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송 사용불가 알면서 거짓홍보.."너무 비싸 국내산 소나무 썼다"

전임 김태호 경남도지사 시절 '이순신 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됐던 '금강송 거북선'은 결국 대국민 사기극이었을까?

지난해 광화문 현판을 두고 빚어진 '금강송 논란'이 경남에서 벌어졌다. 금강송 논란은 지난 연말 금강송으로 만들었다는 광화문 현판에 금이 가자 금강송이 '맞나, 안 맞나'에서 '실체가 있나, 없나'로 공방이 이어진 것이다.

경남도가 고증을 거쳐 복원한 3층 구조 거북선이 짝퉁 논란에 휩싸였다. 위 사진은 지난 6월 진수식 직전 공개된 복원 거북선의 모습. /경남도

경남도는 전임 김태호 지사 시절인 지난 2009년 초 국내 최초 3층 거북선·판옥선 복원 사업을 벌이면서 재료로 금강송을 쓰겠다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대국민 금강송 모으기 운동'까지 벌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홍보와 달리 국내산 소나무로 제작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3일 경남도 관계자는 "금강송과 국내산 소나무는 시료채취 분석에서도 구별이 안 될 정도로 표가 안 나는 데 반해 가격은 금강송이 국내산 소나무보다 7배나 비싸 국내산 소나무로 제작하게 된 것"이라며 "금강송으로 거북선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지 실시계획이나 설명서 안에 들어 있지는 않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금강송을 일부라도 썼는지에 대해서는 "금강송을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확실히 모른다. 다만 미국산 소나무를 쓰지 않은 점은 시공업체와 감리단 조사 결과 확인됐다"며 "연구기관에 보내야 알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도는 2010년 1월 거북선 제작 위탁기관인 경남도개발공사에 제작설명서를 전달하면서 '본선에 사용되는 목재는 선주 측에서 금강송 또는 소나무를 수집해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 사용'하라고 지시하면서도 제작 계획서에는 모두 '국내산 소나무' 사용을 명시하고 있다.

적어도 지난해 초부터 금강송이 아닌 국내산 소나무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도는 수차례 보도자료를 내 '금강송 거북선'을 크게 홍보했다. 게다가 금강송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전 국민 대상으로 금강송 모으기 운동을 벌여 금강송을 모아 주는 국민에게는 목재 대금은 물론이고 제공자 이름을 동판에 새겨 거북선에 붙여 주겠다고 공모하기도 했다.

거북선 복원에 금강송을 쓰겠다고 홍보해 '금강송 프리미엄'을 활용하고서 실제로는 쓰지 않은 것이다. 대중적인 관심을 끌려고 '부풀리기 관광홍보'를 한 셈이다.

거북선 복원은 '1%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도전한다'는 김태호 전 지사 특유의 도전정신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업이었다. 입 소문이 중요한 관광사업인데다 김 전 지사의 지원 아래 '국내 최초' '금강송' 등의 혹할 만한 문구를 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1592년 당시 거북선이 금강송으로 만들어졌다는 고증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도 관계자는 "금강송이 좋은 목재라서 사용하겠다는 것이지 거북선 재료가 금강송이라는 것을 명시한 문헌 등은 없다"고 말했다.

2009∼2010년 경남도가 배포한 금강송 거북선 홍보자료

▲'경남도는 지난해 7~12월 6개월간 거북선 복원에 사용할 금강송을 전국 17개소 1058그루의 자료를 확보해 시공업체에 전달했으며….'(2010년 3월 22일 보도자료)

▲'특히 역사상 최초로 시도하는 금강송 3층 거북선과 판옥선 복원은….'(2010년 1월 23일)

▲'거북선 등 군선 복원을 금강송으로 제작하고….'(2009년 12월 10일 보도자료)

▲'거북선 복원 금강송 찾기 해답 찾는다…경남도지사 간담회 개최'(2009년 4월 22일 보도자료)

▲'경남도가 전국에서 최초로 거북선 복원에 필요한 금강송과 벌채 후 장기간 보관중인 소나무 등 목재 모으기 사업을 추진한다. (중략) 현재 국내 목재상을 통한 금강송 구매는 불가능함에 따라 범국민 수집 운동을 전개키로….'(2009년 4월 20일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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