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을 복원하는 데 사용키로 했던 금강송은 궁궐이나 누각·전통사찰을 지을 때 주로 이용되고 특히 대들보용으로 쓰인다. 섬유질이 치밀해서 단단하고 송진도 많아 방수 효과가 뛰어난 나무로 알려졌다.
거북선과 판옥선 등 전투용 함선은 당연히 금강송으로 건조됐고 복원을 주도한 경남도와 발주를 위탁받은 경남개발공사가 원형고증과 함께 재목에 대한 중요성을 가장 기본적인 복원 매뉴얼로 여겼을 것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참으로 어이없게도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 모아주었던 신뢰와 자존심이 배반당하는 서글픈 현실에 맞닥뜨렸다.
아직 확증된 것은 하나도 없지만, 관련자들의 증언과 주변분위기에서 감지되는 정황증거에서 유추하건대 건조된 거북선과 판옥선 두 척에 사용된 목재의 상당량이 미국산 소나무, 즉 미송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 문제가 연일 관심거리로 증폭되면서 급기야 국내산 소나무와 미국산 소나무의 가격 편차와 그 차액의 행방, 그리고 책임소재가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의당 뒤따라야 할 일이겠지만 훼손된 거북선의 정체성을 어떻게 바로 잡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
이순신 장군은 한국인의 긍지요 거북선은 한국의 자존심과 같다. 임진왜란에서 열세를 극복하고 왜선을 무찔러 나라를 지킨 거북선은 세계 최초의 철갑선이다. 그 재질이 바로 금강송이며 무쇠인데 당치않게 저 먼 나라 수입 목재가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기가 찰 노릇이 아니고 무엇인가.
만일 떠도는 얘기들이 근거가 있으며 경찰 수사결과 그 사실이 확인된다면 경남도는 관리감독 태만과 함께 이미 형체를 완성한 복원 거북선과 판옥선의 뒤처리까지 다시 공론화의 절차를 밟는 수고로움을 사양치 않아야 할 지경에 이를 것이다. 미송으로 만들어진 거북선을 우리 고유의 전통적 역사 유산이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연유 때문에 제기된 의혹이 귀중한 주민 혈세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미송이 탑재된 거북선과 판옥선에는 40억 원가량의 도비가 쓰였고 실태조사 후 비용의 증감이 어떻게 초래될지 알 수 없다. 경남도는 비록 앞선 김태호 도정이 벌여놓은 일이지만 철저하게 선후를 가려 잘잘못을 바로 잡는 책임에 성의를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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