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문학관, 노산문학관으로 바꿔야"…윤재근 교수 "마산 시민정신 우둔"

소신일까 도발일까? 조영파 창원시 부시장이 "마산문학관을 노산문학관으로 바꿔야 마산이 산다"고 말했다. 조 부시장은 지난 27일 오후 마산회원구 아리랑호텔에서 열린 '노산 이은상 시조선집 가고파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노산 선생을 되새기는 일을 하면 좋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마산역 광장에 설치된 이은상 가고파 시비 철거 문제로 지역사회 갈등이 재연되는 시점이고, 특히 조 부시장은 마산 부시장 재임 시절 노산문학관 건립을 추진한 전력이 있어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20분가량 강연을 한 윤재근 한양대 명예교수는 이은상과 그의 작품 '가고파'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현상을 언급하며 "마산 시민정신이 우둔하다"고 말했다. 마산 폄훼 발언으로 비칠 소지가 있어 이 역시 파문을 일으킬 전망이다.

'노산 이은상 시조선집 가고파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인사들은 최근 마산역 광장에 설치된 이은상 가고파 시비가 철거 논란에 휘말리고 페인트 세례를 받는 등 흉물화되고 있는 사정을 감안한 듯 작정하고 '이은상 옹호'에 나섰다.

   

먼저 김병수 마산문인협회 회장은 "전국 자치단체가 조그만 이야깃거리만 있으면 그것을 활용해 관광객을 유치하려 하는데 마산에서는 특정 단체에 발목이 잡혀 꼼짝도 못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노산이 살아야 마산이 산다"고 말했다. 또한 김 회장은 "자유당 정권에 조금 동조했다고 해서 독재 부역 논란이 있는데, 이승만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에 한국의 초대 국부에 올랐고 반공을 제1 국시로 내세우며 국민의 동조를 받은 분이다. (이은상에게 대는 잣대로라면)고려왕조를 뒤엎은 위화도 회군도 쿠데타이니 이성계를 잡아와서 다시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연단에 오른 조영파 부시장은 "창원 부시장으로서가 아니라 양덕동 주민으로서 초청받았다"며 민감한 사안에서 한 발 빼는 듯했으나, 결국 이은상 기념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조 부시장은 "노산문학관을 제가 기획하고 마산시에서 퇴직했더니 마산문학관으로 바뀌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며 "문학 분야는 제 업무가 아니지만 제가 지금 창원시에 들어가 있으니까 (노산문학 계승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조 부시장은 "이날 출판기념회가 노산문학이 꽃피는 발판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살아생전 이은상과 인연을 맺은 바 있는 윤재근 교수는 가고파를 마산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교수는 "가고파는 마산시민에게 1년에 몇백 만 원씩을 갖다 줄 수 있는 상품"이라며 "이런 엄청난 상품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활용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한 윤 교수는 문화와 자연환경을 활용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통영의 사례를 언급하며 '마산 시민 정신'을 탓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윤이상이나 박경리 등은 노산이 마산을 사랑한 만큼 통영을 사랑하지 않았다. 하지만 통영은 그들을 관광상품화 했다. 적어도 자신들이 사는 산천에 애정을 가져야 하는데 마산시민 정신은 그 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노산을 위해서가 아니라 마산시민을 위해서" 가고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게 윤 교수 주장의 핵심이었다.

출판기념회 막바지에는 '노산 이은상 선양회' 추진 방안이 논의됐다. 가고파를 관광자원화 하자는 주장을 근거로 본격적인 이은상 기념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남시조시인협회가 주최한 이날 출판기념회는 마산문협, 합포문화동인회, 경남약사회, 남마산로타리클럽이 후원했으며 조영파 창원부시장, 조민규 합포문화동인회 회장, 이우걸 전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 임영주 마산문화원장, 조우성 도의원 등이 참석했다. 지역 정치인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한 조우성 의원은 "이념 문제에 매몰돼 노산이 꽃피지 못해 많은 갈등을 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이 자리에 안 보이는 것도 그런 맥락인 것 같다. 그래도 문학은 문학의 의미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영파 부시장의 발언에 대해 김영만 '이은상 시비 철거대책위' 공동대표는 "너무 생뚱맞고 즉흥적인 발언인 것 같다. 시의회가 이미 결정한 사안일 뿐 아니라 엄연히 시민의 찬반 의견이 뚜렷한데 창원 부시장이 일방적인 한쪽의 편을 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항의방문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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