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처벌 관련 법은 일이 터지고 나서야 바뀝니다. 아이들의 죽음 위에서 법이 만들어집니다.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를 문제로 인식한 지 24년째입니다. 2000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부터 국가에 아동학대 예방 책임이 부여됐고, 아동학대 처벌 근거가 만들어졌습니다. 아동학대 예방의 날(11월 19일)을 맞아 경남지역 판례를 살펴봤습니다. 2013년 9월 경북 칠곡에서 8살 아이가 숨졌다. 아이는 새어머니에 의해 살해됐다. 아이 몸은 멍과 상처로 뒤덮였다. 관절은 구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굳어 있었다. 그해 10월 울산에서 7살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중심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국회의원이 함께 법정에 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창원지방검찰청 형사4부는 지난달 3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두 사람 자택과 미래한국연구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두 사람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두 사람은 예전에도 함께 법정에서 만났다. 는 명 씨가 4건(공직선거법 위반 2건,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1건, 대여금 1건)의 사건으로 법정에 섰던 과거를 확인했다. 이 가운데 3건은 김 전 의원과 연관이 있다.◇과거에도 수상한 여론조사로 법
첨단조작기술(딥페이크)을 이용한 불법 합성물 성범죄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경찰청이 공개한 관련 범죄 적발 건수는 2021년 156건, 2022년 160건, 2023년 180건, 2024년 7월 기준 297건으로 증가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 안에 깊숙이 자리매김했던 온라인 성폭력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3년간 일어난 딥페이크 관련 사건 1심 판결문 15건을 찾아봤다. 절반 이상이 집행유예가 나오는 등 처벌 수위는 약했다. 낮은 처벌 수위가 딥페이크 사건을 급증시킨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절반 이상 집행유예 = 경찰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의료분쟁, 우리 법과 제도는 이 변수를 얼마만큼 감당할 수 있을까.창원지방법원은 지난달 30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ㄱ(62) 씨와 검사가 양형 부당을 이유로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ㄱ 씨의 형량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ㄱ 씨는 거제의 한 의원에 근무하는 의사로 80대 파킨슨병 환자에게 잘못된 주사약을 처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일로 피해자는 전신 쇠약, 일시적 의식상실, 발음장애 등 병세가 악화되는 상해를 입었다.ㄱ 씨는 피해자가 파킨슨병
언어는 힘이 세다. 차별적인 용어는 우리 사회에 편견을 심고, 당사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판결문 용어가 보편적인 사회적 기준보다 훨씬 예민해야 하는 이유다.지난 1월 50대 남성이 살인예비죄로 법정에 섰다. 그는 지난해 9월 창원시 의창구의 한 마트에서 흉기를 사면서 “사람을 죽이겠다”고 직원과 손님을 위협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문에 그의 직업은 ‘노동’으로 표기됐다.판결문에서 노동은 일용직·육체노동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사무직 노동자는 회사원, 다른 업종은 해당 직업명을 그대로 표기한다
지난 10일 총선 투표일에 선거 관련 112신고가 27건 접수됐다. 이날 오전 10시 17분에는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주민복지회관 기표소 안에서 투표용지를 촬영한 유권자가 적발됐다. 오후 6시 58분에는 양산시 실내체육관 개표소에서 한 시민이 투표함 봉인지를 보고 부정선거라고 소란을 피우다 퇴거당했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9일 투표지를 촬영해 공개하거나, 투표지를 훼손한 유권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한 유권자는 사전투표 첫날에 도내 한 사전투표소에서 기표한 투표지를 촬영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간병의 굴레는 깊고 어둡습니다. 그 굴레에서 겪는 고통은 우발적 살인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지난 17일 오후 양산시 물금읍에 산다는 50대 남성은 자신이 아내를 죽였다고 자수했습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뇌경색으로 혼자 거동이 어려웠던 아내를 돌봤습니다.‘간병 살인’은 간병에 지친 간병인이 피간병인을 살해하는 범죄다. 이 보도한 기획 기사에 따르면 2006~2018년 간병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213명이다. 한 해에 16.4명, 한 달에 1.4명이 간병 살인으로 숨을 거뒀다. 가해자인 간
