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거북선·거가대교에 추경 예산 잘리고..'모자이크 프로젝트'조차 삭감

최근 경찰이 미국산 거북선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감사원이 거가대교에 대한 의혹을 인정하는 등 도정에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 도청 공무원 사이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열심히 일해서 뭐하나'는 패배감에서 '이번에 확실히 털고 가자'며 자세를 추스르는 반응까지 극과 극이지만, 공통 정서는 한탄과 자조여서 우려스럽다.

지난달 중순과 이달 초 각종 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3명의 경남도 공무원이 구속되고 롯데에 '퍼주기' 의혹을 받은 김해관광유통단지 건이 계속 도마에 오르면서 도청 공무원의 비리, 무능이 도드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관실은 꼴찌에서 겨우 9위로 올려놓은 전국 청렴도 평가에서 다시 곤두박질칠까 봐 벌써 걱정이다.

   
 

특히 김해관광유통단지와 거북선 복원 사업을 포함한 이순신 프로젝트, 거가대교 등의 문제는 전임 김태호 지사 시절 진행한 사업들이어서 '잠시 머물다 갈' 도지사의 정치적인 입지를 다지기 위한 일에 '정년까지 근무해야 할' 공무원들이 공을 들였다가는 낭패 보기 일쑤라는 자성(?)으로 이어졌다.

이는 최근 한나라당 도의원들이 김두관 지사의 정치적인 색깔을 드러냈다며 전액 삭감한 모자이크 프로젝트와 대체 상수원 개발 사업에 불똥이 튀어 '복지부동이 최고'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도백이 바뀌어도 여전한 인사 불만과도 상관이 있고, 정치색 짙은 이유로 예산을 무위로 만들어버리는 도의원에 대한 분노도 섞인 것으로 보인다.

28일 도청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복지부동'이라고 이름을 밝힌 한 공무원은 "이순신 프로젝트 담당하던 분이 충격으로 입원하더니 사표 냈다는 소문이 들린다"며 "밤낮없이 일하고 의회 가서 있는 욕 없는 욕 다 먹고 속상해서 소주 먹고 속버리고 나중에 문제 되면 모가지 떼놓고 일해야 하는데 뭐하러 열심히 일하나. 요즘 직원들 보면 그냥 시간만 때우다가 승진되는 부서만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경남도가 앞으로 참 잘 되겠다"며 비꼬았다. '도의원'이란 공무원은 "도지사는 떠나면 그뿐 도지사에게 충성하지 말고 도민에게 충성하면 된다. 도의원도 만날 말만 해놓고 책임은 절대 지는 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생각…좀'이라고 이름을 단 공무원은 "도의회에 예산 올리면 바보, 예산 편성한다고 설치는 바보, 의원님 답변서 만드는 바보, 지휘관 답변 못하면 덩달아 예상 질문서 못 만든다고 책임져서 바보, 일 처리과정 감사받아 힘들어 바보, 징계 먹으면 더 바보, 징계 핑계로 승진 누락되면 더 바보, 그걸로 슬퍼하면 더 더 바보"라며 이를 '공무원 8대 바보'라면서 "노조가 이런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해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라는 공무원은 "일 열심히 하는 사람만 바보 되는 세상, 그 말이 딱 맞다"며 "남는 게 욕뿐인데 누가 힘든 부서 가려 하겠나. 앞으로 모자이크 사업은 누가 하고 싶겠나"라며 한탄했다.

반면, 이번에 잘잘못을 확실히 가려 더는 이런 의혹이나 수사, 감사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노조가 나서서 자정 결의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정의의 사…'라 밝힌 직원은 "잘잘못을 가려 관련자 징계와 구상권 청구, 해당업체에는 과징금 등 행정조치를 취해 도민의 도지사로 거듭나야 한다"며 "제 식구 감싸기가 검찰, 법원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도민들은 이제 경남도에도 제 식구 감싸기가 횡행하는 걸 알게 됐다. 공사 관련 책임라인의 중징계로 도민들 원성에 화답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토목직'이란 직원도 "거가대교 관련해 연일 언론에 보도가 되고 있다. 잘잘못을 가려 신상필벌을 하면 이른 시일 내에 조치가 되고 도민을 위한 행정을 할 것인데 왜 무엇 때문에 못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강력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용덕 도청노조 위원장은 "비리 척결에 나서는 것은 집행부와 노조가 따로 없지만 노조가 나서 대응할 일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다만, 직원 사기 저하나 자조 섞인 목소리는 공감하고 더 깊은 고민을 해 볼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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