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사업 논란 '더는 안 되겠다' 판단..감사원 감사 결과 위기감 느낀 듯
김두관 지사가 "거가대교에 과도한 현금 투입은 절대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25일 오전 9시 도청 도정회의실에서 열린 실국원장회의에서 김 지사는 작정하고 거가대교 보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김 지사는 "거가대교 실시협약에 따라 40년 동안 통행료를 거둬 가고 또 통행량이 적으면 20년 동안 MRG(최소운영수익보장)를 물어줘야 한다. 이 돈이 장기적으로 수조 원의 현금 지출이 된다는 게 공인회계사, 민자사업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면서 "경남도는 이를 절대 부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금을 과도하게 예산으로 지출하는 방식은 절대 가능하지 않다"고 한번 더 강조하고서 "거가대교의 민자사업자인 GK해상도로(주)가 사업을 마무리하고 매각하려고 하는데, 경남도와 부산시가 매각 승인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협상을 하는 데 가장 유리한 시간대이다. 건설항만방재국에서는 실무적인 준비를 해주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취임 후 마산로봇랜드 의혹이 불거지자 '마창대교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거가대교 접속도로 부실시공 지적에도 공분을 표시한 김 지사지만 이번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은 처음이다.
김 지사의 이 같은 자각은 최근 발표된 감사원의 거가대교 감사 결과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되고서 거가대교 공익감사를 청구한 거가대교범대위, 김해연 도의원과 마주한 자리에서 김 지사는 "(거가대교가) 도민들에게 환영받아도 모자랄 판에, 묵사발이 됐다"면서 "경찰과 검찰은 이런 것 수사 안 하고 뭐 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 지사의 이번 강경 발언은 민자사업에 대한 그간의 우려가 감사 결과로 입증된 만큼 '더는 안 되겠다'고 판단,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김 지사는 '현금으로 지출하는 방식은 불가하다'고 말해 MRG를 대폭 줄이거나 다른 방식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안들은 GK해상도로가 자금 재조달(재무모델을 바꿔 이자율 등을 낮추는 등으로 금융이익을 창출하는 것)과 매각을 진행할 때 거래의 대상으로 쓸 수 있다. 어찌 됐든 매각 승인권을 가진 경남도와 부산시가 승인권을 흔들며 협상의 우월한 지점에 서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GK 측은 조만간 부산시(한시 주무관청)에 KB자산운용 등에 매각하고자 승인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른 지역 사례를 보더라도 협상은 '산 넘어 산'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허성곤 도시건설방재국장은 "지난 21일 부산시와 경남도, GK해상도로가 만난 자리에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대부분 수용하라고 요청했다"면서 "GK해상도로도 대주단과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8월 초에 2차 협의를 하기로 했다. 2차 협의 때 GK해상도로가 어느 정도 (경남도의 요구를) 수용할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도는 감사원에서 요구한 통행료 민감도 조사(통행료에 따른 통행량과 수익 등의 관계를 살피는 조사)를 교통연구원 등 전문용역기관에 맡기기로 하고 역시 GK해상도로에 용역비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 또한 8월 회의 때 수용 여부가 밝혀진다.
한편, 이날 김 지사는 도청 공무원의 대언론 자세에 대해 오랫동안 설명했다.
김 지사는 "경남도가 언론 보도와 외부 지적이 있으면 사실 확인을 해서 잘못된 부분은 해소하고 오해는 해명해야 하는데, 제기된 의혹을 막는 데만 급급했달까, 그런 것 같다"며 "진실을 적극적으로 규명하면 근본적으로 의혹은 해소된다. (이렇게 막는 데 급급한 건) 공무원의 별 좋지 못한 관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덮고 보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0년, 20년 전에는 그랬는지 모르지만 지금 투명 공개 협업 행정을 하는 면에서는 옳지 않다. 문제를 제기하면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진실을 알리는 게 맞고 사업은 재검토하면 되고,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져야지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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