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이은상의 가고파 시비가 끝내 물리적 충돌을 불렀다. 시비에 페인트가 뿌려지고 달걀세례가 가해진데 이어 22개 시민사회단체가 연합해 결성한 철거대책위원회가 역장실을 점거 농성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런 일련의 항의 시위가 3·15의거 기념일을 맞아 본격화한 것이 그저 우연이 아님은 마산지역 시민이면 이미 인식의 궤를 넘어선, 좀 쉽게 풀어서 말한다면 시민정신의 발로라고 해석할 수 있는 일이다. 이은상이 군사독재정권을 찬양한 생전의 행적은 그의 문명을 안타깝게 하는 씻을 수 없는 업보인데 더해 특히 고향 마산서 일어난 3·15시민의거를 불합리·불합법이 빚어낸 불상사로 규정함으로써 반시민 정서의 굴절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살아있는 지역의 시민의식이 노산의 문학적 위명에도 '이은상 문학관' 대신에 '마산 문학관'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일련의 역사 바로세우기 운동이 이해되고도 남는다.

지난달 마산역이 가고파 시비를 독자적으로 건립한 것은 90년대 민주화 이후 정리되기 시작한 친일청산과 독재부역에 대한 올바른 평가 작업을 미처 자각하지 못한데서 빚어진 것으로 이해됐었다. 그래서 제시된 철거기한이 3월 15일이었다. 그러나 시비는 그대로 서있고 마산역은 납득할만한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일부 보수적 문인단체가 지지성명을 내기도 했으나 오히려 갈등의 폭만 넓혔을 뿐이다. 통합되기 전의 마산시와 의회가 시민사회단체와의 소통을 통해 왜곡된 역사의식을 바로잡기로 한 것이 그래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역 앞 공원 광장이 다시금 시비를 재연시키게 된 것이다.

장지연 선생의 묘역이 사적지에서 해제되고 조두남음악관이 마산음악관으로 이름을 달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조금만 알고 있었더라도 마산역이 자랑스레 가고파 시비를 시 관문에 건립하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터이며 오랜 시간 방치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페인트를 뒤집어쓰고 계란 투척까지 받는 시비의 존재가치는 볼썽사납기 이를 데 없다. 역 광장은 역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민 모두의 공유물이다. 그러므로 시민정서를 훼손하는 어떤 시설물도 들어서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마산역과 한국철도공사는 이 점을 시행착오로 인정하고 특단의 대책을 세울 것을 권고한다. 잘못된 줄 알았으면 바로잡으면 그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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