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기관의 노산 이은상 기념물 건립과 시민의 반대. 10여 년 전 이은상 문학관 건립 반대 운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4일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마산관리역과 국제로타리클럽 마산 조직이 마산역에 가고파 노래비를 세운 것을 말한다.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노래비 건립에 들인 3000만 원이 로타리클럽에서 나왔다는 것 정도이다. 이익단체가 사비를 모아 기념물을 건립했다고 문제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공기업이 개입한데다 하필 마산을 상징하는 마산역에 노래비가 세워졌다는 것이 문제다.

애초 마산역 허인수 역장이 국제로타리클럽에 노산 노래비 건립을 제안했고, 국제로타리클럽은 마산역이 마산의 대표적인 곳임을 감안해 입지를 정했다고 한다. 코레일과 국제로타리클럽에게 이은상 문학관 건립이 좌초된 역사를 깡그리 잊었는지 묻고 싶다. 옛 마산시는 이은상 문학관과 조두남 음악관 건립을 통해 마산 문화 관광벨트를 구상했지만 시민의 끈질긴 반대로 되레 노산과 조두남의 친일·친독재 경력만 알려지게 했을 뿐 소득 없이 끝났다.

마산은 노산의 고향임에도 그와 씻을 수 없는 악연이 있다. 노산은 3·15 의거 당시 김주열을 비롯해 희생된 시민들이나 시위 참여자들을 '무모', '불합법' 운운하며 매도한 전력이 있다. 그가 '불합법'이라고 손가락질을 해야 할 쪽은 3·15 의거를 불러온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였다. 그러나 그는 이승만 정권이 마산 시민의 동력으로 하루아침에 무너질 줄은 꿈에도 모르고 독재 정권을 찬양하고 다니는 데 급급했다. 노산의 일생을 평가하자면 힘이 센 쪽을 향해 해바라기처럼 움직인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노산은 일제 강점기부터 독재정권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부당한 권력에 부역한 인물로 지식인의 지조와는 거리를 두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정의와 올바름이 아니라 보신과 영화였다.

문학적으로 성취를 일구었더라도 공적인 영역에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인물을 공공이 개입하여 기억하는 것은 시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점만큼은 유념해야 한다. 국제로타리클럽이 이왕 노래비 건립에 자비를 들였다면 사유지에다 세우면 될 일이다. 잊을 만하면 노산을 불러내어 그의 떳떳하지 못한 전력을 들추도록 하는 행위는 고인 스스로 알려지기를 원치 않을 불명예를 부각할 뿐이다. 이제 그만 이은상을 놓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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