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거북선이 부끄러운 속살을 보인 지 2개월이 넘었다. 그동안 왜 조용했었는지 알 만하다. 경찰수사와는 별도로 경남도가 자체 조사를 벌이느라 앞뒤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럴 만할 것이다. 황당하기로 말하면 견줄 데가 없고 어처구니가 없기로는 쥐 목에 방울을 단 격이니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태연할 수 있겠는가.
우리 것으로 치면 세계에 내놓아 자랑할 수 있는 거북선이요, 판옥선이다. 그런 만큼 계약이고 뭐고를 다 떠나 원형으로 복원한다 하면 재료는 능히 우리 것이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도는 그렇지 않았다는 게 들통이 난 직후 부분적으로 금강송이 아닌 국내산 일반 소나무가 사용됐다고 한발 물러섰다가 다시 완만하게 태도를 바꾸어 미국산 소나무가 섞여 있음을 실토하기에 이르렀다.
'통감' 수준에 그친 관리감독의 책임소재
그런 후 실태파악 겸 사태수습을 위한 장고에 들어간 후 한여름을 다 보낸 엊그저께 배를 건조하는 데 쓰인 목재의 80%가량이 미송 같다는 가당찮은 결과를 내놨다. 이 정도면 그 배를 우리 것이라고 속일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이순신의 거북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경남도 대책이 배 처리문제에 집중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담당국장이 밝히 세 가지 방향의 복안은 나름대로 최선의 사양을 망라한 것으로 간주된다. 약속을 어겼으니 계약파기와 함께 구상권 행사를 할 수 있고 다시 배를 만들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현실여건을 고려한 절충안도 그 중의 한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순리를 좇으면 해결될 일이다.
결과는 원인이 낳는 법. 짝퉁거북선을 있게 한 가장 큰 원인은 확인의무를 소홀히 한 탓이다. 국내산 금강송과 미국산 소나무는 약간만 주의하면 육안으로도 감별이 가능할 터이지만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 담당국장은 조만간 수사결과가 나오면 대도민 사과를 하겠다며 고개를 숙이는 예법은 지켰으되 관리감독에 따른 책임소재는 다만 통감의 수준에서 그쳤다. 경찰 수사를 봐가며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작정인지 알 수 없다.
책임영역에서의 여유로움은 책임감리제라는 외견상 명분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감리법인에 대한 전적인 신뢰성을 계약조건으로 했기 때문에 발주기관은 자유롭다는 의미일 것이다. 정말 그럴까. 건조비용은 도와 통영·거제시가 공동부담했고 그 돈은 주민세금으로 이루어진 공공재다. 조금이라도 잘못되거나 손실이 생겨서는 안 되는 돈이다. 일단의 책임이 왜 없겠는가.
수사결과와 별개의 성찰·책임의식 필요
수입목으로 위장 복원된 거북선을 폐기처분하거나 도의 해명대로 건조업체가 허약해서 되물릴 처지가 되지 않는다면 건조비용 중 상당액이 어차피 결손날 수밖에 없다. 도가 22억 원으로 두 척의 배를 만든 셈인 양 스스로 위안한다면 그 두 척이 왜 애물단지가 됐으며 왜 계륵 신세를 면치 못하는가를 망각한 탓이다. 문제의 거북선과 판옥선은 엄청난 예산이 들어갔거나 들어갈 예정인 이순신 프로젝트를 뿌리째 흔들어버린 죄업을 남긴 데 이어 재정적 피해를 동반시켰다. 물심양면의 손해란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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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럴진대 책임소재가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거북선 원형복원사업은 시작은 김태호 전 지사가 했으며 김두관 현 지사가 계승한, 말하자면 전·현 양대 도정에 겹쳐 진행돼 책임소재를 가리는 일이 쉽지 않다. 또 감독청의 구조조정과 직제 개편으로 담당했던 공무원들의 직무범위에 혼선이 뒤따랐을 여지도 많다. 그러나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해서는 도민에 대한 예의를 다했다고 말할 수 없다. 수사결과와는 별개의 자체 성찰과 거기에 걸맞은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윤석년(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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