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27건 중 10건 재검토..이벤트 식 행정, 큰 성과없어
전임 김태호 지사가 주창한 '남해안시대'의 핵심사업인 '이순신 프로젝트'(1570억 원)가 미국산 거북선 악재로 침몰 위기에 처했다.
◇경남도 "전면 재검토" = 국내 최초로 3층 구조 거북선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겠다는 군선 원형 복원 사업(40억 원)은 홍보는 금강송 거북선으로, 실상은 미송 거북선이라는 '대국민 사기극' 오명 속에 경찰 수사와 경남도 감사가 진행 중이고, 바닷속 거북선 잔해를 찾겠다고 야심 차게 출항한 '거북선을 찾아라'(12억 원) 탐험대는 임진왜란 당시 밥그릇과 술그릇 몇 개를 건져 올리는 것으로 사업을 종료해야 했다.
이윤택 감독이 극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아 기대를 모았던 <뮤지컬 이순신>(39억 원)은 공연은 호응을 얻었으나 3년간 재정 지원이 끝나면서 결국은 돈 문제로 유야무야되는 분위기다. 또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의 음식을 현재화한다는 '이순신 밥상' 브랜드 사업(2억 5000만 원)은 지난해 4월 통영에 1호점을 내며 주목을 받았지만 1년여 만에 문을 닫았다. 이렇듯 이순신 프로젝트의 대표 사업들이 이번 미국산 거북선 문제로 전면 부각되자 경남도는 결국 프로젝트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4일 경남도 김이수 문화관광국장은 "이순신 프로젝트 전체 사업 27건 중 이미 진행 중인 1단계(2008∼2011년) 17건은 적정하게 마무리하고 2·3단계 10건은 대부분 중단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순신 비엔날레와 세계로봇함선 해전 페스티벌, 백전백승 해전관, 사명대사 평양성 탈환체험장, 홍의 장군 의병창의장 등 사업은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 사업들이 순항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거짓말로 홍보를 하고 사기 혹은 배임 등의 의혹까지 받으며 '누더기'가 된 이 사업을 더는 이을 수 없다고 경남도가 판단한 것이다. 다른 사업과 달리 문화·관광사업은 외부 평가와 개인 입소문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치명상을 입은 셈이다.
◇이순신과 김태호 = 사정이 이렇자 이순신 프로젝트의 최대 추진력이었던 전임 김태호 지사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이순신 프로젝트는 김 전 지사의 최고 브랜드 '남해안시대'의 핵심사업으로, 김 전 지사는 2004년 도지사 취임부터 재임 시절 내내 남해안시대를 주창해왔다. 당시 경남도의 대부분 공식 문서에는 '남해안시대를 열겠습니다' 등의 홍보 문구가 사용됐고 김 전 지사도 자신의 최고 치적으로 남해안시대 관련 사업을 꼽았다.
특히, 지지부진한 국비 확보 작업이 우선돼야 하고 장기적인 사업인데다 주민들 피부에 쉽게 와 닿지 않았던 남해안시대 대형 프로젝트 사이에서 김 전 지사의 정치적인 성향과 의지를 내보일 수 있었던 분야가 바로 이순신 프로젝트 사업이었다.
이순신 프로젝트 사업에 대해 그는 자주 '1%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도전한다'며 정치인으로서 '젊은 패기' '도전 정신'을 부각시켰고, 동시에 이순신 장군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으며 이순신 장군의 '국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과 '불굴의 정신'을 자기화하며 대내외 이미지를 알리려 노력했다.
<뮤지컬 이순신> 때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사실 확인을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공연 당시 막이 오르기 전에 한 번, 막이 내리고 커튼콜에서 한 번 김 전 지사는 무대에 등장해 배우들과 나란히 인사하며 얼굴을 알렸고, 특히 공연 중 한 배우가 객석에 앉은 그를 가리키며 "저기 앉은 김태호 도지사 같은 지역 인재가 많은데, 어찌 이들을 버리려고 하십니까?"라고 말해 선거관리위원회가 급히 사실 확인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지난해 그가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을 때 경남도청 공무원노동조합은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이순신 프로젝트로 건진 게 뭐가 있느냐. 1%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도전한다는 말을 주구장창 해왔는데, 지금은 실용정부를 표방하지 않나. 실용정부와 1%라도 도전한다는 사람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자료를 내기도 했고, 실제 이 문제는 후보 청문회 내내 김 전 지사를 비꼬는 재료로 쓰였다.
정계 한 인사는 "혈세로 사업을 벌이는 도지사가 자신의 정치적인 이미지를 알리려고 신중해야 할 사업을 1%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추진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김 전 지사는 이번 이순신 프로젝트로 말미암은 경남도 망신살에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며 "마창대교와 거가대교, 김해관광유통단지, 최근 이순신 프로젝트까지 전임 지사의 실정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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