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 두 번 죽이는 일" 로타리클럽 중재 거절…존치대책위 구성 부상
마산역광장 이은상 가고파 시비 철거를 주장하는 측과 존치를 주장하는 측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7일 학계와 종교계 인사들로 구성된 중재단이 타협점을 찾으려 시도했으나 양측의 대립은 오히려 전면전 조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찬반 양측은 접점 없이 뚜렷이 갈라졌고, 양측 모두 세가 부풀려지고 있으며, '보수 대 진보'라는 이념논쟁으로까지 번질 기미도 보여 '마산' 지역사회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은상 시비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단(대표 허성학 신부)이 "기증자 측(로타리클럽)에 설치비 3000만 원을 보상해 시비 소유권을 넘겨받고, 모금에 참여한 시민들의 뜻을 물어 시비를 처분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김봉호 남마산로타리클럽 회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회장은 "그렇게 되면 또 새로운 갈등이 생긴다. 앞뒤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제안이 오히려 반민주적이고 독재적 발상 아니냐. 위법적인 시비 훼손행위로 순수한 국제 봉사단체인 우리 위상과 자긍심이 훼손됐다. 시비 철거는 노산 선생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문인, 문화단체, 학자들의 큰 반대가 예상돼 (중재단의 제안을) 동의할 수 없다"는 강경한 의사를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로타리클럽을 중심으로 '이은상 시비 존치를 위한 대책위' 구성 움직임까지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천 명의 회원을 거느린 지역 로타리클럽이 이은상 논란에 뛰어들 경우 지역 사회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은상 시비 존치를 원하는 이들의 움직임은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가고파 시비를 사랑하는 시민'이라는 이름표를 단 일군의 시민들은 8일 오전 이은상 시비에 묻어 있는 페인트를 벗기는 작업을 벌였다.
김복근 경남문협 고문, 오하룡 도서출판 경남 대표, 김교한 한국문인협회 고문, 정계환 태풍매미 희생자 유족회 대표, 김갑상 전 하나방송 이사, 이승일 마산상인연합회 사무처장, 김경환 마산합포구 산호동 주민, 명형대 경남대 교수 등이 페인트 제거 작업에 동참한 이들이다.
이들은 "마산은 3·15 정신과 가고파의 서정성을 융합해 잘사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며 "뉴욕 시장이 지하철 낙서를 지우는 일에서 출발해 깨끗한 도시를 만든 것처럼 마산의 밝고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가고파 시비 페인트 제거 작업을 벌이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가고파 시비 존치를 위한 활동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중재단 대표 허성학 신부는 "새로운 중재안을 내놓든지 해야 하는데,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로타리클럽도 지역사회 갈등을 증폭시킨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허 신부는 "안 그래도 청사 문제 때문에 마산이 들끓고 있는데 이 갈등이 지속되면 엎친데 덮친격으로 더 큰 혼란속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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