년 3개월 치 회의록(4대 시의회 60건·3대 34건·2대 1건·1대 1건)을 전수 조사했다.
내용을 보면, 건립 취지와 어긋나는 운영계획은 민주주의전당(창원시 마산합포구 월포동) 완공 두 달 전인 지난해 9월 9일 제137회 제2차 본회의에서부터 언급된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심동섭 창원시 자치행정국장은 민주주의전당을 ‘복합역사문화공간’이라고 규정했다.
심 국장은 복합공간을 염두에 두고 민주주의전당에 강의실과 같은 대관 시설을 설계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민 친화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하려면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 시설 대관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운영 방향이나 내부 설계 문제를 지적하는 시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심 국장은 다음 날 열린 제137회 제3차 본회의(2024년 9월 10일)에서 다양한 복합공간으로 조성돼야 한다는 시민 요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검토해 더욱더 시민 친화적인 시설이 되도록 하겠다”며 “또한 복합역사문화공간에 걸맞은 시설로 조성하기 위해 지역 문화예술단체라든가 유관 기관, 전문가 등과 소통과 협업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박선애(국민의힘, 월영·문화·반월중앙·완월동) 시의원도 거들었다. 박 시의원은 “주민들이 시민 중심 복합문화공간이라기보다는 민주화운동 교육이나 프로그램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많이 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좀 더 시민 친화적인 문화복합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정질의 답변에서 홍남표 당시 창원시장은 “민주주의전당이 민주화를 근간으로 하고 이것을 더 승화시켜서 문화복합공간으로 나가면서 모든 시민이 즐기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물 다 지어지고 나서야 문제 제기 = 창원시의회 여야 의원들이 민주주의전당 전시 구성 문제를 함께 지적한 것은 제139회 제2차 기획행정위원회(2024년 11월 27일)가 처음이자 유일하다. 민주주의전당 건물이 준공된 당월에야 뒤늦게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이해련(국민의힘, 충무·여좌·태백동) 시의원은 “추진 방향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며 “시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이게 맞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답답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큰 소명을 가지고 해야 하는 사업이라 생각하지 않나”라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순규(더불어민주당, 양덕·합성2·구암·봉암) 시의원은 “민주주의전당은 민주화운동의 기념관”이라며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바로 정의해야 하며, 민주주의전당이 만들어진 계기 역시 그것이다”라고 말했다.
진형익(더불어민주당, 비례) 시의원은 “우리 시는 최초 사업 목적이 무엇이고,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그 중심을 세워야 한다”면서 “민주주의전당은 갈등의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되며, 기준과 가치관을 창원시에서 잘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우영 당시 자치행정과장은 “건립추진위원회 위원 의견과 중간 용역 내용, 주변의 여러 좋은 고견, 전문가 의견 등을 전체적으로 수렴해서 방향을 결정해 나가는 상태”라고 답했다.
이런 지적사항들은 2주 뒤인 그해 12월 11일 열린 제139회 제7차 기획행정위원회에서 뭉개졌다. 당시 상임위 위원장이던 박선애 시의원은 문화복합공간만 강조했다. 이를 조례 속 시설 기능 조항에다 못 박기까지 했다. 전시 구성을 두고서는 이렇다 할 언급도 하지 않았다.
박 시의원은 “(시가 올린 조례에) 복합문화공간이 아니고 오로지 민주화운동의 사료들만 전시한다고 다 돼 있다”며 “우리에게 약속한, 맨 처음에 막 떠들어 넣었던 건 하나도 안 담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럴 거면 민주주의전당이라 하지 말고 민주화운동의 전당이라고 해야 한다”며 “조례상 목적과 제안에는 전부 다 3.15, 4.19, 부마, 6.10항쟁을 기념하기 위해서, 이렇게 돼 있는데 지금까지 우릴 우롱한 거냐”고 따졌다. 박 시의원은 담당 공무원을 상대로 화를 낸 끝에 뒤이은 회의에서 전당 기능란에 ‘시민들을 위한 문화복합공간 운영’이라는 명목을 추가해 조례를 수정 가결했다.
◇국고 수령 전후 다른 태도 = 민주주의전당 건립에는 국비 121억 3800만 원, 경남도비 45억 5200만 원, 창원시비 186억 1000만 원, 총 353억 원이 들어갔다. 시는 민주주의전당 건립 전 국고를 따내려고 정부에 지방재정 투자심사 의뢰서를 냈다. <경남도민일보>가 해당 문건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복합역사문화공간을 만들겠다는 말은 한 줄도 없었다. 민주주의 정신을 전승하겠다는 점, 국내 대표 민주주의 상징 공간이자 교육 공간으로 기능하는 민주주의 전당을 짓겠다는 점만 부각돼 있다.
이우완(더불어민주당, 내서읍) 시의원은 “2020년 지방재정 중앙투자사업 심사의뢰서에서도 미래 세대에 민주주의 정신을 전승하고 민주주의 상징 공간이자 교육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사업 목적임을 분명하게 밝혔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기념하고 계승·보존해야 할 것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한 민중의 역사와 그 저항정신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시의원은 “민주화운동 관련 전시실은 가장 구석진 곳에 배치되어 있고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도서관도 민주주의와 관련 없는 도서들이 대부분이며, 애초에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공간이자 교육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사업 목적은 온데간데없고 크고 화려한 휴식 공간을 조성했다”면서 “민주주의전당 임시 개관을 중단하고 민주주의전당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새판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원시는 건립 취지와 맞지 않는 방향으로 시설이 구상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심동섭 창원시 전 자치행정국장은 “자치행정국장을 맡기 전부터 이미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하는 걸로 방침이 정해져 있었다”면서 “왜 바뀌었는지는 나도 잘 알지 못한다. 용역을 거쳐 방향이 정해졌다”고 말했다. 국고 수령 전과 다른 운영 방침을 세운 것 자체가 문제 아니냐는 물음에는 “앞에서부터 방향이 이미 그렇게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리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박선애 시의원은 “그동안 건물 목적은 잘 알지 못했다”면서 “그랬어도 많은 시민 요구가 있었고, 민주주의국가이니 다양성을 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례 수정 관련해서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하겠다고 해놓고 공무원들이 약속을 안 지켜서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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