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에 있는 모 경찰서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지난 6월 4일 '마산지역 시민' 9명이 4월 29일 자 <경남도민일보> 보도 내용을 근거로 윤재근 한양대학교 명예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바 있는데, 이와 관련해 참고인 진술을 부탁해 온 것이다.
사정은 이렇다. 윤재근 교수는 4월 27일 아리랑호텔(창원 마산회원구)에서 열린 '노산 이은상 시조선집 가고파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마산 시민 정신이 우둔하다"고 말했다. 당시 윤 교수는 '노산 이은상'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해 지역의 가치를 드높일 수 있는데도 정작 이은상의 고향인 마산에서 그를 배척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개탄해 마지 않았다.
이 같은 정황까지 포함한 윤 교수의 발언(마산시민 정신이 우둔하다)은 4월 29일 자 <경남도민일보>에 게재됐다. 그리고 6월 4일 '마산지역 시민 9명'이라는 명의로 일군의 시민들이 윤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윤 교수는 조사 과정에서 "마산 시민 정신이 우둔하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여기에 더해 당시 현장에 있던 지역 문인 등 20여 명이 '윤재근 교수는 마산 시민정신이 우둔하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연명장을 제출했다고 한다.
윤 교수가 마산 시민을 명예훼손했다고 법이 판단할지, 아니면 '마산시민 9인'이 윤 교수를 상대로 괜한 트집을 잡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시간이 좀 흐른 사안이어서 잊고 있었다. 그런데 윤 교수와 지역 문인 20여 명에 따르면, 나는 졸지에 발생하지도 않은 사실을 유포한 기자가 되고 말았다. 녹음·동영상 자료는 없다. 그래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서랍에서 잠자고 있던 당시 취재수첩을 찾아봤다. "마산 시민정신이 우둔하다"는 발언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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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 세상에는 진실도 팩트도 없는 것일까? 내가 환청을 듣고, 환상을 보고 기록한 건 아닌지 급 우울해졌다. 아니면 윤 교수가 하지도 않은 말을 멋대로 취재수첩에 옮겨 적은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문인들이 많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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