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행위에, 상대 후보 비방...부정행위 저지른 선거 사례
부정행위 저지른 조합장 당선되면 조합원이 피해
"조합원 이익보다는 자기 이익 챙길 가능성 크다"
위탁선거법 개정으로 투명한 선거 만들어야
지난 3월 8일에 열린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전후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이들이 잇따라 유죄 판결을 받고 있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때마다 부정행위가 끊이지 않은 탓에 이번에도 ‘금권 선거’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조합장은 조합 운영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은 4년 임기 동안 평균 연봉을 1억 원 이상 받으며, 영농활동비와 업무추진비 등 각종 수당까지 챙긴다. 규모가 큰 조합은 하나로마트와 주유소 사업 등을 하면서 각종 이권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조합장은 지역 농협 직원의 인사권한도 갖고 있다. 조합 규모에 따라 수백 명의 직원에게 영향력을 미친다. 조합장 임기가 끝나고 나서 정계 진출도 잦아 경쟁이 치열하다. 이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사례까지 나온다.
◇조합장 선거의 부정행위 사례 = ㄱ(70) 씨는 남창원농협 조합장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전에 허용되지 않은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위탁선거법에서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마감일의 다음 날부터 선거일 전날까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ㄱ 씨는 지난해 4월 4일 공약 내용을 포함한 서한문 약 2000통을 남창원농협 조합원에게 보냈다. 지난해 8월 22일에도 같은 일을 저질렀다. 창원지방법원은 지난 24일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고 ㄱ 씨에게 벌금 250만 원을 선고했다.
남창원농협 조합장 선거에 나섰던 ㄴ(66) 씨는 기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ㄴ 씨는 지난해 11월 12일 네이버 밴드에 가입한 조합원 3명에게 4만 4000원 상당 생활용품을 보냈다. 창원지방법원은 그에게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면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조합장 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비방한 조합원들이 무더기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ㄷ(68) 씨 등은 지난 3월 6일 진해농협 조합원 33명에게 진해농협조합장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ㄷ 씨를 포함해 5명이 같은 범행을 저질러 벌금 100만 원~200만 원을 받았다.
◇피해는 조합원의 몫 = 경남경찰청은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선거사범 181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05명(구속 5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범죄 유형별로는 금품 및 향응 제공이 76.2%(80명)로 가장 많았으며 허위 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 16.2%(17명), 선거운동 방법 위반 7.6%(8명)로 나타났다.
남성민 진주시농민회장 부회장은 “부정행위 대부분이 금품이다. 금품을 살포해서 조합장이 되면 그거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고 하지 않겠느냐”며 “부정행위로 조합장이 문제가 되면 다시 선거해야 하니까 농협 재정에도 불이익이 간다”고 지적했다.
남 부회장은 “농협 경영에서 조합장이 농협보다는 자기 이익을 취하려고 할 것. 조합장은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며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공동 구매나 판매를 위한 역할이 있는데 개인 이익으로 넘어가면 조합원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투명한 선거 치르려면 = 장호봉 전농부경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은 “도시 농협만 보더라도 선거인 수가 300~500명 정도로 적다. 100명만 더 데려오면 된다는 생각에서 매표 행위를 저지른다”며 “금권 선거를 하더라도 적발이 쉽지 않다. 나중에 고발하면 지역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 신고를 꺼려서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장 위원장은 “조합장 선거에 새로 나오는 후보가 자신을 알릴 기회가 너무 적은 점도 문제”라며 “대부분 현직 조합장이나 농협 직원이 선거에서 당선되는 일이 많아서 정견 발표 등 자신을 알릴 방법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태 더좋은정책연구원 박사는 2020년 공직선거법과 위탁선거법 차이점을 중심으로 <위탁선거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펴냈다. 전국조합장선거는 공직선거법이 아니라 위탁선거법을 적용한다.
김 박사는 “위탁선거법은 선거운동 주체와 방법의 확대가 필요하다. 무자격 조합원의 선거 참여와 선거범죄의 처벌 규정이 부족해서 오는 혼란도 있다”며 “이러한 문제점들이 각종 불법선거로 이어져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한 선거법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합장의 기능을 분산하고 견제할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잘못된 조합장 선출이 지역사회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고, 나아가 지역공동체 문화마저 붕괴시킬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솜 기자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