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 문제·복원사업 거짓 홍보 파장 심각..공무원은 알고 있었나

거북선 논란이 금강송에서 국내산 소나무로, 다시 미국산 소나무로 이어지고 있다. '금강송 거북선'으로 홍보하면서 대국민 금강송 모으기 운동까지 벌였던 경남도가 '미국산 소나무를 쓴 게 아니냐'는 도의원 의혹 제기에 '금강송은 아니지만 국내산 소나무는 맞다'고 극구 해명했지만, 이 또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금강송 거북선은커녕 미송(미국산 소나무) 거북선이었던 것이다.

거북선 '대국민 사기극'은 거짓 보도자료를 통한 진실 왜곡으로 끝나지 않고, 혈세가 새나간 범죄로 이어질 분위기다. 미국산 소나무 가격은 국내산 소나무의 2분의 1, 3분의 1에 불과해 그 차액을 누가 챙겼고, 그 사실을 어느 선까지 알고 있었는지를 두고 경찰 수사와 경남도 감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거제에서 복원 거북선을 조사하고 있는 관계자들. /통영시

◇도 "공무원 결탁 조사 중" = 통영해양경찰서가 거북선과 판옥선 일부에 미국산 소나무를 쓴 사실을 밝힌 가운데, 경남도가 공무원 결탁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21일 지현철 감사관은 "통영해경이 거북선을 건조한 금강중공업과 목재상 간 납품 관계를 수사하는 것과는 별도로 금강송으로 홍보한 이유, 경남도가 개발공사에 위탁하는 과정과 미국산 소나무 사용을 묵인 혹은 결탁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2주일 정도에 걸쳐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 감사관은 "통영해경 수사가 마무리되면 수사 결과를 알아보고서 필요에 따라 추가 감사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통영해경과 경남도 등은 21일 거북선과 판옥선이 정박한 통영·거제에서 현장조사를 하고 시료를 채취해 국립산림과학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결과는 일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 배임? = 국립산림과학원의 분석 결과 미국산 소나무를 쓴 사실이 밝혀지면 이 사업의 위·수탁기관인 개발공사가 금강중공업에 내린 '1592년 거북선 등 군선원형복원사업 제작시방서'(2010년 1월)를 위반한 것이 된다. 시방서에는 '전량 국내산 목재 선체로 건조되어야 하며 국내산 나무 수급이 불가한 경우 발주처, 선주감독 및 설계사와 협의해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개발공사는 미국산 소나무 사용을 전면 부인했고 특히 감리회사는 주요 자재 공급원에 대한 벌목허가 관련 증빙서류를 확인했고 샘플을 채취해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시험성적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특히 원목을 구입할 때 감리회사가 입회해 감독까지 했다고 해명했다.

또 금강중공업 대표는 "나는 목재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른다. 일부 미국산 소나무를 사용했다고 들었다"고 말해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목재상이 국내산이 아닌 미국산을 속여 납품했다는 분위기로도 읽힌다. 해경이 밝혀야 할 부분이다.

경남도가 개발공사에 위탁해서 개발공사가 금강중공업에 발주, 금강중공업이 목재상에게서 납품받은 3단계 가운데, 위반 여부와 인지·공모 여부에 따라 형법상 사기죄(형법 제347조)와 배임죄(제355조 제2항)에 해당할 수 있다.

◇차액 누가 챙겼나 = 국내산 소나무는 미국산 소나무보다 통상 2∼3배 정도 가격이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목재협회 관계자는 "미국산 소나무는 부가세 별도로 ㎥당 24만 원 정도인데 반해 국내산 소나무 지름 30cm 2등급 정도는 42만 원 정도"라며 "목재상이 목재 납품 때 따로 인증서를 구비하지 않기 때문에 금강송이나 국내산 소나무를 쓴다고 해놓고서 미국산 소나무를 납품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산을 쓰겠다고 해놓고서 미국산 소나무를 사용한 만큼 차액이 남았다는 것인데, 차액이 어느 정도고 어디로 오갔는지 또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남도와 개발공사는 미국산 소나무 사용을 감시·감독하지 못한 점은 물론이고 미국산 소나무를 쓰면서도 거짓 홍보를 해서 금강송 프리미엄을 얻으려고 한 점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사업의 최대 추진력이었던 김태호 전 지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주)전통한선복원연구소에 따르면 120t짜리 거북선 1척을 만들 때 목재가 약 8만 사이(才)가 필요하고 미송은 1사이(才) 1800∼2000원, 금강송 1사이(才)는 약 1만 2000원으로 미송으로 거북선을 만들면 8억 원 정도 비용이 절감된다.

대한목재협회 관계자는 "문화재용 정도로 쓰는 금강송을 거북선 복원에 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가격도 가격이지만 목재상에서 금강송을 구하질 못한다. 전문가들이 충분히 말했을 텐데, 몇 년 동안 금강송 거북선을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덧붙였다.

※복원사업 과정은 = 도는 2008년 1월 경남개발공사와 '거북선 등 군선 원형복원사업' 위·수탁 협약을 맺었다. 그해 2월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용역을 마쳤다. 개발공사는 2009년 5월 실시설계를 마치고 지난해 1월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사업발주 입찰공고를 냈다. 응찰한 금강중공업과는 그해 3월 33억 4500만 원(설계용역비·감리비 등 사업부대비용 6억 5500만 원 미포함)으로 계약을 맺어 올 6월 완공했다. 완공된 두 척은 지난달 17일 통영과 거제에 한 척씩 정박하고 최종 인수작업까지 마치려 했으나 김윤근 도의원이 지난 12일 도의회 도정질문에서 미송 사용 의혹을 제기하면서 21일 현장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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