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칭과 거리 먼 전시 비난 봇물
건립추진위원회 참여 인사들
창원시 소통 부재 문제 제기
"보완 요청 받아들이지 않아"
시 "정식 개관 때까지 개선"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정식 개관도 하기 전에 이름에 걸맞지 않은 반쪽짜리 전시관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가적인 민주주의 큰 줄기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커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 10일 임시 개관한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은 대한민국 민주화 과정과 창원시에서 발생한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보존하는 전시 공간이다. 2022년 4월 착공해 2년 7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4일 지상 3층 규모(대지 면적 9000㎡, 연 면적 7894.95㎡, 전시 면적 4846.95㎡)로 지어졌다.

1960년 3.15의거와 4.19혁명, 1979년 부마민주항쟁, 1987년 6.10민주항쟁에 이르는 지역사뿐 아니라 국내 민주주의를 기록·조명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건립 장소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김주열열사시신인양지 주변, 건립 주체는 창원시다.

창원 마산합포구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주변에 세워진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민주주의전당 맞은편 앞바다는 한국전쟁기 마산형무소에 갇혀있던 국민보도연맹원, 항일독립운동가, 남북분단에 반대했던 민간인 등이 집단 수장돼 죽임을 당한 곳이기도 하다. /김구연 기자
창원 마산합포구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주변에 세워진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민주주의전당 맞은편 앞바다는 한국전쟁기 마산형무소에 갇혀있던 국민보도연맹원, 항일독립운동가, 남북분단에 반대했던 민간인 등이 집단 수장돼 죽임을 당한 곳이기도 하다. /김구연 기자

창원시는 민주화단체와 민주화운동 관련 지원사업을 맡은 민주성지팀을 없앤 뒤 민주주의전당팀을 별도 편성해 개관 작업을 진행했다. 시설 개관·운영 근거는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관리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다.

준공과 내부 시설 정비가 거듭 뒤로 밀리면서 덩달아 개관 또한 여러 차례 지연됐다. 다만 시는 어렵사리 시설을 만들어놓고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라 부르기 민망하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앞서 시는 ‘창원시 민주주의전당 전시설계 및 제작·설치 용역’ 기본설계를 추진했다. 공무원, 시민단체, 건축가 등 20명 정도가 참여하는 민주주의전당 건립추진위원회도 꾸려 시민사회와 함께 시설 내부 전시 내용을 구상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홍남표 창원시정은 사실상 겉으로만 사회적 합의 아래 건립 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보였을 뿐 위원들과 충분히 소통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주의전당 건립추진위원 위원을 역임한 이들 사이에서는 전시 구성에 문제를 제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민주화 인사들은 민주주의 역사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며 혹평을 쏟아냈다. /김구연 기자
민주화 인사들은 민주주의 역사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며 혹평을 쏟아냈다. /김구연 기자

전직 건립추진위원 중 한 명인 류조환 민주항쟁정신계승 시민단체 연대회 상임대표는 “본래 지으려고 했던 지상 층수가 한층 줄어 전시 공간이 부족해진 점도 있겠지만, 시민단체들이 전시 요구사항을 정리해서 시에 전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례가 허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 전체를 아우르지 못한다고 보완을 요구하면 추가 예산이 없다거나, 시설 공사 업체와 계약이 종료됐다는 식으로 난색을 보일 때가 많았다”며 “심지어 창원시의회는 시설 명칭을 한국민주주의전당에서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으로 일방적으로 바꿔버리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류 상임대표는 “민주주의 역사별로 어디서 어떤 이유로 무엇이 일어났는지 한눈에 쉽게 와닿게 정리가 돼야 하겠지만, 과거 사진 자료나 연구기록 등이 전시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며 “다른 지역민들이 이 전시관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다. 얼렁뚱땅 커팅식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직전 건립추진위 상임대표를 맡은 주임환 3.15의거기념사업회장은 “전시 내용이 부실한 배경으로는 창원시 협조가 잘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가칭 창원시민주주의전당으로 출발해 전시 내용을 구상하다 뒤늦게 시설 명칭에 한국을 붙이기로 합의되면서 구상에 시일이 부족한 측면도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름을 짓고 나니 국가적 민주주의 전반을 아우르기에는 준비가 부족했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 과정을 한 건물 안에서 다루는 곳은 이곳이 처음인 만큼, 시 국장급 공무원이 직접 민주주의전당 관리 운영을 맡아 미비점을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예산을 확보해 하나하나 개선해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산무학초등학교 학생들이 임시 개관 첫날인 10일 내부를 돌아보고 있다. /김구연 기자
마산무학초등학교 학생들이 임시 개관 첫날인 10일 내부를 돌아보고 있다. /김구연 기자

정치적 영향도 거론된다. 앞서 민주주의전당건립추진위 상임대표를 지낸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상임고문은 “민주주의 역사는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맞지, 여기에 정치적 시각을 들이미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과 비용을 더 들여서 제대로 전시를 구성해야 한다”며 “전시 내용을 보완하기 전에 정식 개관해서는 안 된다. 보완 없이 정식 개관을 추진한다면 이를 막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시는 그간 추진위원들과 여러 차례 만나 전시 내용을 논의하고,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한 끝에 임시 개관하게 된 것이라는 반응이다. 추가로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는 개선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민주주의전당을 담당하는 창원시 문화시설사업소 관계자는 “문제로 지적된 점 가운데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수용할 계획이다”라면서 “추가로 들어오는 의견을 더 수렴한 뒤 정식 개관 전까지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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