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회복 시도 적극적…시비대책위 "독재권력에 가담한 인물일 뿐"
마산역 광장에 설치된 '가고파 이은상 시비'를 철거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은상을 복권하려는 세력이 조직적으로 결집하고 있다.
3·15 의거를 폄훼하고 마산시민을 모욕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탓에 불가피하게 불거진 이은상 논쟁은 지난 2005년 '노산 문학관'이라는 명칭이 마산에서 퇴출당하면서 일단락된 듯 보였다. 그러나 '노산'에 대한 명예회복 시도는 기회있을 때마다 이어져 왔고 2013년 마산역 광장에 가고파 이은상 시비가 세워지면서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근현대사 역사논쟁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마산문인협회는 최근 오하룡(마산문협 고문) 시인이 쓰고 윤재근(한양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가 감수한 '노산 선생 3·15 의거 폄하 논란 진의 분석-노산 선생은 3·15를 폄하하지 않았다'는 제목의 A4용지 6장 분량의 문건을 회원들 이메일로 배포했다. 또한 경남시조시인협회도 언론사 기고 등을 통해 이은상 복권에 대한 의지를 적극 피력하고 있다.
3·15기념사업회 변승기 회장이 최근 "(이은상 복권을 위해) 문인들이 총대를 메야 한다"고 말했다는 구설수와 맞물리면서 이은상을 복권하려는 이들의 조직적 대응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오하룡 시인은 이은상이 3·15 의거를 폄훼했다는 주요 근거로 제시되는 "불합리 불합법이 빚어낸 불상사다",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다" 등의 발언을 맥락에 맞게 다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인은 '불합리 불합법'은 3·15 의거를 지칭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으로 이 사건이 촉발되었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다'라는 언급에 대해서는 "데모군중이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이고 냉철한 지성을 기대하기도 난망한 분위기였을 것"이라며 "당연히 억제를 위한 지성을 호소했을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지성을 말할 수 있는 사람도 노산 선생이었으니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군중의 데모가) 혹 북한을 자극하는 빌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시인은 이 외에도 문제가 됐던 이은상의 발언 6개를 일일이 소개하면서 "부분적으로 발췌했을 때는 얼핏 오해할 만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는 듯 하지만 전체를 보면 그렇게 받아들여서는 안 됨을 너무나 확연히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은상 시비 철거대책위는 공식 대응 자료를 통해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김영만 민주공원건립추진위원장은 "이은상은 3월 15일 부정선거를 앞두고 문인유세단을 조직해 이승만과 이기붕의 당선을 위해 전국유세를 다닌 인물"이라며 "가는 곳마다 이승만을 성웅 이순신과 같은 구국의 인물이라 칭송하고 이기붕을 성실하고 인자한 사람이라며 침을 튀겼다"고 소개했다. "독재권력의 영구집권 음모에 가담했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또한 김 위원장은 "자유당 독재정권과 운명을 같이했던 이은상 입장에서는 3·15가 당연히 불법과 불합리였고, 그래서 당시부터 이은상이 마산 3·15 의거를 폄훼했다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이은상과 이승만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꼭 같은 말을 하고 있다"며 "이은상은 이에 더해 고향사람들의 독재 항거를 느닷없이 이적행위로 몰아가며 은근히 겁을 주었고 마산시민들을 심히 모독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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