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인단체-시비 철거대책위원회, 정면 대립
창원시 마산역 이은상 <가고파> 시비 건립을 두고 시작된 논란이 노산의 행적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졌다. 이 탓에 묵었던 지역 내 갈등이 재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상 선생을 사랑하는 지역 문인단체'는 4일 오후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마산문인협회를 비롯한 25개 문인단체 회원 40여 명은 "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애국 민족시인 노산 선생의 <가고파> 시비에 대한 일부 시민단체의 행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마산역 시비는 마산 문화와 자긍심의 상징으로 <가고파>를 사랑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특히 이들이 강조한 부분은 노산의 행적이었다. 애초 <가고파> 시비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은 이은상 선생을 '애국지사이며, 위대한 민족 시인'이라고 못박았다. 갈등과 논란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대목이다.
문인단체는 "노산 선생은 대한민국 국민훈장, 무궁화장, 대한민국 건국포장을 받았고 국립묘지 현충원에 안장됐다"며 "국가가 이런 예우를 할 때는 철저한 검증을 거치는 것이 상례다. 노산은 국가의 검증을 받은 애국지사이자 민족시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친일독재 부역 관련 행적과 3·15의거를 폄훼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전면 부정했다.
문인단체는 "노산은 일제강점기와 6·25, 분단현장을 직접 체험했다. 나라 없는 백성의 고통을 절감했던 확고한 국가관은 강한 나라를 지향하면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부에 부분적으로 협조하게 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며 "3·15를 마산 데모로 걱정하면서 불법으로 언급한 것은 긴박한 상황에서 학생 등 양민의 희생을 줄이고자 원로로서의 염려 이상의 언급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우리는 모든 업적을 제쳐두고 문학만으로 그가 얼마나 탁월한 애국자이고 훌륭한 문학가인가를 절감한다"며 "이제라도 선생에 대한 평가가 바르게 이뤄져야 한다. 선생의 작품이 재조명되고 기리는 사업이 지속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마산역 이은상 시비 철거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마산지역 문인의 역사관·국가관이 걱정되며 이를 바탕으로 무슨 글을 쓴다는 것인지 크게 우려된다고 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가고파라는 문학작품을 좋아하는 것은 개인 자유다. 그런 면에서 문인의 입장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이승만 초대정부를 지지하고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에 협조한 상황을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라고 말한 것은 정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은상이 부역을 했다는 정권은 당대에 국민에게 심판을 받았다. 독재라고 심판을 받았고, 쿠데타라고 심판받았다. 이는 교과서에도 실렸다. 그런데 부역을 한 것이 뭐가 문제냐고 묻는 문인들의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며 "이러한 역사관으로 글을 쓴다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해악을 미치겠느냐. 사회가 매우 혼란스러운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또 "마산역에 세워진 시비는 가고파가 아니라 노산 이은상 시비라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마산역이라는 공공의 장소에 세운 것은 의도가 있다고 본다. 옳지 않은 역사관을 옳은 것처럼 포장한 시비는 당장 철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책위는 오는 15일 3·15의거 기념식이 열리기 전까지 집회 등을 진행해 노산 이은상 가고파 시비 철거를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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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 민족시인 노산 이은상 선생의 <가고파> 시비에 대한 문인들의 입장 지난 2월 6일 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애국 민족시인 노산 이은상 선생의 <가고파> 시비에 대한 일부 시민단체의 행동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다음과 같이 문인들의 입장을 밝힌다. 1. 노산 선생은 국가이 검증을 받은 애국지사이며, 위대한 민족 시인이다. 살피건데, 노산 선생의 인물됨은 단순하게 보더라도 그의 약력이 말해주듯이 국가유고아로서 대한민국국민훈장, 무궁화장, 대한민국건국포장을 수상했으며, 작고했을 때는 문화훈장 1등금 금관문화훈장 추서와 함께 국가가 지원하는 사회장으로 국립묘지 현충원에 안장되었다. 