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역장-대책위 간담회서 거론…범위·예산조달 놓고 논란 예상
마산역 광장에 설치된 '가고파 이은상 시비'가 점점 흉물화되고 있다. 하지만 시비 건립을 추진한 측(마산역·남마산 로타리 클럽)과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대책위'의 의견 대립은 팽팽하다.
시비에 적힌 글 내용을 수정하자는 협상안이 도출돼 사태 해결에 진전이 보이는 듯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가고파 이은상 시비에 또 누군가 페인트칠을 했다. 시비 건립 후 세 번째 있는 일이고, 18일 오전에 발견됐다. 이번에 발견된 페인트칠은 시비 훼손 범위가 가장 넓었으며, 시비에 적힌 글자 대부분을 식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마산역 건물에서 나오자마자 덕지덕지 페인트칠로 뒤덮인 시비가 뚜렷하게 보여 마산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흉물로 각인될 소지가 커졌다.
허인수 마산역장은 "마음대로 철거를 할 수 없고, 만약에 철거를 한다 하더라도 시비를 어디에 보관할 것인지, 그리고 시비 건립에 찬성하는 이들의 반발이 또 따르지 않겠느냐"고 곤혹스러워했다.
비문 내용을 수정하는데 약 800만 원의 예산이 예상돼 허 역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허 역장은 "순수하게 지역 스토리텔링 차원에서 시비 건립을 추진했고 코레일 본사에 이 사안이 올라가도 뚜렷한 해결책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비 건립 예산 3000만 원을 지원한 남마산 로타리 클럽 김봉호 회장은 분개했다. 김 회장은 "4500명 회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건립한 것을 또 어떻게 철거하느냐"며 "3·15 민주주의 정신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봉사의 의미로 시작한 일인데 빛도 안 나고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호소했다. 또 김 회장은 "철거대책위 측에서 철거를 전제하지 않으면 만나지도 않겠다고 하니 소통이 안된다"고 답답해했다.
이런 와중에 협상안이 최초로 공론화됐다. 철거대책위 측과 허인수 마산역장이 18일 오후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시비 문구를 수정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김봉호 남마산 로타리 클럽 회장도 시비 문구 수정안에 대해 "차선책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협상이 급물살을 탄 듯도 보이지만, 문구 수정 범위와, 문구를 수정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어디에서 조달할지, 그리고 유명 서예가의 글씨를 통째로 지워도 문제가 없을지 등이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철거대책위 측은 이날 허인수 역장과 논의한 이은상 시비 문구 수정안을 놓고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관련기사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