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역 광장에 설치된 이은상 시비 철거를 둘러싼 논쟁과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경남지역의 학계와 종교계 인사 15명이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단'을 구성하고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히려 갈등이 확대·증폭되는 국면을 맞았기 때문이다. 중재안은 "기증자 측에 설치비 3000만 원을 보상하고 시비 소유권을 넘겨받겠다"는 것이다. 보상비용은 시민모금을 통해 마련하며, 시비 처분 방안은 모금에 참여한 시민의 의견을 모아 결정하기로 했다.

이러한 중재안은 시비를 세운 남마산로타리클럽 김봉호 회장이 지난 3월 29일 마산역장실에서 열린 창원시의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차라리 시비 설치비 3000만 원을 주는 곳이 있으면 철거를 하든 뭘 하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그 돈으로 다른 봉사활동을 추진하면 된다"고 말한 데 근거해 마련됐다. 하지만 남마산로타리클럽 김봉호 회장은 중재안을 거부했다. 김 회장은 중재안을 따를 경우 또 새로운 갈등이 생긴다면서 문인, 문화단체, 학자들의 큰 반대가 예상되기에 중재단 제안을 동의할 수 없다는 강경한 의사를 비쳤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중재단 대표 허성학 신부는 "새로운 중재안을 내놓든지 해야 하는데,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로타리클럽도 지역사회 갈등을 증폭시킨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중재단이 설치비용 보상을 제안한 것은 마산역 광장에 이은상의 시비가 존재하는 한 관련 단체나 시민의 갈등과 대립이 점점 확대되고 격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모두가 많은 상처와 손실을 보게 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종료된 노산문학관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도 그 이유이다. 마산은 독재를 타도하고 민주주의 세상을 요구했던 3·15의거가 일어난 곳이다. 김주열 등의 죽음은 4월 혁명으로 이어졌고 이승만 독재정권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래서 마산의 역사적 정체성은 3·15의거 정신이다. 이것이 의거를 '무모한 흥분',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 '불합리불합법이 빚어낸 불상사'라고 규정했던 이은상이 마산에 뿌리내릴 수 없는 이유이다. 이은상 그 자신도 더 이상 그의 불명예가 부각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시비 논쟁은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끝을 맺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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