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국외연수 다녀온 상임위 3곳
현지 안 가도 쓸 수 있는 내용 가득
나열과 재탕, 추상적인 제언으로 만들어
지역 상황 접목시킨 보고서도 있어

지방의회는 국외연수를 다녀오고 나서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목적은 하나다.

의정활동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다. 세금으로 의원의 역량을 키워주는 제도가 국외연수다. 결과보고서 제출은 공무국외출장을 다녀오면 세금이 목적대로 제대로 쓰였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경남도민일보>는 올해 하반기 국외연수를 떠났던 경남도의회 상임위 3곳(기획행정위·경제환경위·농해양수산위)이 제출한 결과보고서를 살펴봤다. 공무국외출장이 실제 정책에 얼마만큼 연계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문헌 의존도 높은 보고서

농해양수산위는 9월 23~27일 중국 상하이를 다녀왔다. 농업혁신 방법 모색과 농수산품 수출을 위한 현지 소비시장을 분석하고 왔다. 국가 농업정책과 우수 사업을 비교하고 기관 간 협력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있었다.

이들은 출장 개요와 주요 일정, 출장 성과, 의원별 정책제안보고서로 나눠서 결과보고서를 정리했다. 4장 분량의 출장 성과는 대부분 방문 기관 설명으로 채워졌다. 주요 일정 내용과도 겹치는 내용이 많았다. 모두 출장계획서에도 명시됐던 내용이다.

경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는 9월 중국 상해로 농수산업 유통 상황을 보기 위해 공무국외연수를 다녀왔다. /경남도의회
경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는 9월 중국 상해로 농수산업 유통 상황을 보기 위해 공무국외연수를 다녀왔다. /경남도의회

문헌 의존도가 높아 같은 내용이 반복됐다. 지방의회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서는 참고 문헌 표기 등 구체적으로 작성 지침이 정해져 있지 않아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출장 성과에서 중국 농업 분야의 특징을 기술할 때 2011년 작성된 중국 농업 분야 동향 관련 문서에서 언급된 내용을 가져왔다. 이는 14년 전 중국 농업 상황이기 때문에 현실과 괴리가 있다.

부실한 정책 제안서도 눈에 띄었다. 김진부(국민의힘·진주5) 도의원과 전기풍(국민의힘·거제2) 도의원은 모두 정책 제안서 핵심 내용인 제안 사항과 기대 효과를 700자 내외로만 서술했다. 공무국외출장 방문지 특성과 정책 제안이 보고서에서 드러나지 않았으며 추상적인 표현으로 채워졌다.

김 도의원은 중국 농촌 고령화 인구 현황, 국내 및 경남 귀농 현황 등 통계로 정책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지역 소멸 문제를 중국 사례와 빗댄 것도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다. 상하이 인구 수는 2480만 명이 넘는다.

김 도의원은 “중국에 가서 배울 건 없었다. 우리나라 사례와 비교를 했을 뿐”이라며 “크게 쓸 만한 내용이 없어 우리나라 농촌 고령화 문제를 써 봤다”고 말했다.

전기풍(국민의힘·거제2) 도의원은 정책 제안서 절반을 김 수출 현황 통계에 할애했다. 나머지 절반은 김 가공식품을 개발해 중국에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데 썼다.

전 도의원은 “혼자서 보고서 전체를 쓸 수는 없으니 제출용으로 써낸 것”이라며 “지방의원 공무국외연수를 향한 여론이 좋지 않아 거제시의원 시절부터 꾸준히 관련 책을 펴내고 있다. 이번에 배운 내용도 올해 연말에 책으로 펴낼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경남에도 있는데 굳이 호주로?

기획행정위는 9월 21~26일 호주로 공무국외출장을 떠났다. 이들은 청년 유출 방지와 지역 정착 유도 방안 등을 살펴 인구·청년 관련 정책을 배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뉴사우스웨일스주의회 △뉴사우스웨일스주 청소년청 △모자이크센터 △뉴사우스웨일스주 다문화청 방문 일정을 잡았다.

