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개발공사 묵인 의혹 부인 "경찰, 조서에 서명 강요"..통영해경 '펄쩍'
경남도로부터 위탁받아 문제의 '짝퉁 거북선'을 발주한 경남개발공사가 지난 9일 '대도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사과문과 해명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경남도는 사과문 발표 주체를 개발공사에 한정함으로써 '금강송 거짓 홍보'는 애써 덮으려는 분위기다. 명절 직전 급히 대도민 사과문을 발표해 이 정도 선에서 거북선 문제를 매듭지으려는 경남도와 개발공사의 셈법은, 그러나 공무원의 유착관계가 핵심인 후속 수사로 말미암아 희망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강압 수사 있었다? = 가장 큰 논란은 '진술 강요' 부분. 이날 사과문을 발표한 안승택 사장은 외국산 소나무 사용을 공무원이 묵인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경찰이 외국산 목재 사용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조서를 만들어 놓고 서명을 강요한 것으로 들었다"고 밝혀 때아닌 경찰의 강압수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안 사장은 "수사 과정에서 개발공사 직원이 외국산 목재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진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직원 한 명이 조사를 받으러 갔는데 (외국산 목재 사용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의) 조서를 만들어 놓고 서명을 강요했고,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건 아니다 싶어 항의해 (알고 있었다는 부분을) 고쳤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통영해양경찰서 강영덕 수사과장은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조서를 미리 만들어놓고 서명받느냐"며 "피의자 조사도 아니고 참고인 조사였고, 조사 과정은 모두 CCTV로 녹화됐다. 서명을 강요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강 과장은 "(개발공사) 직원 한 명이 외국산 목재 사용 사실을 인식했다는 뉘앙스로 진술하고 갔다가 이후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진술 수정을 요구해왔다"며 "자신의 진술이 수사에 불리하게 작용할까 봐 그런 것 같았지만 얼마든지 수정 가능하다고 말해줬고 결국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사전에 몰랐다" VS "공무원 알고도 묵인" = 안 사장이 발표한 이날 사과문의 요지는 이번 '짝퉁 거북선' 사건은 어디까지나 시공사와 감리사의 짬짜미일 뿐 개발공사는 사전에 이를 몰랐으므로 지도감독 소홀이라는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한다는 수준이었다. △경남도→개발공사에 사업 위탁 △개발공사→금강중공업에 발주 △금강중공업→목재상, 감리회사 사이 거래와 감리 등 이 세 가지 단계에서 제일 마지막 단계에서 부정이 발생한 것일 뿐 앞의 두 단계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8일 구속된 금강중공업 대표 ㄱ(51) 씨는 기자들에게 "억울하다. (수입 목재 사용은) 도청과 개발공사도 그전부터 다 알고 있던 일이다. 설계변경 요청도 했지만 담당공무원이 묵인을 하고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영해경 강 과장도 "ㄱ 씨는 공무원이 외국산 목재 사용 사실을 알고 묵인했다고 진술하고 있다"면서 "(관련 공무원은) 문서로 증명되는 부분이 없어서 지금으로서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했지만 신분이 바뀔 수도 있다. 연휴 후 '공무원 인식'(공무원이 알고 있었나 없었나)을 중점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송 뻥튀기 홍보'는 책임 없나? = 안 사장은 이날 경남도가 금강송을 사용한다고 수차례 발표한 데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지만 금강송으로 거북선을 만든다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안 사장뿐 아니라 전문가들도 모두 '금강송 거북선'이란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는데, 왜 경남도는 1년여에 걸쳐 금강송 거북선을 홍보한 걸까.
애초 지난 7월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파문이 급속도로 확산하자 경남도 감사관실은 도가 개발공사에 거북선 복원사업을 위탁한 과정과 공무원의 묵인 여부, 금강송 거북선으로 홍보한 이유 등에 대해 자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남도는 곧 조사를 철회했다. 모든 자료를 경찰이 가져가 버려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이유였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번 사과문 발표도 주체를 개발공사에 한정해, 경남도는 한 발짝 물러선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경남도는 원형에 최대한 가깝게 복원하겠다며 40억 원을 들인 거북선·판옥선 건조 사업이 금강송 거북선은커녕 외국산 소나무로 만든 '짝퉁 거북선'으로 판명되면서 도민은 물론이고 전 국민을 우롱했을 뿐 아니라, 거북선을 위시한 '이순신 프로젝트'의 허구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뻥튀기 관광 홍보로 경남의 관광이미지에 먹칠을 한 책임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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