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마산 지역에 사는 시민 7명이 윤재근 한양대 명예교수를 모욕죄로 검찰에 고소, 그 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윤 교수는 지난 4월 27일 마산 아리랑관광호텔에서 열린 노산 이은상 시조선집 <가고파> 출판기념회 강연 도중 가고파를 관광자원으로 활용 못하는 지역현상을 언급하면서 '마산 시민정신이 우둔하다'고 말해 반발을 샀다. 지역 시민사회는 즉각 윤 교수의 사과를 요구하긴 했으나 더 이상의 행동에는 나서지 않았는데 결국 울분을 참지 못한 일각의 시민이 연명으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날 출판기념회에서는 또 하나의 예상치 못한 불상사가 겹쳐서 일어난 기억이 새롭다. 비록 개인자격으로 참석하긴 했으나 조영파 창원부시장이 마산문학관을 노산문학관으로 바꾸어야 마산이 산다는 취지의 인사말을 해 반발을 산 것이 그것이다. 현 마산문학관은 애초 노산문학관으로 문패를 달려고 하다가 노산의 친독재 행적에 발목이 잡혀 마산시의회가 찬반투표를 거쳐 지금의 이름으로 결정·고시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윤 교수의 발언에 비하면 그건 오히려 애교에 가깝다. 당시 마산역 앞 가고파 시비 철거논란이 한창이던 때라 가고파의 문학적 자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 못 하는 것을 마산 시민정신이 우둔해서 일어난 현상으로 빗댄 윤 교수의 말은 마산시민, 더 나아가선 통합 창원시민을 비하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우둔하다'의 형용구는 어리석고 둔하다는 뜻으로 글귀를 잘게 뜯어보면 평소 귀로 흘려들을 때보다 한층 그 어감이 불유쾌한 것임을 느낄 수 있다. 3·15의거나 부마항쟁 그리고 6·10 민주항쟁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큰 여울이 있을 때마다 분연히 일어서서 부정과 불의에 맞서 싸웠고 민주쟁취를 위해 독재타도에 앞장서 몸을 던진 것이 마산시민이요 마산정신이다. 가고파로 빚어진 정서충돌 하나 때문에 마산 시민정신이 지탄받아야 한다면 그건 너무 억울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문학평론가로서 대학교수로서 시대를 앞서 간 윤 교수가 그 정도 철학적 사고가 없다고는 믿기 어렵다. 노산의 문학에 심취한 나머지 잠시 편견에 사로잡힌 탓으로 돌리고 싶다. 시민을 대변한 고소인들 또한 그걸 바로잡고자 함이지 형사처벌이 목적은 아닐 것이다. 조 부시장이 고개 숙여 사과했듯 윤 교수 역시 공개사과를 통해 시민 명예를 올곧게 해주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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