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막고 윤석열 파면시킨 주권자]

광장, 민주주의 수호 상징하는 '열린 공간'
계엄 때 국회 지킨 시민 고비마다 집결
파면 이끌어낸 힘으로 광장 의미 되새겨
시민사회 26일 사회대개혁 요구안 발표
정치에 반영할 직접민주주의 강화는 과제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까지 123일. 시민은 분노·불안 속에서 지치지 않고 연대하며 끝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시민은 위헌·위법한 ‘행정부’ 수장 비상계엄에 직접 맞서 국회를 사수했고, ‘입법부’ 국회에 탄핵소추안 가결을 명령했으며, ‘사법부’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까지 끌어냈다.

시민은 내란의 밤-국회 탄핵소추안 의결-윤석열 체포·석방-헌재 탄핵 심판 지연 끝에 파면 선고라는 지난했던 넉 달 동안 광장을 지켰다. 광장의 시민은 내란 정국 속에서 다시금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힘을 발휘했다.

지주형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광장을 ‘의사 표현 공간’으로 정의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 주권은 국민에 있지만 국민이 국가 의사결정 구조에 직접 참여할 수단이 마땅찮기 때문”이라고 내란 사태 속 시민의 행동을 설명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해 인용을 선고한 4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일대에서 탄핵에 찬성한 시민들이 헌재의파면선고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해 인용을 선고한 4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일대에서 탄핵에 찬성한 시민들이 헌재의파면선고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곳곳에서 윤 전 대통령이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 날 곧바로 촛불을 들었다. 경남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창원시를 비롯해 시군에서 시민은 넉 달간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를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4일 시작된 창원광장 촛불 집회는 열흘간 매일 이어졌다. 12월 14일 국회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매주 한 차례로 줄었다. 광장에 집결한 시민은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는 열망을 더 크게 모아나갔다. 내란죄 혐의 입건에도 윤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체포영장 집행에 거부하며 버티면서다.

지난 1월 26일, 윤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제 탄핵 심판 선고만 기다리면 된다던 시민은 지난달 7일을 기점으로 또다시 기나긴 사투를 벌이러 광장에 집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여 윤 전 대통령이 석방되자 시민은 ‘불면의 밤’ 속에서 다시 광장을 지켰다.

창원광장 탄핵 촉구 집회에는 최소 200여 명에서 최대 8000여 명(12월 14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이 함께했다. 거창·산청·함양·남해 같은 군 지역에서도 촛불은 꾸준히 이어졌다.

광장의 목소리는 매우 기민했다. 헌법재판소 선고가 늦어지자 시민은 압박 목소리를 쏟아냈다. 마침내 선고기일이 잡히자 도민은 서울 헌재 앞 노숙 농성에 나서며 ‘민주주의를 배신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탄핵 선고 기일에는 일터에서 손을 놓고 광장으로 향해 민주주의 회복을 열망했다. 4일 회사 연차를 내고 탄핵 생중계를 보러 창원광장에 나온 한 직장인은 “무조건 8 대 0 파면일 거로 생각했다”며 “민주주의와 시민들의 당연한 승리”라고 환호했다.

김지현 윤퇴사동(윤석열이 퇴진하면 사라질 동아리) 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윤석열 정권 퇴진 목소리를 내왔다.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께 시국선언 이후 본격적으로 집회에 참여했고, 아프지만 않으면 매번 광장에 나갔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무리 고된 일이어도 힘을 합치면 무엇이든 헤치고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광장에서 배웠다”며 “광장이라는 공간이 이번을 계기로 진짜 민주주의 상징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4일 창원시청 창원광장에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생중계를 시청하던 시민들이 윤석열 파면 선고가 내려지자 환호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4일 창원시청 창원광장에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생중계를 시청하던 시민들이 윤석열 파면 선고가 내려지자 환호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사회대개혁 경남비상행동은 윤석열 파면 당일 오후 6시 30분 창원광장에서 ‘윤석열 파면 시민승리대회’를 열고 ‘민주주의 회복과 함께 찾아온 진짜 봄’을 맞았다. 사회자 김인애 경남청년유니온 위원장은 “4개월 동안 간식차 지원부터 물심양면 도움 주신 시민이 있었기에 오늘 승리가 더 값지다”고 감사를 표했다.

시민은 다시 광장으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내란 주불만 잡혔을뿐, 잔불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시민은 농민들 트랙터 진입이 막히자 시민이 합세해 뚫은 ‘남태령 대첩’으로 상징되는 연대의 힘을 믿고 있다.

경남비상행동은 사회대개혁특위·내란청산특위를 구성하고 윤석열 파면 이후 사회대개혁을 준비한다. 26일 경남시민대회를 개최해 도민 목소리가 반영된 요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경남비상행동은 이날 창원시청 앞 창원광장에서 헌재 탄핵 선고를 시민과 함께 시청했다. /김구연 기자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경남비상행동은 이날 창원시청 앞 창원광장에서 헌재 탄핵 선고를 시민과 함께 시청했다. /김구연 기자

 

이병하 경남비상행동 대표는 “박근혜 파면 이후 달라진 게 없는 사회를 보고 답습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파면 이후 사회대개혁은 절실한 마음으로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주형 교수는 “이번처럼 정치권과 행정부가 광장 시민 목소리를 듣지 않는 사례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강화하는 등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조국혁신당·비례) 국회의원 수석보좌관 문수훈 씨는 계엄군에 맞서 국회의사당을 지켰고, 이후 국회 윤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 의결, 체포영장 집행,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구속취소 등 일련의 탄핵 정국 속에서 꾸준히 광장을 찾았다. 그는 “2017년 박근혜 탄핵 정국은 탄핵 열망이 광장을 메웠다면 이번엔 극명하게 갈렸다”며 “마치 영국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찬반 선전전을 방불케 했고 통합이 아닌 극단으로 치달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깊어진 갈등 골 등 탄핵 정국 후유증을 치유하려면 광장 속 대립 구도를 정치권이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환석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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