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부 사건이 단독 사건으로 배정
재판 지연 또는 구속 기간 늘어날 수 있어
신중한 판단 필요한 피고인 권리 침해
권리 침해 정도에 따라 배상 청구 가능해
법원에서 여러 판사가 다뤄야 할 사건이 판사 한 명이 심리하는 단독 사건으로 잘못 배정되는 일이 있었다. 사건 배당 오류는 재판 기간이 길어지거나, 신중한 판단을 받을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에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창원지방법원 제3-3형사부(이유진 부장판사, 신종환·이상훈 판사)는 지난 4일 출입국관리법 위반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기소된 외국인 ㄱ(34) 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했다. 합의부가 아닌 단독으로 1심이 치러졌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ㄱ 씨에게 적용된 혐의가 법정형을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정하고 있다"며 "법원조직법에 따라 지방법원과 그 지원의 합의부 1심이 심판해야 하기에 원심판결을 유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형이 무겁거나, 소송 금액이 많으면 판사 혼자 판단하지 않는다. 법원조직법에 따라 형사 사건은 1년 이상 징역형이나 금고형을 선고할 수 있는 사건, 민사 사건은 소송 금액이 5억 원 이상이면 법관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 사건으로 분류된다. 그만큼 신중하게 판결하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1심 과정에서 오류는 바로잡았으나 1심 형량(징역 2년 6개월, 2350만 원 추징)은 그대로 유지했다. 3명이 할 판결을1명이 한 것은 잘못이지만 다시 봐도 양형 이유가 타당하다는 것이다.
ㄱ 씨는 베트남 국적의 외국인으로 국내에서 불법체류를 하면서 마약을 여러 차례 거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 씨가 형이 무겁다고 항소했기 때문에 재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뒤늦게나마 잘못을 바로잡았다.
법원에서 합의부 사건을 단독 사건으로 잘못 배당하면 피고인에게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합의부 사건을 단독 사건으로 배당한 건 이례적"이라며 "재판부가 항소심에서나마 바로잡았고 피고인에게 불이익이 크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형사 전문 변호사도 "마약 밀수 사건이 많아지는 가운데 외국인이고 하니 법원 배당을 안일하게 한 게 아닌가 싶다"며"피고인 처지에서는 선고형도 큰 사건이고 해서 여러 판사가 살펴봐 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용은 다르지만 눈에 띄는 사건 배당 오류가 지난 2월에도 있었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지난 2월 3일 선고가 예정됐던한국제강 사건의 기일을 변경했다. 한국제강 사내 협력업체 노동자가 크레인에서 떨어진 1.2t 무게 방열판에 깔려 목숨을 잃어큰 논란이 됐던 사건이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형량과 관계없이 단독 재판부에서 심리하게 되어 있는데 합의부에서재판한 탓이다.
이 사건도 법원이 합의부와 단독 사건을 착오하면서 배당 오류가 일어났다. 법원이 사건을 잘못 배당하면서 절차가 길어졌고 선고도 미뤄졌다. 구속되지 않아도 될 피고인이 구속된 상태로 재판받았더라면 덩달아 구속 기간도 길어지는 셈이다.
법원이 합의부 사건과 단독 사건을 구분하지 못해 사건 배당이 잘못되는 사례는 꾸준히 나온다. 최근 3년간 창원지방법원에서는 4.7일마다 한 번꼴로 실수가 발생했다.
장동혁(국민의힘·충남 보령·서천) 국회의원이 대법원에서 받은 통계를 보면 창원지방법원에서는 2020~2022년 민사 사건216건, 형사 사건 15건의 오류가 있었다. 같은 기간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민사 10건,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민사 41건과 형사 9건의 배당 오류가 나왔다.
박하영 변호사(법무법인 모든)는 "피고인이 재판이 미뤄지는 탓에 구속 기간이 길어졌다가 무죄 판결을 받게 되는 등 어떤 피해를 당하였는지 봐야 한다"며 "법원에서 배당을 잘못한 탓에 피고인에게 확실하게 손해가 발생했다면 배상 명령 신청으로 피해를 복구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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