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도지사·야권 기선 제압은 커녕..문화계·시민단체 등에서 전방위 비판만

"모자이크 프로젝트 관련 예산만 삭감했으면 될 것을 이것저것 손대는 바람에 답답한 처지에 놓였다."

한나라당 도의원들이 주도한 경상남도 추경 예산 삭감에 대한 어느 한나라당 관계자의 한숨 섞인 평가다. 한나라당은 "막무가내·무개념 예산 삭감"이라는 외부의 비판을 짐짓 모르는 체하며 사태가 수그러들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나, 내부에서조차 "너무하긴 너무했다"는 목소리가 흐르고 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김두관 지사의 역점 시책인 모자이크 프로젝트 사업을 지연시킴으로써 집행부에 대한 군기 잡기는 물론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야권에 대한 기선 제압을 노렸을 법하다. 하지만 정치적 의도는 성공을 거두지 못한 모습이다. 지난해 무상급식 예산과 틀니 보급 사업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도의회 다수당의 야권 도지사 발목 잡기'로 비치고 있다.

경남지역 예술인들이 4일 오전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평화미술제 추경예산 삭감과 관련, 경남도의회 김오영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문제는 모자이크 프로젝트 관련 예산과 함께 '패키지(?)'로 잘려나간 여타 항목 때문에 더 곤혹스런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진주를 포함한 서부 경남지역에서는 낙동강 대체 취수원 용역비 삭감을 두고 "한나라당이 남강댐 물 부산 공급을 찬성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고, 문화·시민 단체들은 "통일, 평화, 독립 등의 단어가 들어갔다고 예산을 삭감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나라당이 의도했던 모자이크 프로젝트에 대한 집중 공격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김오영 원내대표가 김두관 지사에게 모자이크 프로젝트를 포함한 추경예산 편성 전반에 대해 공개토론을 하자고 요청했으나 이 역시 성사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도의회 민주개혁연대 의원들이 한나라당을 비판하면서 임시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경남 민예총 등 도내 문화예술인들은 평화미술제 예산 삭감 문제를 놓고 역으로 김오영 대표에게 공개토론을 요구했다. 대결 구도가 삼각 사각 등 전방위적으로 넓어지고 있고, 자연스레 한나라당이 겨냥한 '(김 지사)표적'은 더욱 맞히기 어려워졌다. 더더군다나 강병기 정무부지사에게 "도민의 기대를 저버린 폭거"라는 공세를 허용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앞으로 더 큰 문제다.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4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는 전통 탈을 쓴 예술인들이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족예술인총연합과 민족미술인협회 관계자들이 김오영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김오영 원내대표가 문화·체육 행사 등을 일컬어 "소모적 행사"라고 언급한 것을 문제삼았다. "소모적 행사를 준비하는 우리 예술인들이 소모적 인간들이고 세상에 도움이 안 되는 좀비인간이라는 것이냐"며 "(김오영 원내대표가) 심한 회한을 안겨주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고승하 경남 민예총 대표는 "김오영 원내대표는 도지사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한 만큼, 좋아하시는 공개토론 방식으로 예술인들과도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오영 원내대표만 바빠졌다. 김 원내대표는 경남민예총의 공개토론 요구에 대해 "이번 추경예산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을 놓고 도지사와 공개토론하자고 두 번이나 제안해 놓은 상태"라며 "예산 심의 당사자와 예산을 요구하는 단체가 공개토론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도지사와의 공개토론이 이루어지면 그때 여러 의견을 경청해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또한 민예총이 문제 삼은 '소모성 행사' 발언에 대해서는 "집행부의 예산 편성 과정이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뜻에서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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