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단체 대표에게 '세금 소진한다' 압박 문자
기획행정위 행정사무감사에서 단체 예산 삭감 요구
민주화운동 4개 단체 "황당하다" 반응 보여

남재욱(국민의힘, 내서읍) 창원시의원이 17일 창원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민주화운동 단체 예산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창원시의회 유튜브 캡쳐
남재욱(국민의힘, 내서읍) 창원시의원이 17일 창원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민주화운동 단체 예산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창원시의회 유튜브 캡쳐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운영자문위원으로 위촉돼 논란 중심에 선 남재욱(국민의힘, 내서읍) 창원시의원이 민주화운동 단체 대표들에게 압박하는 문자를 보내고, 단체들을 폄하하며 시의회서 예산 삭감도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남 시의원은 12.3 내란 이후 탄핵 반대 집회에 꾸준히 참여하며 내란에 동조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비판받아왔는데, 최근 김미나 시의원과 함께 민주주의전당 자문위원에 위촉돼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남 시의원은 지난 17일 창원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민주화운동 단체 관련 예산을 거론하며 단체 활동을 깎아내렸다. 그는 “4개 단체 민주화 운동은 높이 사는데 마치 자기들이 창원시 주인인 양 고유 업무를 벗어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며 “케케묵은 생각을 하는 단체장들이 자기 단체 일에 충실히 하고 정신을 계승 발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우려된다”고 말했다.

남 시의원이 지목한 단체는 3.15의거기념사업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6월항쟁정신계승 경남사업회다. 남 시의원은 이날 창원시 담당자에게 “단체 행사 보조금을 90% 정도 삭감해서 10%만 줘도 된다”면서 “최소한 민주화 과정에 있는 정신만 계승하면 된다”며 예산 삭감을 압박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각 단체를 예산 빼먹는 기획단체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남 시의원은 “비슷비슷한 행사를 자꾸 만들어서 행사 기획단체인가 싶다”며 “위령제 행사를 보면 여기가 위령제 기획단체인가 싶다”고 말했다.

앞서 남 시의원은 16일 4개 단체 회장에게 “과도한 행사·운영비 요구가 반복된다”며 “기념사업회는 세금을 소진하기 위한 행사기획단체가 아니다”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남 시의원은 이 같은 인식을 민주주의전당 자문위원 문제가 터졌을 대 언론 인터뷰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남 시의원은 지난 13일 MBC경남 취재에 자신을 비판하는 민주화단체를 겨냥해 “기자회견을 하는 이분들이 기생충 집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 시의원이 민주화운동 단체 보조금 삭감을 들고 나왔지만 이들 단체 보조금은 2년 전보다 절반으로 이미 대폭 줄었다. 2023년 3억 6950만 원이던 보조금은 올해 1억 7846만 원이다.

내란을 옹호하고 탄핵을 반대한 시의원에게 ‘보조금 기생충’ 취급을 받은 민주화운동 단체 대표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창호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회장은 “재고할 가치가 없는 황당한 얘기여서 생각할 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창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도 “시민단체는 늘 그 자리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시와 파트너로 함께 하고 있다”며 “기생충 발언은 시민사회단체를 박멸 대상으로 보는 것 같아서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경영 6월항쟁정신계승 경남사업회 회장은 “1987년 민주주의를 지키는 과정에서 지방자치가 부활하게 됐는데 민주화 열사에게 예우를 표하지는 못할망정 폄하하고 비하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우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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