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전시 용역 등 3개 문건 정보공개청구
시, 국민 생명 지장 초래 등 들어 공개 거부
전문가들 "억지로 비공개 사유 끼워 맞춰"
지역사회 "투명하게 공개해야" 날 선 비판
시, 비판 여론에도 "비공개 문제없다" 주장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전경. /김구연 기자

창원시가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건립 과정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는 민주주의전당 건립 때 진행했던 건물 설계, 전시 내용 구상, 시설 타당성 조사 등이 담긴 모든 용역 결과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지자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전시 내용을 구상했는지 투명하게 밝혀야 함에도 추가 논란을 피하고자 용역 문건을 꼭꼭 숨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창원시는 지난 9일 <경남도민일보>가 정보공개 청구한 민주주의전당 용역 결과 자료 3건(△창원시 민주주의전당 건립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 △민주주의전당 건립 설계단계 건설사업관리용역 △창원시 민주주의전당 전시설계 및 제작·설치 용역)을 모두 비공개 처리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정보공개 청구 19일 만이다.

창원시가 내세운 비공개 사유는 크게 세 가지다. 시는 정보공개 비공개 통지 결정통지서에서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정보, 그리고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영업상 비밀에 관한 정보가 용역 결과 문건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국민의 생명 등 공익 침해 이유로 공개할 수 없음을 알려드리오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단을 내린 정보공개 비공개 처리기관은 창원시 문화시설사업소다.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운영·관리를 맡은 곳이다. 시가 전시관 건립 전 가장 먼저 추진한 용역 건은 ‘창원시 민주주의전당 건립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2019년 5월 공고)’으로 확인된다. 민주화운동 관련 전문가와 이해 관계자를 대상으로 인터뷰와 자문을 거쳐 민주주의전당 건립 필요성을 분석하고, 민주주의전당 관리·운영 계획을 포함한 건립 기본 구상을 계획하는 내용이다. 초기 사업비는 6000만 원이 책정됐다.

뒤이어 진행된 건 ‘창원시 민주주의전당 건립사업 설계단계 건설사업관리용역(2021년 6월 공고)’이다. 건설사업관리용역사업자에게 민주주의전당 건립사업 설계를 맡기는 것이 골자다. 당시 매겨진 사업비는 1억 5716만 8000원이다. 이와 함께 같은 해 공고가 난 ‘창원시 민주주의전당 전시설계 및 제작·설치 용역(2021년 12월 공고)’은 국내외 민주주의 역사 거점으로 기능하는 민주화 역사 기반 구축 차원에서 추진됐다. 민주화운동 의미를 고찰·기념하고, 미래세대에게 전승·계승할 전시 내용 구상이 핵심이다. 민주주의를 주제로 다양한 콘텐츠도 개발해 민주주의를 제대로 기록하자는 의미도 추진 사유에 포함된다. 사업 예산은 세 용역 가운데 가장 많은 45억 원이다.

전시 시설 관련 여러 기초 정보가 모인 용역 결과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상황을 두고 쓴소리가 나온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대표)는 “이미 건물이 지어져서 운영되고 있는 시설이므로 창원시가 용역 결과를 공개 못할 이유가 없다”며 “창원시가 비공개 사유로 든 국민 생명과 신체 보호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주장이고,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라는 설명도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창원시가 세금을 들여서 진행한 용역 결과물이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우려도 없고, 시가 용역을 줘서 결과를 받은 것을 놓고 영업비밀이라 볼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시설 설계도면 같은 경우에는 테러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비공개할 수 있다고 해도, 청구 내용 전체를 비공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있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청구 내용 가운데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면 그 부분만 비공개 처리하면 된다”라며 “청구 내용에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을 만한 부분도 없고, 만약 있더라도 가리고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가 홈페이지에 올려서 미리 알릴 수도 있는 내용인데 비공개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사회는 반민주적 행정이라는 비판을 쏟아낸다. 민주주의전당 전시설계 및 제작·설치 용역에는 시설별로 전시 내용이 어떻게 짜였는지, 구성 용역을 받은 업체가 공간별로 어떤 역사를 어떤 내용으로 담기로 했는지 나오는데, 특히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상임고문은 “당연하게 공개해야 할 용역 결과를 밝히지 않는 것은 스스로 지난 용역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자인하는 거나 다름없다”며 “민주주의전당을 짓는다고 외부에 홍보하며 자랑해놓고 이제 와 용역 결과도 공개하지 못한다니 반민주적이고 비민주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창원시는 청구 자료를 비공개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이의신청하라는 태도도 드러내고 있다.

이쾌영 문화시설사업소장은 “자료별 비공개 사유는 공개한 그대로”라면서 “민감한 내용은 부분적으로 가리고 공개할 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자료량이 방대해서 실무적으로 처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비공개 내용을 분리하는 게 곤란한 경우에는 지침상 전체 자료를 비공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며 “비공개 통지 내용상에 나와 있는 내용대로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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