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하도급 죄기·사업비 부풀리기·공사 축소' 진실은

감사원이 거가대교 통행료 산정이 부당하고 사업비가 부풀려졌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고, 감사를 청구한 거가대교범시민대책위원회가 경남도의 전면조사를 요구하면서, 이제 공은 경남도와 부산시로 넘어왔다. 민간사업자인 GK해상도로(주)를 상대로 사업비 규명에서부터 통행료와 MRG(최소운영수입보장) 인하를 이끌어내야 할 양 시·도의 의지와 협상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경남도 관계자는 "감사원이 법적인 위반 사항을 지적한 것도 아니고 검찰에 자료를 전달한 것도 아니어서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민자사업이 애초 협상을 통해 사업비를 확정하는데, 사업비 확정 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으로서는 이미 계약이 성립된 것이므로 GK해상도로의 수용 정도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거가대교 개통 직전 완공 모습. /김구연 기자 

실제 감사원은 이번 감사 보고서('거가대교 통행료 산정실태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서 통보 7건과 주의 1건 등을 지적했다. '통보'는 60일 이내 사후 조치계획을 내놓으면 되고 '주의'는 자체적으로 고지만 하면 된다. 위반사항을 적발하거나 수사기관에 자료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반면 이번 감사를 청구한 거가대교범대위와 김해연 의원은 "감사원이 손을 못 댄 부분이 많다. 겨우 3주간 현장실사로 사실을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감사원 결과를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혹독한 하도급은 사업자의 이윤 착복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하도급 관리를 제대로 하라는 '주의'에 그쳤고, 실제는 0%인 직영공사 비용을 4600억여 원으로 계산한 점 등이 잘못 산정하거나 방향이 틀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금 폭탄'을 머리에 인 양 시·도가 이번 계기로 풀어야 할 거가대교 의혹과 시비는 어떤 것이 있을까.

마침 경남도와 부산시는 21일 부산시청에서 GK해상도로(주) 관계자를 불러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통보와 대책 방안 등을 수립할 예정이다.

◇하도급 후려치기로 이윤 착복? = 감사원에 따르면, GK해상도로(주)는 지난 2003년 6월 GK시공사업단과 거가대교 총 공사비 1조 6205억 원에 계약을 체결하고, 총 공사비의 71%인 1조 1562억 원에 원도급 계약을 맺었다. 나머지 4643억 원은 직영으로 공사를 했다고 분류했다.

GK시공사업단은 다시 이를 7688억 원에 147개 공정의 하도급을 줬다. 원도급 대비 하도급 차액이 3874억 원이 발생한 것이다. 한 건설사의 경우 원도급 금액(34억 5662만 원)의 불과 15.34%에 해당하는 하도급 금액(5억 3020만 원)으로 공사했다. 그럼에도, 이 건설사는 "공사비를 충당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며 김해연 의원이 지적했다. 원래 책정된 하도급 공사액의 평균 66.5%로 실제 하도급을 주고 나머지 금액은 GK시공사업단이 챙긴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GK해상도로(주)의 컨소시엄 8개 업체(대우건설·대림산업·두산건설·SK건설·고려개발·한일건설·원하종합건설·금호개발상사)는 고스란히 GK시공사업단에 포함돼 있다. 원도급과 1차 하도급은 한몸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던 셈이다.

감사원 결과는 GK시공사업단이 전체 공사의 29%는 직접 시행했다는 걸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김 의원과 대책위는 100% 하도급 공사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하도급 차액은 더욱 커지는데, 김 의원이 계산한 원도급과 하도급 차액은 7101억 원이다. 김 의원은 '(거가대교 2009년) 하도급 계약 내역'을 분석한 결과, 통행료 산정에 적용된 총 공사비는 1조 7275억 원(경상가 기준)이지만 실제 투입된 공사비는 1조 174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하도급 공사의 낙찰비율을 낮추는 업무를 철저히 감독하라고 주의 주는 데 그쳤지만, 김 의원 등은 공사 과정에서는 절대 이윤을 남길 수 없고 운영수익을 챙기는 민자사업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감독관청에서 알아채지 못하도록 이면계약 등 서류를 갖춘 데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범대위는 증거보전 신청 등을 통해 소송도 대비하고 있다.

