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민주주의전당 '부실 전시' 되짚기]
이승만 이름 석 자 없는 등 누락과 왜곡 다수
민주화 과정서 있었던 역사들 단순 과거 취급
"민주주의 더 발전시킬 가치라 보고 접근해야"
시, 5.18 소개란 '백골단' 사진 등 일부만 수정
"의견 추가 수렴해 최대한 보완해 나가겠다"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임시 개관해 시민을 맞은 지 16일째에 접어들었다. 오랜 준비 끝에 어렵사리 문을 열었지만, 교사·역사학자·민주화운동 참여자, 심지어 일반 시민에게서 ‘부실 전시’ 비난을 받고 있다. 빈약하거나 누락·왜곡된 내용이 많아 비판이 꼬리를 문다. 지금까지 제기됐던 전시관별 주요 문제점을 다시 짚어봤다.
◇민주주의 역사 아닌 창원 도시 변천사 떡하니 = 지상 3층 규모 민주주의전당에서 역사 전시관은 2층 지역특화전시실(307.2㎡)과 3층 상설전시실(731.77㎡)에 자리하고 있다. 민주주의전당 건물 안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전시 공간이 ‘지역특화전시실’이다. ‘시간의 기록, 장소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과거 창원지역 역사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장소다.
하지만 민주주의 역사와는 거리가 멀다. 민주화 기록이 대거 빠져있기 때문이다. 꼭 있어야 할 민주화 기록은 생략됐고, 그 대신 마산항 개항기부터 시작해 산업화 전후 시대까지 민주주의와 무관한 창원지역 경제 발전사가 전시실에 기록됐다.
그나마 지역특화전시실에 담긴 일부 민주화운동 기록도 설명이 부실하다. 1960년 3.15의거, 1979년 부마민주항쟁, 1987년 6.10민주항쟁을 사실상 이름 정도만 언급한다. 몇 년도 몇월부터 어느 장소에서 각각 일어나 언제까지 이어졌는지, 또 어떤 배경으로 일어난 일인지 등 범시민적 항쟁들을 정의조차하지 않는다.
관련 전시물을 보면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었다’는 취지 정도만 적혀있다. 특히 3.15의거 설명란에는 1960년 3.15 부정선거를 일으킨 장본인인 ‘이승만’ 이름 석 자가 빠져 있다. 어떤 배경과 목적으로 이승만이 부정선거를 일으켰는지 알리는 내용 또한 한 줄도 없다.
◇상설전시실도 엉터리 전시 마찬가지 = 3층 상설전시실도 3.15의거와 부마민주항쟁, 6.10민주항쟁 등 역사 기술이 부실하다. 지역특화전시실처럼 간단한 기록 수준에 머무른다. 부실 정도가 심해 역사 왜곡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진실화해위원회가 밝힌 각종 조사연구자료를 조명하거나, 시대별 실물 사료 전시 등을 전시장에 내놔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전국적인 민주화운동들도 기술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급기야 5.18민주화운동을 설명하는 전시물에는 백골단 사진을 설명란 배경 이미지로 사용하기도 했다. 민주주의전당이라는 이름을 걸고 시민을 맞으면서도 기본적인 역사 고증조차 하지 않아 생긴 일이다. 민주주의전당을 운영·관리하는 창원시 문화시설사업소 쪽은 “지난 월요일(6월 23일)에 문제가 된 백골단 사진을 없앴다”고 밝혔다.
또한 상설전시실 벽면에 기록된 민주주의 연대표에는 역대 대통령 취임을 포함해 ‘박근혜 대통령 파면’, ‘윤석열 대통령 파면’과 같은 단편적인 글귀로 가득하다. 대통령이 파면된 배경과 그 과정에서 시민들이 어떤 대응을 했는지, 촛불시위와 같은 민주적 투쟁 역사를 단 한 줄도 담지 않았다.
또한 상설전시관에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권위주의적 독재 정권 시절 일어난 국민 탄압과 억압, 특히 이승만 정권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사건 기록도 대거 빠졌다. 빨갱이로 몰린 무고한 시민들이 숨진 점과 살아남은 그 유족들이 연좌제 문제로 고통을 겪은 점, 소수 피학살자가 법원에서 속속 무죄선고를 받는 점도 서술되지 않았다. 민주주의전당이 들어선 자리 맞은편 앞바다는 숨진 김주열 열사 시신이 떠오른 곳이자, 무고한 국민을 적법한 절차와 재판 없이 포승줄로 묶어 바다에서 집단 학살이 이뤄진 곳이다.
◇전시관 문 닫은 후 전면 개편해야 = 역사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이들의 행위에서부터 독재와 맞서 싸운 이들 대응까지 고루 기록해야 온전한 역사를 후대에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전시관 전면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박영주 전 경남대학교박물관 비상임연구원은 “임시 개관 전 마산지역 변천과 부마민주항쟁 전개 과정을 자문해줬었는데, 민주주의를 과거 역사적 사건 정도로만 좁게 해석하는 느낌이 들어서 상당히 답답했다”며 “지역 변천도 민주화와 연관 지어서 풀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화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사건 하나로 바라보는 시각이 전시 준비 과정에서 있어 보였다”며 “민주주의는 계속 변화시키고 발전시켜야 할 가치이고, 완성된 게 아니라 풀어가야 할 과제가 많은 것인데 이 점에 대해서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시는 바꿀 수 있긴 하지만, 문제는 시설 운영계획”이라며 “기본적으로 이름에 걸맞게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전시 논란이 거듭되자 정식 개관을 미룬 상황이다. 대신 기존처럼 임시 개관 형태로 민주주의전당을 운영하면서 시민 의견 수렴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문제로 지적된 부분 가운데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을 반영해서 전시 내용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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