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 이은상을 두고 지역 내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마산역에 이은상 '가고파' 시비 건립이 계기가 되었다. 지난달 6일 시비 제막식이 거행되었다. 이에 3·15정신계승 시민단체연대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시위를 벌이며 시비철거를 요구했고, 마산역 이은상 시비 철거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지난 4일에는 마산문인협회를 비롯한 25개 문인단체로 구성된 '이은상 선생을 사랑하는 지역 문인단체'가 마산역에 세워진 가고파 시비에 대한 일부 시민단체의 행동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문인단체의 입장표명에서 가장 논란을 불러일으킨 대목은 노산의 행적에 대한 평가다. 이들이 이은상을 '애국지사'이며, '위대한 민족시인'이라 못 박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산이 3·15의거를 폄훼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희생을 최대한 줄이고, 합법적으로 수습되기를 바라는 원로로서의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대변했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을 재조명하고 기리는 사업이 지속되기를 희망하기도 했다.
이에 시비철거 대책위는 마산지역 문인의 역사관·국가관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러한 역사관으로 글을 쓴다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해악을 미치겠느냐"고 비판했다.
마산지역의 역사적 정체성을 얘기할 때 3·15의거 정신은 그 중심에 있다. 하지만 이은상의 행적은 독재타도, 민주주의 쟁취라는 의거 정신과 맞지 않는다. 그는 3·15의거 직전 '문인유세단'을 조직하여 자유당 선거 유세를 지원했다. 이후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에도 적극 협조했다.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3·15의거에 비판적이었다는 것이다. 마산에서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3·15의거가 일어나자 '무모한 흥분',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 '불합리·불합법이 빚어낸 불상사'라고 규정했던 것이다.
마산역 광장은 공공의 장소이다. 그곳에 마산의 역사적 정체성과 맞지 않은 이은상의 시비를 건립한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이제 이은상을 둘러싼 논란은 끝내야 한다. 10여 일이 지나면 3·15의거 53주년이다. 과거의 사건을 기념한다는 것은 당시의 사람들이 염원했던 사회가 지금 실현되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이다. 3·15의거를 부정했던 사람의 시비를 공공장소에 건립하면서 의거를 기념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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