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조영파 창원 부시장이 마산역 광장에 설치된 이은상 시비 철거논란을 더욱 가열시키는 발언을 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조 부시장이 한 시인의 작품을 좋아하는 건 개인적인 취향일 수는 있지만, 이를 발언하는 순간 공인의 자격에서 평가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분명 문제가 있다.

이은상 논란이란 마산역 광장에 설치된 시비 철거 여부를 둘러싼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시조시인 이전에 이은상이 살아생전에 내뱉었던 온갖 정치적 발언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담고 있는 것이 이은상 논란의 핵심이다. 이은상의 대표적 작품인 가고파를 상업화해서 시민에게 이득을 주는 부를 창출하지 못하느냐는 비난이 타당해지려면, 적어도 민주주의라는 역사적 가치에 타당해야 한다. 이은상이 3·15의거를 '무모한 흥분으로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라고 폄훼한 과거의 발언은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이은상이 살아 있는 동안 이런 식의 발언은 계속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와 평가라는 잣대가 오히려 필요하다. 전두환이 일으킨 군사 쿠데타를 '혼란기에는 강력한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호도한 이은상은 적어도 현재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주의 정치체제와는 부합하지 않는 인물이다. 4·19혁명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두환의 12·12 군사변란을 불법으로 규정한 사법부의 판결이 존재하는 마당에 이은상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은 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려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조영파 부시장이 기획하였던 노산문학관을 마산 문학관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던 것도 민주주의라는 절차적 과정에 따른 결과이었다. 왜냐면, 문학관의 명칭변경은 마산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당시 시의회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정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고 개인적인 생각이나 의도와 다르다고 딴소리를 내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이은상 시인의 시비는 개인적인 선호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을 위한 작품이기 때문에 그 시인의 시대정신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예술적인 기준에서만 보면 매국노인 이완용은 적어도 그 시대에 알려진 명필가의 반열에 이미 올랐다. 이완용의 작품이 지닌 예술적 가치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절대로 칭송하지 않는 이유까지 설명하는 건 구차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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