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사과를 하는 걸까?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며, 물적 피해와 심적 고통을 당한 개인이나 집단에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조건'이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당신의 사과에는 진정성이 없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거짓이라도 좋으니 사과부터 하라'는 절규 또한 접하게 된다. 세상사 모든 사과가 진정성으로 가득 찬 것이라며 더없이 좋을 테지만, 그 '진정성'의 깊이는 사과받는 사람도, 사과하는 사람도 가늠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는 역사를 이길 수 없다〉(개마고원)의 저자는 흥미로운 '사과론'을 개진한다. 저자에 따르면 정치인들의 사과는 대부분 진정성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5·16 쿠데타에 대한 사과, 그리고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의 호남 민심을 향한 사과는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행보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한 발짝 더 나아간다.
과거의 정체성을 거부하고 사과해야만 정치적으로 이기는 게임이라면 정치인은 주저 없이 사과를 하게 된다. 이렇듯 정치인들로부터 마지못한 사과라 할지라도 고개를 숙이게 하는 힘, 그러한 상황을 조성하는 민심, 그것이 바로 역사라는 것이다.
마산에서는 여전히 '이은상 논란'이 존재한다. 3·15의 도시 마산과 이은상이 동거할 수 없다는 측과, 그의 아름다운 작품만 기념하겠다는 양 측이 맞서고 있다. 이은상 측은 독재 부역을 사과하지 않았고, 그래서 '노산'이라는 이름은 공식적으로 마산에서 추방당한 바 있다. 하지만 이은상의 명예회복을 추구하는 세력 역시 건재하다. '이은상 논란'은 일종의 역사전쟁이다. 박 대통령은 5·16 쿠데타를 '헌법정신 훼손'이라고 사과했다.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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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마산'은 사과를 받은 적이 없는데, 마산정신(3·15)을 모욕한 이가 쓴 작품을 기리느냐 마느냐의 소모적인 논쟁에 빠져 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겸허한 사과 후 기념사업을 논하는 게 이치에 맞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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