국가가 이런 예우를 할 때는 철저한 검증을 거치는 것이 상례다. 국가가 인정한 인물을 기리는 일이 무슨 문제가 되며, 그가 쓴 작품을 좋아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가. 2. 문학작품으로서 <가고파>의 위상 살피건대, 노산 선행의 연치 20세인 1932년 <가고파>가 발표되었다. 이 작품을 선생의 친구인 양주동 선생이 평양 숭실대에 근무할 당시 그의 제자인 김동진 작곡가에게 소개하여 같은 해 가곡으로 탄생하였다. 당시는 일제강점기로서 성악가 이용주, 이인범 등에 의해 일본은 물론 우리 동포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불러져 사랑을 받았으며, 해방 후에는 교과서에 실려 범국민적 애창 가공이 되었다. 이런 사실은 <가곡파>가 일찍부터 우리 국민정서의 근간이 되고 고전이 되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노산 선생의 고향 마산으로서 어찌 <가고파>를 사랑하고 기리지 않겠는가. 3. 친 독재(?)라니 무슨 말인가. 살피건대, 1903년생인 노산 선생이 살던 시대를 어떤 필설로 제대로 헤아릴 수 있을 것인가. 암울한 일제강점기를 견뎠고, 독립해서는 공산주의자들을 비롯한 분파주의자들과 갈등을 겪었으며, 마침내 동족끼리의 전쟁참화의 분단 현장을 직접 체험했다. 나라 없는 백정으로서의 고통을 절감했던 그의 확고한 국가관은 여기서 확립된 것으로 강한 나라를 지향하면서 이승만의 초대 정부를 지지하고, 비록 혁명으로 집권했으나 박정희 정부와 전두환 정부에 부분적으로 협조하게 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어디까지나 그의 정치적인 소신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인 것이다. 그가 저 중국고사의 백이 숙제나 고려말기 고려동 사람들처럼 초연하지 않았다고 하여 양지를 지향한 기회주의자로 몰아세운다면 오늘날 4∼5년마다 바뀌는 정치적인 현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백척간두에 선 조국의 운명을 지켜보며 살아온 통한의 일생을, 광복 이후 세대들이 함부로 말하는 것을 우리는 아프게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4. 그는 3·15 정신을 폄훼하지 않았다. 살피건대, 3·15의거는 4·19혁명으로 이어지고, 정권이 바뀌면서 ‘의거’로 그 성격이 규정지어졌다. 당시 노산이 마산데모를 걱정하면서 불법을 언급한 것은 고향 마산의 양민과 경찰과의 대치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학생들의 희생을 최대한 줄이고, 합법적으로 문제가 수습되기를 바라는 원로로서의 염려 이상의 언급은 아닌 것이다. 이제라도 노산 선생이 언급은 폄훼가 아닌 걱정과 염려 이상의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다시는 그를 3·15의거를 부정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일부의 불만은 노산 선생이 분기한 시민의 편에서 데모를 부추기는 언행을 하지 않은 것을 탓하고 있는 듯한데, 보통 사람들의 몸싸움도 우선은 말린 후, 그 옳고 그름을 따지는 우리의 정서로 보면 노산 선생의 언행은 잘못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5. 2006년 마산문학관 결정으로 노산의 평가가 끝났다는 시각 살피건대, 일부에서는 2006년 노산문학관을 마산문학관으로 결정할 당시 마산시의회가 13대 14로 결의한 것을 완전무결한 결정인 양 몰아가고 있다. 이것은 당시 사회분위기에 편승한 일부 시민운동가들에 의해 없는 친일까지 문제 삼아 정상적인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진 정황이 짙다. 따라서 당시의 판단은 결코 바르게 결론지어진 것이 아니다. 이제라도 선생에 대한 평가가 바르게 이뤄어져야 한다. 6. 우리는 <가고파>를 사랑한다. 노산 선생도 신이 아닌 이상 실수한 언행이나 행동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작은 흠결이 있다고 하여 그의 삶과 사유방식 전체를 문제 삼은 것은 민주시민이 취할 수 있는 논리적 태도가 아니다. 우리는 다른 업적은 젖혀두고, 문학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탁월한 애국자이고 민족주의자이며, 훌륭한 문학가인가를 절실하게 공감한다. 따라서 최근 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가고파 시비는 마산 문화의 자긍심의 상징으로, <가고파>를 사랑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자리를 빌려 시비를 세운 마산역 당국과 마산의 15개 로타리클럽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노산을 기리는 일에 헌신적으로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운 뜻을 표한다. 2013년 3월 4일 마산문인협회, 시향, 경남시조시인협회, 목향수필동인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국제펜한국본부경남위원회, 경남문학관, 경남여류문학회, 경남아동문학회, 경남수필문학회, 가향문학회, 가락문학회, 붓꽃문학회, 화중련, 석필문학회, 경남문심회, 마창동인수필문학회, 민들레문학회, 디카시문화콘텐츠, 창원문인협회, 진해문인협회, 노산시조연구회, 계간 작은문학, 서정과 현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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