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이은상 시인의 가고파 시비에 대한 철거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 철거논란이 계속되면서 3·15의거기념사업회와 마산문인협회의 기묘한 동거관계도 지역사회에서 구설수로 회자하고 있다.
이은상 시비 철거논란이 벌어진 계기는 이은상에 대한 극과 극의 평가에서 출발한다. 먼저 지난 3월 4일 김병수 마산문인협회 회장을 비롯한 전직 회장단까지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시비 철거에 반대하는 뜻을 공개적으로 발표하였다. 물론 이 발표는 마산문인협회라는 단체가 아니라 '가고파를 사랑하는 문인단체 회원'이라는 모임 이름으로 이루어지긴 하였지만, 마산문인협회의 구성원과 중복되는 인물들이 대거 철거반대 견해를 밝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역 문인 중에서 다수는 이은상 작품의 예술성과 대중적 선호도를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이은상은 애국지사'라는 발언은 분명 문제가 된다. 왜냐면, 이은상 시비 철거대책위가 주장하듯이 3·15의거를 '무모한 흥분으로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이자 '불법이 빚어낸 불상사'였다는 식으로 폄훼한 인물을 두고 애국지사 운운하는 건 지나친 견강부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인들보다는 일반시민의 자발적 모임의 성격이 강한 철거대책위에서 이은상의 정치적 행적과 발언에 더욱 관심을 두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전두환이 권력을 잡기 위해 벌인 불법적인 군사 쿠데타마저도 '혼란기에는 강력한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호도하였던 과거사를 내팽개치고 작품의 예술성만을 이야기하는 건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은상이라는 개인을 놓고 문인들과 일반시민의 평가는 물론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시민의 세금이 합법적으로 지원되는 공식단체는 개인적인 선호도가 아닌 단체의 정체성과 존재의미가 강조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3·15의거기념사업회가 공식적으로 재정 지원하는 '3·15의거 기념 전국 백일장' 행사를 마산문인협회가 주관하는 게 과연 옳고 정당한가라는 반론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은상에 친근감을 표시하는 인물들이 다수인 단체가 3·15의거 기념행사를 주관하는 모양새도 그렇지만, 이 행사를 3·15의거기념사업회가 다시 지원하는 이 불편한 진실을 덮어두기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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