◇사업비 부풀리기는 이미 예정된 것? = 이번 감사원 감사로 민자사업의 문제가 다시 환기되고 있다. 그중 '개념설계'라는 단어가 주목을 끌고 있는데, 거가대교는 개념설계가 적용된 희귀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개념설계라는 단어는 건설기술관리법에 존재하지 않는 말이다. 도 계약기술심사과 한 공무원은 "토목직으로 근무한 게 20년인데 이번에 처음 들었다"며 "기본·실시설계 이전에 그야말로 개념적인 설계에 기초한 사업비를 산정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자치단체 재정으로 진행하는 사업은 지방계약법에 따라 공사 내역과 구체적인 단가(표준셈법 혹은 실적공사비 기준)가 명시된 기본·실시설계에 기초해 사업비를 산정한다. 재정사업과는 달리 민자사업은 계약 쌍방의 '협상'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이 같은 변칙적인 사업비 산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접속도로까지 포함해 3조 원 가까이 드는 대형사업의 공사비를 민간사업자가 개념으로 설계하고, 검증절차 없이 실시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실시협약이 체결되는 순간 총 사업비, 운영비용, 예측통행량과 MRG 등은 어떻게 해 볼 수도 없이 족쇄가 채워진다.

아무리 1998년 IMF 시절 건설경기 활성화라는 이유로 대접이 융숭했던 민자사업 1세대 사업이라고 해도, 이 같은 개념설계를 받아들인 점이나 사후정산 조건을 달지 않은 점, 또 최근 국도5호선 문제로 불거진 57조(거가대교 통행량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대체도로가 생겼을 때 손실 보전)의 존재를 명시한 이유를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후정산 절차라도 밟았다면 하도급 후려치기를 적발해 부당하게 챙긴 이윤 3874억 원을 환수, MRG 보전액이나 통행료를 낮추는 데 쓸 수 있었다.

◇간접비용도 철저히 조사해야 = 거가대교 내 휴게소도 GK해상도로(주)가 운영하고 있다. 애초 사업자는 휴게소 수익을 연간 1억 원으로 잡았으나 실제 매달 9억∼1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자는 휴게소 수익의 15%를 가져가게 돼 있는데, 연간 120억 원 수익을 올린다면 휴게소 운영만으로 매년 18억 원을 챙기는 셈이다.

또 감사원은 침매터널 구간의 스프링클러 등 설비를 빠뜨리거나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사비 402억 원을 남겼고, 안전관리비와 정기 안전점검 비용을 정산하지 않아 남은 16억 원, 가·감속차로와 안전시설물 설치공사비 19억 원 등을 재조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선 통행료와 MRG 인하 협상 요인으로 활용해야 한다.

김 의원은 "가장 우선하여 총사업비 실체를 규명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다음이 통행료·MRG를 어떻게 내릴 것인가를 검토하고 감사원에서 지적한 침매터널 차선과 중앙분리대 등 안전성 문제도 급속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치 계획들을 세우면서 추가 조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결정할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자금 재조달 때 거가대교 보전분을 낮추는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가대교 사업 개요

   
 

김 지사 "거가대교 외부 전문 검증단 꾸릴 것" = 김두관 도지사가 거가대교 사업비 실체를 규명할 '역외 검증단'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19일 오후 경남농협에서 도내 농·축협장, 시·군농협지부장 등 170여 명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최근 논란이 된 거가대교 의혹을 거론하며 "회계사와 민자사업 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들로 거가대교 검증단을 구성해서 논란이 되는 부분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남도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회계사·교수 등 전문가들이 대상이 될 것"이라며 "김해연 도의원과 경실련 등에서 제기한 의혹을 검증하고, 여기서 실제로 민간투자기업이 공사에서 7000억∼8000억 원을 남긴 것으로 드러나면 거가대교 통행료를 무료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이날 임근재 정책특보는 "대우 등 대기업을 상대하려면 이 문제에 한동안 집중할 수 있고 경남과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로 거가대교 문제를 처음부터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아직은 구상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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