1939년에 막을 올린 신파극 는 제목에 충실한 작품이다. 주인공 홍도는 오빠의 뒷바라지를 위해 기생이 된다. 홍도는 오빠의 친구 영호를 사랑하게 된다. 두 사람은 결혼하지만 결말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홍도는 영호의 정혼자를 살해하고 순사가 된 오빠에게 붙잡힌다.사랑에 속고 돈에 우는 이야기는 계속된다. 사랑은 사기 범죄의 범행 수단이기도 하다. 연애 빙자 사기(로맨스 스캠 사기)가 대표적이다. 사기범은 피해자에게 이성적으로 접근해 호감을 사고 이익까지 취한다. 피해자는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사랑을 잃는 상
“내가 사람을 죽였어요”, “집에 불이 났어요”, “여기 사람이 죽었어요” 경남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 접수되는 허위·장난신고 내용이다.경남경찰청에서 집계한 허위·장난신고는 2020년 287건, 2021년 249건, 2022년 229건, 2023년 12월 기준 264건이다. 2021년부터는 허위·장난신고 대부분이 형사 입건되거나 즉심청구로 처리됐다. 그만큼 경찰에서 허위·장난신고에 엄중한 처벌로 대응하고 있다.허위·장난신고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하면 성립된다. 두 사
지난 3월 8일에 열린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전후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이들이 잇따라 유죄 판결을 받고 있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때마다 부정행위가 끊이지 않은 탓에 이번에도 ‘금권 선거’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조합장은 조합 운영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은 4년 임기 동안 평균 연봉을 1억 원 이상 받으며, 영농활동비와 업무추진비 등 각종 수당까지 챙긴다. 규모가 큰 조합은 하나로마트와 주유소 사업 등을 하면서 각종 이권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조합장은 지역 농협 직원의 인사권한도 갖고 있다. 조합 규모에 따라 수백
올해 11월 1~21일 경남에서 발생한 화재는 180건이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국내 겨울철 화재는 연평균 1만 1030건 일어났다. 인명 피해는 709명(사망 108명, 부상 601명), 재산 피해는 1983억 원에 달한다. ‘자기 과실’로 불이 난다면 실화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부주의로 일어나는 화재가 전체 건수의 50.8%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벌금형에 처하는 실화죄 = ㄱ 씨는 지난 3월 8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한 공터에서 쓰레기를 태우고 자리를 떴다. 그사이 주변에 놓인 농업용 도구
가해자의 협박은 피해자들을 숨게 합니다. 그들은 범행을 저지르면서 피해 사실을 알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일삼기도 합니다. 피해자들은 보복이 무서워 피해 사실을 터놓고 말하지 못합니다. 겨우 말해도 불안에 시달려야 합니다. 가해자가 처벌받더라도 언제 출소해서 보복할지 몰라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보복 범죄가 두려운 피해자들은 힘든 하루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장유진 부장판사, 이큰가람·이진석 판사)는 26일 오전 성폭력특례법 위반(촬영물 이용 강요), 공갈 혐의로 기소된 ㄴ 씨에게 징
지난 2일 거제시 덕포동에서 산책을 하던 10대 남성이, 지난 4일 진주시 주약동에서 운동을 하고 돌아가던 20대 남성이 무단횡단을 하다 차에 치여 숨졌다. 이들을 차로 친 운전자들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운전자가 의도치 않게 사람을 죽인 상황에서 재판부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재판부는 운전자가 속도를 위반했는지,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것은 아닌지 과실 여부를 따진다. 운전자가 신호를 지키고 주행했으나, 보행자가 교통법규를 위반해서 사망하게 됐다면 감경 요소로 반영한다. 비슷한 상황에서 사고를
때마다 지역주택조합과의 분쟁이 법정에 오른다. 지역주택조합은 말 그대로 주택을 짓기 위해 주민들이 모여 만든 조합이다. 주민들이 직접 토지를 매입하고, 공사 과정까지 이끌고 가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그러나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다가 문제가 생긴다면 내 집 마련을 위해 전 재산을 가져다 쓰는 서민들은 큰 피해를 입는다. 분쟁에 휘말리기라도 한다면 그 자체로 불안감이 상당하다.김해 무계지역주택조합 실무자들은 허위로 분양 대행 계약을 맺어 수수료를 가로채고, 조합 운영비를 개인 용도로 쓰다가 징역형을 받게 됐다.
