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법규 위반 행위 확인해 감경 요소로
배상 책임도 줄어들 수 있어

지난 2일 거제시 덕포동에서 산책을 하던 10대 남성이, 지난 4일 진주시 주약동에서 운동을 하고 돌아가던 20대 남성이 무단횡단을 하다 차에 치여 숨졌다. 이들을 차로 친 운전자들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운전자가 의도치 않게 사람을 죽인 상황에서 재판부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재판부는 운전자가 속도를 위반했는지,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것은 아닌지 과실 여부를 따진다. 운전자가 신호를 지키고 주행했으나, 보행자가 교통법규를 위반해서 사망하게 됐다면 감경 요소로 반영한다. 비슷한 상황에서 사고를 일으켜 재판에 넘겨진 판결 3건을 보더라도 모두 징역형 집행유예가 나왔다.

창원지방법원 전경. /경남도민일보DB
창원지방법원 전경. /경남도민일보DB

지난해 4월 17일 오전 ㄱ 씨는 창원시 진해구 한 2차로 도로에서 1차로를 따라 주행했다. 제한속도 시속 60㎞인 도로였지만 ㄱ 씨는 이보다 25㎞ 초과한 속도로 달렸다. 그때 길을 건너던 70대 여성을 차량으로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창원지방법원은 ㄱ 씨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준법운전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ㄱ 씨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가볍고, 그로 인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가 생겼다”며 “다만 무단횡단을 한 피해자의 과실도 사고 발생과 피해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ㄴ 씨는 2020년 12월 14일 오후 통영시 한 초등학교 앞을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무단횡단을 하던 70대 남성을 차로 치었다.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은 ㄴ 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ㄴ 씨가 시속 30㎞인 어린이보호구역에서 14.2㎞를 초과한 속도로 운전했고, 보행자가 많은 지역이라 무단횡단을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운전자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ㄴ 씨는 양형이 너무 무겁다면서 항소했다. 그는 “전방주시 의무를 게을리한 것이 아니라, 맞은편 차량의 불빛에 가려서 피해자가 있는 줄 몰랐다”며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제동하더라도 충돌을 피할 수 없었고, 제한속도 초과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항소심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어린이 통행이 빈번한 시간대는 아니라 제한속도 위반 잘못이 작고, 술에 취해 무단횡단을 한 피해자 과실도 짚었다. 항소심에서 ㄴ 씨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ㄷ 씨는 지난해 9월 10일 오후 김해시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80대 여성을 차로 치어 숨지게 했다. 재판부는 ㄷ 씨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준법운전강의 40시간 수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ㄷ 씨가 운전 중 전방을 잘 살피지 않아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가 일어났다”며 “다만 피해자가 야간에 보행자 신호등이 적색 신호에도 무단횡단을 했다”고 판시했다. 

김태형 변호사는 “무단횡단 장소가 어디인지도 양형에 반영된다”며 “정체된 차들 사이에서 보행자가 튀어나오거나, 고속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경우 운전자에게 아예 형사 책임이 없다고 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고속도로나 육교 아래는 ‘신뢰의 원칙’이 적용된다. 신뢰의 원칙은 상대방이 교통법규를 어기고, 행동한다는 사실을 운전자가 예견할 필요가 없다는 형법상 법리다. 

김 변호사는 “배상 책임만 보더라도 피해자 과실이 있다면 크게 감경된다”며 “보행자 책임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고 배상 책임이 적게는 50%, 많게는 90%까지도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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