기획행정위 소속 도의원들은 이번 공무국외출장으로 다문화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돌아왔다. 청년과 다문화 가정 등이 정책 결정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결과보고서를 놓고 봤을 때 실제 정책과 어디까지 연계시킬 수 있을지 우려가 남는다. 결과보고서는 기관 개요와 주요 질의응답, 성과 및 시사점, 종합 의견 및 정책제언으로 나눠서 만들었다. 기관 개요에서 언급한 내용이 다른 항목에서도 반복됐다.

경남도의회 기획행정위가 9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의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경남도의회 기획행정위가 9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의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주요 질의응답에서는 의미가 없는 질의가 등장했다. 이용식(국민의힘·양산1) 도의원은 뉴사우스웨일스주의회의 제도적 구조를 물었고 한상현(더불어민주당·비례) 도의원은 뉴사우스웨일스 다문화청의 기능과 역할을 질의했다. 해당 내용은 공무국외출장 계획서에도 나와 있다.

국내에서 이미 시행하는 정책을 정책 제언으로 제시한 사례도 있다. 호주에서 방문한 기관과 국내에서 유사한 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결과보고서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

노치환(국민의힘·비례) 도의원은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된 내용을 정규 교과과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2022년 개정 교과서부터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 관련 내용이 반영돼 있다.

이용식 도의원은 청년을 위한 마음건강 플랫폼을 구축해서 지역별 청년정신건강센터와 청년상담소 등과 연계하는 통합 지원체계를 주문했다. 이미 경남도 청년마음건강센터가 지역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등과 연계해 통합 지원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책이 제안되기도 했다. 조인종(국민의힘·밀양2) 도의원은 지자체가 직접 이민비자 발급에 나서서 인구소멸을 막아야 한다는 정책 제언을 내놨다. 지자체가 비자를 직접 발급하게 된다면 국가 안보가 흔들릴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이주 정책을 통합 관리하기가 어려워서다. 지자체가 보유한 인력과 예산으로 감당할 수 없는 문제도 남아있다.

기획행정위는 뉴사우스웨일스주의회에 우호교류협정 제안서를 전달했다. 일회성 연수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제안서를 전달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회신은 없다.

기획행정위 수석전문위원은 “공무국외출장 당시 뉴사우스웨일스주의회에 제안만 했고 아직 회신받지 못했다”라며 “업무협약까지 맺고자 했으나 협의가 안 돼서 제안서만 전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 공무국외출장에서는 경남 사례도 고려해서 더 충실하게 다녀오겠다”고 덧붙였다.

지역 현안과 연계하는 노력도

경제환경위는 9월 23~27일 싱가포르로 공무국외출장을 떠났다. 도시계획, 통합 수자원 관리 체계 검토, 아시안 시장 진출과 투자 유치 전략 등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경제환경위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서는 지역 현안과 연계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졌다. 질의 내용도 다른 상임위와 비교했을 때 구체적이었다. 마리나 베리지에서는 자동 운영 기술 체계가 어떻게 되는지, 정수 과정에서 발생한 하수 찌꺼기는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물었다.

경남도의회 경제환경위원회는 9월 공무국외출장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해 물 관리 방안을 배우고 왔다. /경남도의회
경남도의회 경제환경위원회는 9월 공무국외출장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해 물 관리 방안을 배우고 왔다. /경남도의회

권원만(국민의힘·의령) 도의원은 싱가포르 사례를 의령군 지역 현안에 접목하는 안을 고민했다. 의령군이 추진하는 남산지구 생태하천 복원사업, 정암천 수변정비사업, 토요애 유원지 주변 친수공간 조성사업 등을 언급하면서 싱가포르 마리나 베리지처럼 복합형 수자원 인프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현대자동차의 스마트팜 운영방식을 의령군 청년 스마트농업 시범단지 조성 사업과 연계하는 안도 제시했다. 로봇 자동화와 AI환경제어, 탄소 저감형 재배시술을 접목시킨다면 ‘스마트팜-제조기술 융합농업단지’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다.

우기수(국민의힘·창녕2) 도의원은 싱가포르가 산업과 주거, 환경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 계획을 세운 점에서 정책 방향성을 제시했다. 우 도의원은 “창녕읍과 대합권을 중심으로 산단과 혁신 캠퍼스, 주거지를 묶는 산업도시 모델을 중앙정부에 건의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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