때마다 지역주택조합과의 분쟁이 법정에 오른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전 재산을 가져다 쓰는 서민들에게는 크나큰 피해가 된다. 분쟁에 휘말리는 것 자체로 불안감이 상당하다. 이런 갈등을 막으려면 ‘정당한 절차’를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 창원지방법원 제3형사단독(양철순 판사)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ㄱ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민사상 책임은 물을 수 있으나 형사상으로는 그럴 수 없다고 봤다. ㄱ 씨가 의도적으로 횡령하려고 했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았다. 김해 무계지역주택조합장이었던 ㄱ(65) 씨는 2015년 3월~2020년
서울 신림역에서 흉기 난동 사건을 일으킨 조선(33) 씨는 체포 당시 “마약(펜타닐)을 복용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마약 간이시약 검사를 했으나 음성이었다. 조 씨는 “술을 마셨다”,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범행 당시 음주 상태가 아니었으며, 10년간 정신질환 치료 병력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조 씨가 심신미약을 주장하면서 감형받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범행을 저지르기 전부터 ‘묻지 마 살인’, ‘정신병원 입원’ 등을 검색하면서 준비했었고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서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그는 계획범죄를
한 교사의 죽음이 교권침해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동료들은 고인이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려 왔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에 근무했던 교사들이 학부모 갑질을 경험한 사례를 공개했다.전국 각지에서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우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만큼 교사들에게 공분을 샀다는 얘기다. 교사들은 어떤 교권침해를 경험하고 있었을까. 도내에서 일어났던 교권침해 사건을 들여다봤다.최근 ㄱ 교사는 학생을 지도하다가 학부모에게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학부모는 교사와 학생을 분리해달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ㄱ 교사는 교사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릴 만한 모욕을
음주운전 적발과 단속을 강화할수록 이를 피하려는 '꼼수'도 제각각이다. 경찰에게 신분을 속이거나 아예 측정을 피한다. 동승자를 운전석에 바꿔 태우는가 하면 사람을 다치게 하고도 달아난다. 처벌을 피하겠다고 하는 짓이다.2017~2021년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8만 6747건이다. 1573명이 숨지고 14만 3993명이 다쳤다. 지난달 대전에서는 음주운전을 하던 60대가 건널목을 건너는 초등학생 4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아홉 살 아이가 숨을 거뒀다. 경남경찰청은 지난 3월부터 행락철 음주운전 일제 단속에 나섰다. 5월 20일 8차 단
때리는 것만이 학대가 아니다.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를 '아동의 복지나 아동의 잠정적 발달을 위협하는 넓은 범위의 행동'이라고 규정한다. 신체적이든 정서적이든 아동의 발달을 저해하는 행위라면 학대다. 2021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아동학대 주요 통계'를 보더라도 정서적 학대가 32.8%(1만 2351건)로 가장 많다. 정서적 학대는 다른 학대(신체 학대·성적 학대·방임)와 함께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적 학대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인정될까.◇정서적 학대 기준은? = 창원지방법원 제1형사단독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
법원에서 여러 판사가 다뤄야 할 사건이 판사 한 명이 심리하는 단독 사건으로 잘못 배정되는 일이 있었다. 사건 배당 오류는 재판 기간이 길어지거나, 신중한 판단을 받을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에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창원지방법원 제3-3형사부(이유진 부장판사, 신종환·이상훈 판사)는 지난 4일 출입국관리법 위반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기소된 외국인 ㄱ(34) 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했다. 합의부가 아닌 단독으로 1심이 치러졌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ㄱ 씨에게 적용된 혐의가 법정형을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