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민주화의 두 축인 마산의 3·15기념사업회와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협력관계를 이루지 못한 채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식은 좀 충격적이다. 3·15기념사업회는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민 데모를 벌여 이승만 독재 정권을 붕괴시킨 시민정신을 이어받은 단체며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유신정권에 종지부를 찍음으로써 이 나라 민주화에 물꼬를 튼 민주인사들의 결집체다. 시사하는 바와 같이 두 단체는 성격상 호형호제할 수 있는 가장 친근한 관계임이 틀림없는데 왜 서로 간 간극을 방치하고 있는 것일까. 그 배경이 궁금치 않을 수 없다. 두 단체가 마산지역 민주 성지화의 두 주역으로서 감당해야 할 역할이 적지 않다는 데 동의한다면 분명히 지역이익에도 반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우선 민주주의 전당 마산 유치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저께 결성된 마산유치추진위원회에 3·15기념사업회는 주체로 참여했지만,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빠졌다.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으나 민주주의 정체성에 대표성을 가졌다 해도 지나치지 않은 두 핵심단체 중 한 단체가 그 추진위에 참여치 않았다는 것은 뭔가 불편한 관계에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서울·광주와 함께 유치 경쟁에 놓인 난국을 헤쳐가는 데 힘을 모아도 모자랄 마당이 아니던가. 그럴 리야 없겠지만, 행여 상징성을 두고 두 단체가 주도권 다툼이라도 벌이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는 시민신뢰에 큰 타격을 입힐 뿐이다.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단체나 대표자가 잠깐이라도 본분을 벗어나 정치적 언행에 노출되는 것은 금기시된다. 그런 점에서 전임 3·15기념사업회장의 전례가 논란이 되고 있고 근래에 와서는 마산역 광장의 이은상 시비 건립까지 겹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세간의 추측이 맞는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일 작은 오류라도 그 잘못을 인정하고 마음을 여는 동시에 또 다른 한쪽은 그것을 이해하는 여유를 가진다면 문제 해결과 화합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두 단체는 능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대척할 일이 아니라 우호적 협력관계를 복원하겠다는 각오로 당사자들이 서로 논의의 기회를 모색하라. 그런 후 반민주적인 어떤 처사에도 공동 대응하는 저력을 길러야만 목표로 하는 입지에 순응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