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의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이 대폭 삭감되면서 도와 의회 사이에 전운이 형성되는 느낌이 짙다. 강병기 정무부지사는 공개된 자리를 만들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고 김오영 도의회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즉각 지지 않는 맹공으로 맞받아쳤다. 도지사가 구상한 정책 사업이 시작단계에서 설계 용역비를 모조리 삭감당하는 사태를 만났으니 의회로부터 사업 자체를 포기할 것을 명령받은 꼴과 다름없게 됐다. 그런 만큼 경남도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이 되레 이상할 것이다. 삭감을 주도한 한나라당 의원들 역시 준비된 말이 없을 수 없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듯 논리 모순을 용하게 피해 나가면서 여론에 호소하는 모습이 꽤 전략적으로 비친다. 지사와의 공개토론은 진작 빼든 칼인데 기어이 삭감을 밀어붙인 것은 그 주장이 먹히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지방자치제 이후 처음 구도화한 야권 도지사와 여당 도의회는 부조화와 갈등을 예고했었지만 서로 정치적 역량에 힘입어 큰 풍랑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노인틀니사업 등 몇 가지 작은 교착상태를 제외하면 대체로 무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처음 1년을 서로 알아가는 시간으로 이해한다면 도지사는 성의를 다해 의회와 의원들을 대했을 터이며 의회는 팽팽한 견제심리로 지사의 인물 됨됨이와 도정 전반을 주시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 정중동의 카르텔이 추경삭감으로 깨져버렸다. 말썽의 중심에 선 모자이크 프로젝트는 취임 2년차를 맞은 김두관 도지사 회심의 역점사업이다. 지난 1년이 준비기간이었다면 지금부터 본궤도에 오를 순서인데 발목을 잡혀버렸으니 그것 하나만을 두고 말한다면 식물도지사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우의 수이긴 하나 앞으로 이런 장애가 반복돼 나타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때마다 도정이 휘청거리고 김 지사는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그게 한나라당 도의회의 계산된 기대효과라며 내년 총선과 더 나아가 대선과 맞물리는 시기적 기대치가 추가됐음직하다. 만일 그런 정치적 셈법이 추경삭감을 부른 동인 중의 하나라 해도 어쩔 수 없다. 정치이익주의나 정파적 연대의식을 무슨 수로 뿌리칠 수 있겠는가. 다만, 도의회가 할 수 있는 겸양의 미덕은 그것이 여론인 양 호도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추경파동으로 피해를 볼 도민이 소수일 것으로 착각해선 곤란하다. 그들 도민이 의회가 자신을 대변했다고 칭송하겠는가.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