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창간사

경남도민일보는 권력화된 토호언론의 병폐를 극복하기 위해 6,000여명의 도민이 주주로 참여하여
창간한 개혁적 지역정론지입니다.

오늘 우리는 두렵고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존 신문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지역언론 하나를 세상에 내어놓습니다. 6,000여명의 각계각층 도민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일간신문을 만들었다는 것은 경남 언론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거니와, 이를 위해 우리의 모든 정열과 노력을 쏟아 부었던 지난 6개월을 돌이켜 볼 때 벅찬 감격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먼저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경남도민일보 창간을 위해 기꺼이 피와 살점을 떼어 준 6,000여 주주들의 높은 기대와, 예사롭지 않은 신문에 쏟아지는 전국적인 관심이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두려움과 중압감 속에서도 우리는 경남도민일보의 창간이 경남의 역사는 물론 한국언론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기념비적인 일로 남을 것이라 믿습니다.

우선 경남도민일보는 '신문'의 주인과 '신문사'의 주인이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도민의 신문'으로서 특정 대자본의 이해관계에 흔들려 온 한국언론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했다는 것입니다. 언론의 자유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국민 모두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의 언론은 민주화의 과정에서 국민들이 피흘려 쟁취한 언론자유를 소유자본이나 언론구성원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왔던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과정에서 언론은 부도덕한 권력과 자본의 횡포를 감시하고 비판하기보다 스스로 권력화 함으로써 참언론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려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런 문제의 근본이 언론의 잘못된 소유구조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경남도민들은 전국에서도 유례가 드문, 전혀 새로운 신문의 소유구조를 창출했습니다.

예로부터 경남은 외세의 침탈로부터 나라를 구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의병의 구국혼과 형평사운동으로 표출된 인간해방의 정신, 그리고 3.1독립운동과 3.15의거, 10.18항쟁으로 이어져온 자주.민주.정의의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는 고장입니다.

개혁언론의 기치를 든 경남도민일보가 이 고장에서 창간하게 된 것도 이처럼 불의를 용납치 않는 경남인의 혼이 살아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일찍이 경남도민일보는 지역언론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덕목으로서 도민에게 드리는 21가지 약속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스스로 깨끗한 언론만이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원론적인 인식에 따른 것입니다. 뒤틀린 현실 속에서 바른 길을 걷는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압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첫마음으로 돌아가 스물 한가지 약속을 되새기겠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것. 그것만이 경남도민일보에 쏠린 300만 도민의 관심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길이라 생각하며, 오늘의 이 두려움과 설렘을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1999년 5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